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 최연소 수계산림신청자 김연지 행자

2005-09-01     한국불교신문


“부처님이 나의 어머니이시죠”

전통 종단 종도 라는 자긍심으로
아버지 따라 대 이어 출가

가을이 되면 절집은 분주해진다. 대학가의 새내기들이 봄을 말해주듯이 절집에는 가을이 오면 예비승려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종단은 매년 가을에 합동득도수계산림을 통해 예비승려인 사미(니)를 배출하는데 제29기 합동득도수계산림에 신청서를 낸 행자들 중 최연소 신청을 한 김연지(18세) 행자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가족과의 인연을 버리지 않아도 되는 태고종단의 매력에 빠졌어요.”
현재 담양공업고등학교 졸업예정자인 김연지 행자는 어린나이에 출가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쑥스러운 웃음으로 말했다.
“물론 저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철없는 소녀이지요. 하지만 어렸을 적 아버님 손을 잡고 절에 가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지요. 아버님이 불교에 입문하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불교에 빠져버린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부처님은 저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셨나봐요.”
담양 용화사로 출가를 한 김 행자의 아버지는 작년부터 태고총림 선암사 강원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것도 김 행자의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김 행자는 다른 종단에 수계산림을 신청할 수 있는데 태고종에 신청을 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조계종이나 다른 종단에 수계산림을 신청할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태고종은 한국정통 불교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태고종에서 스님이 되어도 부모 형제와 인연을 끊지 않고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태고종은 다른 종단과는 달리 부모 형제도 교화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기에 가장 가까운 대상인 가족을 버리지 않고 수행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고종단의 열린 교풍이 젊은 행자의 마음에 와 닿은 것이다. ‘출가는 도를 깨치고 안 깨치는 것의 문제이지 나이와 조건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김 행자는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봉원사에 가보니 절이 무척 커서 놀랐어요. 이제 겨우 소양시험과 면접이 끝났을 뿐이니까 선암사에서 진행될 합동득도수계산림을 준비 해야죠. 제가 알기에는 한국불교의 정통 종단인 태고종의 수계산림이라 그런지 매우 힘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보통일이 아니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죠.”
불교탱화에 관심이 많다는 김 행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불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예리한 지적으로 답을 대신했다.
“솔직히 요즘 젊은이들은 불교에 관심이 없어요.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환경이 그렇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찾아가지 않아요. 편하게 접촉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힘들게 산에 있는 절에 갈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젊은이들이 편하게 가서 즐길 수 있는 불교가 되면 젊은이들도 절에 많이 찾아 올 것입니다.”
자신이 머리를 깍은 모습을 본 친구들이 “다음에는 깍지 마라”고 해서 웃겼다는 김행자, 선암사 합동득도수계산림에 가면 무엇이 가장 걱정이 되냐고 묻자,
“아무래도 저보다 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라 대화상대가 없을까봐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수계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뒤에 보이는 해맑은 미소, 아직은 꿈많은 소녀인 김 행자지만 선암사 일주문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삼인당처럼 조용한 깨달음을 얻어 태고종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