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향기 찾아 떠나는 삼사순례(三寺巡禮)'
2006-09-22 한국불교신문
전북지방 삼사순례를 다녀와서 [태고사찰 삼사순례]윤달을 맞아 많은 불자들이 전국 각 사찰로 삼사순례(三寺巡禮)를 떠나고 있다. 지난 4일에 신촌 봉원사에서 떠난 삼사순례를 통해 태고종 전통사찰의 정취를 느껴본다. 인연은 억지로 맺는다고 되는것이 아닌 반면 언뜻 스친 인연이나 얘기치 않은 만남에서도 깊은 인연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기대감이랄까? 이른 아침 봉원사를 향해 길을 나서는 내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예로부터 삼사순례를 하면 지혜가 솟아나며, 몸에서는 향기가 나고 언제나 정신이 맑아 재산이나 자손들이 창성한다고 하였는데 그런 기대감에서인지 많은 불자들이 봉원사에 모여 있었다. 낯선 손님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처럼 맞이해 주신 봉원사 신도회 분들의 따뜻한 마음씨 때문인지 흐렸던 날씨도 점점 화창해져 푸르른 산과 들판을 만끽하며 목적지를 향해 갔다. [서방산에 날아든 봉황새] <완주군 봉서사> 처음 도착한 절은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면 간중리 서방산(西方山)에 위치한 봉서사(주지 월해스님)이다. 서방산이 봉황새의 형상을 하고 있어 봉이 깃든다는 뜻으로 지어진 봉서사는 산 중턱에 자리해 그 깊고 수려한 경치로 이름이 높은 사찰이다. 주차장에서 내려 가파른 산길을 오른 후 다다른 사찰경내는 오래된 석탑과 비석들로 인해 한 눈에 보아도 그 역사가 꽤 깊음을 알 수 있다. 대웅전에서 불공을 올리고 주변을 둘러봤다.서방산 여기저기 핀 꽃들이 법당을 감싸안으며 은은한 멋을 더했고 언덕위에 세워진 진묵대사 부도는 부처님의 위용처럼 당당해 보였다. 절은 부처님을 모시는 도량이지만 봉서사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등산객이나 불자가 아닌 사람도 가던 길을 멈추고 자연을 벗하며 한 숨 쉬어가곤 한다. 기도와 수행만을 위한 절이 아닌 어느 누가, 언제 어느 때에 찾아와도 편안하게 마음을 쉴 수 있는 안식처같은 곳이다. 점심공양 시간이 되자 스님들은 여러가지 나물들과 시원한 미역냉국등을 내어 주셨다. 깔끔하고 소담스런 음식들이 봉서사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신라 성덕왕 시절 해철(海澈)선사가 창건한 이후로 보조선사, 나옹선사, 진묵대사, 호산스님 같은 큰 인물들이 봉서사를 거쳐갔다. 특히 진묵대사는 16~17세기 이 절에서 출가한 뒤 오래 머물면서 절을 중창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기이한 일화를 남긴 대표적인 인물이다. 바늘로 국수를 만들어 먹은 얘기, 뜨물로 소나기를 만들어 불을 끈 얘기, 죽은 물고기를 다시 살린 얘기 등 그와 관련된 일화는 아직도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절 내부에는 대웅전, 관음전, 진묵전, 삼성각 등이 있으며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08호인 진묵대사 부도가 있다. [크고 작은 서원들이 이뤄낸]<마이산 탑사>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고 다음 목적지인 마이산 탑사(주지 혜명스님)로 향했다. 암마이봉(673m)봉과 숫마이봉(667m)이 말의 귀 형상과 같다고 하여 마이산(馬耳山)이라 불리는 이 산은 동양 유일의 부부산으로 알려져있다. 아득한 먼 옛날에 하늘에서 쫓겨난 한 산신부부가 속죄의 시간을 보낸 후 하늘로 승천하려다 잘못되는 바람에 그 자리에 굳어져 부부산이 됐다는 얘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진안군 마령면 마이산 도립공원에서 내려 20여분을 걸어 올라가면 탑사가 나오는데 도립공원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들도 많았고, 올라가는 길은 각종 먹거리와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특히 호수를 감싸고 있는 부부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의 플래쉬가 터졌다. 무더운 날씨 탓에 탑사에 도착하자마자 약수로 목을 축였다. 단지 시원하고 달콤하다는 식의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그 맛이 좋았다. 탑사 주변은 자연석으로 쌓은 수 많은 돌탑들과 부부산의 신비스런 모습이 장관을 이루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강한 태풍과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이 탑들은 1900년대 초에 전북 임실 태생의 이갑룡 처사가 30년에 걸쳐 세운 것으로 당초에는 120기 정도가 있었으나 현재는 80여기만 남았다고 한다. 특히 조탑자가 천지음양이치를 따져 음양의 산에 음양의 탑을 축조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탑사에는 대웅전, 산신각, 나한전 등이 있으며 1년에 약 1백 20여만명이 넘게 찾아오는 태고종의 대표적 전통사찰이다.[사방팔방 중생을 두루 살피는 부처님]<남원 관음사>삼사순례 마지막 행선지는 남원시 보절면 만행산 자락에 위치한 관음사(주지 청암스님)였다. 원래 이 사찰은 고려말엽에 보현사의 산내암자로 지어졌다가 일제 강점기에 폐사된 것을 1968년에 회주인 법운스님이 다시 중창불사를 한 것이다. 사찰경내로 들어서자 석탑과 소나무, 정원수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웅전을 중심으로 관음전과 지장전, 산신각 등이 원을 그리듯 둥그렇게 배치돼 있다. 한 눈에 보아도 잘 꾸며진 사찰을 보면서 그 동안 회주스님과 주지스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정성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회주를 맡고 있는 법운스님은 40여년의 세월동안 누더기 옷 한벌로 수행하며 이 고찰을 중창시켰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사찰이 이토록 크게 번창할 수 있었던 까닭은 신도들이 사찰의 재정을 모두 관리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투명한 운영방식이 신도들의 적극적인 불사와 사찰운영을 유도하게 만들었다. 대웅전 뒤에는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있으며 그 안에는 미얀마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다. 진신사리를 친견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본 순례에 참가한 불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이 진신사리는 법운스님이 미얀마의 원도피 에일칼라 대승정으로부터 보시받은 것으로 무명세계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성보친견(聖寶親見)의 기회를 주기위해 2006년 2월에 봉안한 것이다. 그 옆으로는 일명 움직이는 부처님이 있어 많은 불자들이 그 신비로움에 감탄을 한다. 앞을 보아도 옆을 보아도 언제나 나를 바라보는 움직이는 부처님의 자애로움에 모든 불자들이 줄을 지어 절을 했다. 관음사는 이 곳에 미얀마식 불사리탑을 건립하는 불사를 추진중이며 평화 통일을 위하여 불기2552년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추어 점안식을 봉축할 계획이다.삼사순례를 마치고 밤 늦은 시간에 서울로 돌아왔다. 몸은 집에 와 있지만 아직도 내 발걸음은 고찰의 도량을 걷고 있다 . 아름다운 풍경과 오묘한 석탑들 그리고 신비로운 부처님의 모습등이 머릿속을 맴돈다. 짧은만큼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긴 여운으로 남을 듯 싶다. 이번 삼사순례를 통해 맺은 인연으로 다음 생에도 꼭 불법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김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