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경칼럼> 정(貞) 팔아먹는 사람들

2006-08-24     한국불교신문
머릿속에 든 것도 없고 돈도 없고 재주도 없는 사람이 사람 대접받으려면 최소한 ‘정조’(貞操)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곧을 정(貞)은 점 복(卜) 밑에 발이 셋 달린 솥 정(鼎)이 변한 ‘貝’가 붙은 것으로서, 원래는 거북 등딱지를 구워 생긴 금을 보고 신의 뜻을 똑바로 헤아리는 것을 의미했던 바, 절대적인 올곧음을 지향하려는 자세를 말한다. 또 다리가 세 개인 솥은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자세를 의미하므로 발을 딛고 서 있는 땅바닥 즉 환경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는 함의도 읽혀진다. 주역에서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고 하여 ‘貞’을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씨를 골라 저장하는 것”으로 풀어 춘하추동 사시를 운행하는 천지 자연의 사덕(四德) 중 밤이 길고 음기가 극성한 겨울의 덕으로 꼽는다. ‘貞’을 “여자가 성적 순결을 보존하는 것”쯤으로 축소 해석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흔히 정조와 지조(志操)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옳지 않다. 뜻 지(志)는 발 지(止)의 변형인 ‘士’ 밑에 마음 심(心)이 붙은 것으로서, 마음의 발이 닿는 곳, 즉 ‘뜻을 두다’라는 의미다. 지조를 지킨다는 것은 한번 마음먹은 것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지 ‘마음먹은 것’이 옳은 지 그른 지와는 관계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자기중심적인 동물이므로 ‘志操’ 또한 얼렁뚱땅 “옳은 뜻을 지키려는 의지”라는 뜻을 지니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도둑놈이나 창녀가 계속해서 도둑질을 하고 몸을 파는 것도 분명 지조의 일종이건만 그건 지조로 인정하지 않는 세태의 얼렁뚱땅이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더러운 ‘志’를 위해 순결한 ‘貞’을 팔아먹는 사람들이 늘어나 눈살이 찌푸려진다. 엊그제 뉴욕과 워싱턴 등 동부지역에서 한인 성매매 조직이 대거 적발된 데 대해 미 언론들은 “이들은 한국 여성 67명을 밀입국 수속비 명목으로 수만 달러의 빚을 지게 한 뒤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불법 입국시켜 마사지 업소 등에 인계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당국에서는 이번 사건 연루 여성들이 자발적인 ‘원정 매춘’이 아닌 ‘인신매매 피해자’로 확인되면 미국에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나발을 불어대고 있지만, 그 여자들이 바보멍청이여서 입다물고 눈감고 강제로 끌려온 것은 아닐 터, 성매매의 덫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여자들의 더러운 ‘志’에 관해서는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아 떨떠름하기만 하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피해자’를 자처하며 한국에 정착하여 각종 지원금 등 단물을 빨아먹은 후 기대에 못 미치자 미국에 밀입국하여 “한국서 박해를 받았다”며 망명을 신청하고 있는 탈북자들 또한 ‘貞’을 팔아먹고 있다는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하다. 미국으로 건너오기 위해 몸을 파는 것이나 한민족으로서 자긍심을 저버리고 조국과 동포를 파는 것이나 오십보백보, 최근 반이민 정서에 편승한 언론들이 그들을 이용하여 ‘코리아’와 ‘한국여성’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팔아 물질적 만족감을 얻겠다는 ‘志’를 꺾는 일이야말로 진짜 ‘貞’, 그런 ‘貞’이 없으면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