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행자교육은 종단의 미래다
2005-09-01 한국불교신문
행자들은 각자의 은사스님이 있는 사찰에서 아침, 저녁으로 예불을 드리는 법에서부터, 도량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사의 울력 체험과 스님 모시는 법 등을 배우고 초발심자경문과 부처님의 생애, 불교 기초교리 등을 배우며 행자 수업을 해 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280여명의 행자가 수업을 받고 있고 그 중에서 탈락한 사람들도 있으나 대개는 수업정도가 꽤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력이 높고 나이가 젊은 행자의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는 반가운 보도이다.
태고 종단의 불보살님 예경의식은 아침에는 다게가 들어가는 향수해례와 헌향게가 들어가는 사성례, 그리고 다게가 들어가는 신중단 예경과 헌향게가 들어가는 저녁의 오분향례를 전통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 예경의식은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21세기의 총아로 자리매김한 영산재와 더불어 문화포교와 템플스테이의 정수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의미 있는 종단의 자랑거리이다.
이 예경의식을 제법 착실하게 공부하였다고 면접을 본 스님들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의식 또한 제대로 공부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어 적잖이 안심이다.
사실 우리 종단의 사찰은 옛 영화가 어린 전통사찰에서 법란을 당하고 난 뒤 각자 눈물겨운 포교활동을 통해 개척한 작은 도량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찰에 상주하는 대중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미래를 이어갈 인재의 양성을 더디게 한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태고종은 동방불교대학을 교계 최초로 종립불교교양대학으로 설립 하면서 정규대학으로 승격을 염두에 두고 커리큘럼과 강사진은 정규대학의 수준으로 승화시켜왔다. 또한 다른 종단 사찰에서 운영하던 전통강원을 승가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변경시켰으나 전통종단임을 자부하는 태고종은 전통강원이라는 역사적 명칭을 올곧게 이어받아 지키고 있고, 종단의 종무행정과 교육체계 및 사회복지 등 대사회활동의 개혁 드라이브를 꾸준히 진행해 온 결과 종단의 사회적 이미지와 위상이 급격히 높아져서 해가 갈수록 출가하고자 하는 사람이 태고종으로 몰리고 있으며 세간의 화제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집중되고 있는 관심 속에서 몰리는 인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슨 교육을 시킬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수행이 먼저 필요한 승려는 수행을 하게 하고, 교화활동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이는 교화 활동을 지도하고 지원하며, 복지와 사회참여 활동에 관심이 있는 법려는 중생들이 신음하고 있는 현장의 적응력을 높여서 부처님의 10대명호가 지니는 상징성과 기능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범 종단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기간동안 은사는 상좌가 될 행자의 마무리 교육을 착실하게 시켜서 종단 합동 행자 수련원인 정수원이 설치되어 있는 태고총림 선암사로 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수원과 종단의 주무부서인 교무부 그리고 승려연수를 담당하는 교육원과 포교를 담당하는 포교원에서는 서로의 업무와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해서 행자교육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전통종단의 모든 것을 지키고 있는 태고총림 선암사의 소임과 대중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선암사 강원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행자교육과정에서는 행자들이 출가자로서 앞날을 바로 보고 수행과 교화활동의 로드맵을 작성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기본교육을 다양하면서도 내실 있게 교육해야 한다. 행자들이 교육과정을 통해 승려가 되기 전에 지녀야 할 기초교양을 착실하게 다질 수 있도록 지금까지 개 사찰에서 익혀온 예경의식과 헌공의식을 통일해서 일원화하고, 울력을 통해 대중생활의 참맛을 알게 하며, 강도 높은 참회정진을 통해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눈서리 속에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수행자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년동안 빛이 들어가지 않았던 동굴을 밝히는 것은 여러 개의 등불이 아니라 한 개의 등불이며, 여러 단계를 거쳐서 동굴이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단박에 밝아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은 새벽, 한 달의 시작은 초하루, 일 년의 시작은 정월, 인생의 시작은 어린 시절에 달려 있는 것처럼 ‘일자의 출가로 구족이 생천’할 수 있는 명안종사의 출현도 행자교육에서 그 밑바탕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심하여 바른 것만을 보고 익히게 하도록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행자교육을 해야 한다. 그것은 은사와 해당교구와 총무원 모두가 가져야 할 의무적 관심이다.
행자교육에 종단의 미래가 달려있으며 모든 종단이 태고종의 행자교육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음을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