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칼럼】 올해 연등축제를 통해 본 태고종의 자존심
불가에서는 불교 5대 명절 중, ‘부처님 탄신일’인 사월 초파일 행사가 그중 제일 성대하게 봉행된다. 이 행사를 치르기 위하여 국가무형문화제(제122호)인 서울 연등회를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봉축행사가 매년 다채롭게 봉행되고 있다.
연등회를 통상적으로 ‘연등축제’라고도 한다. 그 의미와 불교 브랜드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불교는 조선 초 숭유억불정책을 시작으로 많은 수난과 훼불을 당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불교 주체성을 흩뜨리지 않고 지탱해 왔던 것은 부처님의 가피력과 불제자들의 신심 덕택일 것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불교가 또 한 번의 법난과 시련을 겪었지만 지금은 평온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법난 이후 다종파로 나누어지면서 불심 또한 분산되어 한국불교 구심점을 잃고 나약화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불교인이 줄고, 붓다의 교의(敎義)를 재대로 홍포하지 못하고 전통성 확보에도 방향을 잃고 있으니 미래적 입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차제에 불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연등축제는 그나마 불교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브랜드라 하겠다. 따라서 사월 초파일 연등행사는 불교를 알리는 큰 호기면서 승가(僧家)에는 에너지 보충에 큰 계기가 되고 있다.
올 서울 연등회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봉행되었다. 필자는 서울 연등회 광경을 TV 생중계 방송으로 관청했다. 비가 오는 대도 서울 거리를 연등 불빛으로 아름답게 수놓는 것을 보며 적지 않은 만족감을 느꼈다. 사찰마다 경쟁이나 하듯 아름다운 조형물을 앞세우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들이 매우 자랑스러웠고, 태고종의 장엄 등과 트레일러 차량 위에서 스님들이 바라를 추는 모습을 바라볼 때는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필자가 소속해 있는 경북동부교구의 24‘ 연등축제는 어떠했을까. 경북동부교구는 8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포항과 경주가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연등축제 또한 경주와 포항에서만 봉행된다.
올해 연등축제에 경주는 5월 2일 금장대 앞 고수부지에서, 포항에서는 5월 12일 포항 영일대 바다 광장에서 봉행되었다. 태고종 스님들이 대거 참석하여 여법하게 잘 치러졌다. 전년도까지만 해도 연등축제에 태고종 스님들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 기억 속에서도 태고종이 지워지지 않았나 싶다. 어쩌다 연등축제장에 홍 가사를 입은 승려가 보이면 관람자들이 신기하게 여겼다. 그리고는 그들 간에 홍 가사를 무속인들이 입는 옷이라고도 했다.
경주의 연등축제 행사 과정을 살펴보면, ‘불교사암연합회’가 있지만 무명무실하다. 모든 기획과 준비 진행을 경주 동국대학교에서 주관하고 있지만, 실상 불국사가 주도하고 있다. 경주 내에도 불교 종단은 많다. 하지만 조계종, 태고종, 진각종 외 군소 종단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참여한 스님들도 이와 똑같다.
포항의 경우는 경주와 달리 사암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모든 기획과 진행을 지휘하고 있다. 여기에는 진각종 소속 종립학교인 위덕대학교에서 큰 지원을 하다 보니 포항은 진각종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집행부 주요 임원들은 조계종 스님들이 맞아 진행을 한다. 그렇다고 조계종의 독선이라 반박할 여지가 없다. 우선 참여하지 않은 마당에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참여란 대단히 중요하다. 존재성과 가치성은 참여에서 나타난다. 참여를 해야 만이 자존심을 찾을 수 있다. 보우국사의 후손이요, 장자 종단이라고 소리 높이는 것보다. 일치단결하여 한곳으로 힘을 모으고 모든 불교 행사에 발 빠르게 참여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요,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일 게다.
올해 연등축제를 통해서 경북동부교구는 진일보의 해였다고 생각한다. 태고종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연등축제 행사장을 홍 가사로 붉게 물들였다. 태고종 스님들이 대거 참석하여 시민들에게 옛 모습을 보여주고, 비록 장엄물은 없었지만 태고 보우국사 진영이 인쇄된 현수막을 앞세우고, 북소리에 맞추어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이제는 산속에 은둔하며 수행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만인이 보이는 광장에서 구도를 하는 것이 훨씬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 하겠다.
경계 없이, 조건 없이, 협력을 바탕으로 각자 종도의 역할을 다한다면 태고종의 앞날은 더욱더 밝아지리라 기대한다.
-철학박사ㆍ시인ㆍ 청정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