【주간칼럼】새 포교방식으로 자리매김되는 산사음악회

산사음악회, ‘문화포교’ 역할 톡톡히 해내 일반인들도 불교문화에 쉽게 접근하는 계기 돼 가장 중요한 것은 홍보 대중이 많이 찾게 해야

2024-09-30     주간 승한

 

풍요와 결실의 계절을 맞아 전국 사암에서 산사음악회가 한창이다. 태고종의 경우 지난 8월 31일 인천 용궁사에서 열린 ‘한여름밤 산사음악회’를 시작으로 9월 23일엔 백련사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또 9월 28일엔 경기도 연천 수불사에서 제1회 산사음악회가 열렸으며, 10월 6일엔 제주도 정방사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이 외에도 전국의 많은 사암에서 크고 작은 산사음악회를 열었거나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산사음악회는 언제부턴가 사회의 변화에 따른 ‘문화포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산사음악회가 ‘문화포교’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은 기존의 불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불교와 대중음악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불교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사음악회는 명칭 그대로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특별한 문화행사다. 고요한 산사에서 듣는 음악은 마치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때문에 대중을 상대로 시중에서 열리는 콘서트나 음악회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경험을 준다.

산사음악회의 무대는 대개 산사의 마당이나 대웅전 앞에서 펼쳐진다. 대부분 찬불가를 중심으로 대중가수들이 음악회에 출연해 흥을 돋음으로써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불교와 현대 예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색다른 감동을 자아내는 것도 산사음악회의 매력 중 하나다. 절을 산중에만 있는 근엄한 수행공간으로만 여기던 일반인들에게 찬불가와 대중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함으로써 엄숙한 종교로서의 틀을 깨고 일반인들도 쉽게 불교에 다가가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진 스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코미디언 윤성호 씨가 ‘새롭게 전진한다’는 뜻으로 ‘뉴진(New進)’이라는 법명을 받아 불교에 대한 기존 관념을 깨뜨림으로서 MZ 세대들에게도 불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불교도 얼마든지 쉽고 ‘힙한’ 종교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사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일상에 지친 신자와 일반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숨 가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산사의 자연 속에서 음악을 들음으로써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사음악회는 또한 사람들 사이의 연결을 도모하는 역할도 한다. 대중적인 콘서트와는 달리 산사음악회는 보다 조용하고 사색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청중들끼리의 교류와 소통이 깊어짐으로써 신자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도 큰 효과가 있는 것이다. 산사음악회는 이처럼 그 자체로서 훌륭한 포교 수단이지만, 산사음악회를 보다 대중적으로 폭넓게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숙제도 안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집안 잔치’나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산사음악회를 어떻게 현대적 포교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홍보 문제다.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유명 출연자를 섭외하고, 참신한 기획력으로 멋들어진 음악회를 마련했다 해도 정작 사람들이 산사음악회를 찾지 않으면 별무소용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효과적인 홍보 수단을 마련해 일반 대중들이 산사음악회를 찾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찰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음악회를 찾을 수 있도록 홍보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산사음악회의 매력은 바로 산사라는 공간에 있다. 사찰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선뜻 들어서지 못한다. 그러나 산사음악회를 통해 산사라는 공간도 얼마든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아무런 특색도 없이 그저 인기가수를 초청해 보여주기식 산사음악회를 연다면 현대적 포교 방식으로써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감동과 느낌이 없는 산사음악회라면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잊혀지기 십상이지 않겠는가. 산사음악회를 개최하는 사찰은 물론, 산사음악회를 계획하고 있는 사찰도 이 점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본지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