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04호】 인재 발생 예방에 만전 기해야

2024-07-08     한국불교신문

우리 사회에 비극적인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화성시 소재 제1차 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6월 24일 화재가 발생해 총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고용노동부는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아리셀 화재사고와 관련,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7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오늘부터 2주 간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사는 아리셀 화재로만 끝나지 않고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선로를 점검하던 특수 차량에 장착된 리튬 배터리에서도 불이 나 5시간 만에 진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제주 우도의 전기오토바이 대여업체에서도 사흘간 사고가 3번이나 잇달아 발생했다. 약 40대의 전기오토바이가 불에 탔는데, 모두 리튬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5년간 우도에서 발생한 리튬배터리 전기오토바이 화재는 모두 9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국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비극적 상황이 벌어졌다. 7월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60대 운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차량의 감정을 의뢰했다.

이처럼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인재가 연이어 발생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청주 오송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관계당국은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경기도는 아리셀 화재 유족들에게 긴급 생계비 55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반성, 성찰 등을 위해 재난 예방·대응 종합보고서 개념의 백서를 제작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만드는 백서는 산업 안전과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관련해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급발진이냐 운전조작 실수냐 말들이 많고 고령운전자에 대한 면허가 어느 수준까지 주어져야 하느냐의 논쟁도 재점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경찰은 사고 운전자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차량도 국과수에 보내 정밀감정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후속조치들이 진정한 예방 대책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각종 대책을 발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 사회에서 아리셀 화재와 시청역 역주행 사고 등이 보여주는 것처럼 참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불교에선 연기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법인 가운데 제법무아(諸法無我)는 연기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것은 서로가 인연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즉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결과는 원인으로 말해진다는 논리다.

이러한 연기법에 따르자면 모든 인재(人災)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 남아 있는 강원도 대형 산불도 담배꽁초 하나로 시작됐다. 가장 중요한 건 인재의 원인이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부주의하고 예방에 소홀했기 때문에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 폭발 사건 등 비극적 사건들의 주 원인은 사전에 철저히 대처하지 않은 인간들의 잘못이 원인이었다. 다시금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관계당국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매사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