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영산재, 세계인의 축제로 거듭나길
2024 태고종 영산재 수천 관객 앞 성황리 봉행 한국 불교문화 진수 보여줘 일본인, 미국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객 시선 사로잡아 세계 화합 위한 물길 트여
'동행ㆍ매력 시민과 함께하는 2024 태고종 영산재'가 9월 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 앞 잔디광장에서 2천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봉행됐다. 한국불교태고종 주최로 거행된 이날 행사는 또한 서울시민들의 새로운 쉼터이자 문화관광 중심지로 우뚝 자리 잡은 송현열린공원(송현광장) 바로 앞에서 시종일관 축제 분위기로 봉행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컸다.
관객들의 유형도 다양했다. 스님들뿐만 아니라 송현열린공원에 관광 차 나온 시민들을 비롯해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 호주인, 유럽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2024 태고종 영산재'를 끝까지 지켜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태고종 영산재'가 시민의 축제로 승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범패로 상징화된 영산재는 불교무형문화의 백미로서 음악적, 무용적 요소와 함께 연극적인 요소까지 어우러진 종합문화예술로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의 얼이 서린 고유한 문화형태로 보존되어 왔다"며 "2024 태고종 영산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날로 새로워지고 문화민족의 자긍심이 높아져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념과 세대의 장벽이 무너지고 소통과 국민화합, 세계적 화합을 향한 문화의 물길이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가무형유산 영산재보존회장인 봉원사 주지 현성 스님도 인사말을 통해 "'동행ㆍ매력'은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불교의 가르침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며 "영산재는 바로 그러한 불교 정신을 담음으로써 한국불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산재는 부처님이 인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 펼쳤던 영산회상을 재현한 것으로써 국태민안과 국운융창, 더 나아가 세계 인류 평화가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불교 의례이자 불교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태고종 봉원사 영산재가 1973년에 국가무형유산으로, 2009년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써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영산재는 또한 불교의 철학적이고 영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산재에 참석한 사람들 스스로를 수양하게 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 때문에 영산재는 하늘과 땅의 영가(靈駕)와 모든 성인(聖人)을 맞아들이는 의식에서부터 시작돼 부처님의 영적 세계의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봉송(奉送) 의례로 마무리된다. 봉송 의례는 노래와 의식적 장식, 바라춤, 법고춤, 나비춤과 같은 불교 의식 무용으로 거행된다. 이 의례에는 또한 정제의식과 차례, 부처님과 보살들에게 식사를 공양하는 것, 참석자들이 진리의 문에 들도록 하는 법문, 죽은 자가 극락에 들도록 하는 시식(施食)이 포함되어 있어 모든 중생,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인류가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따가운 햇볕 아래서 행사가 3시간 동안이나 거행됨에 따라 많은 관객이 자리를 떠남으로써 국민축제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과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임에도 일본의 삿포르 눈 축제, 태국의 송크란 축제, 몽골의 나담 축제, 독일의 뮌헨 옥토버페스트 축제,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 축제,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멕시코의 세르반티노 축제,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와 노팅힐 축제처럼 세계의 축제로 발돋음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태고종 영산재가 먼저 서울시민의 축제를 넘어 온 국민이 함께하는 국민축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 소중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우리 대한민국 넘어 세계의 축제가 될 때 영산재의 의미와 가치도 훨씬 드높아질 것이다.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