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의 세계<1>
육조단경(六祖壇經)의 세계<1>
<전문>
생명은 무엇인가? 인류는 아직 생명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이론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생명을 해명할 수 있는 이론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생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불가사의(不可思議)라고 표현한다.
생명 속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내용과 시간과 공간을 포함하는 무진장(無盡藏)한 보고(寶庫)가 내장되어 있다. 생명의 내면에는 일체만법의 무가진보(無價珍寶)가 과부족없이 원만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진여(眞如)라고 표명하고 자성(自性)이라고도 언급한다.
무진장한 내용이 함장된 생명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에 이 보고의 현문(玄門)을 활짝 열면 오랜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생사고뇌가 홀연히 멈추어 선다.
생명이 내포한 활발발한 창발성은 여의보주(如意寶珠)로써 법계(法界)를 장엄(莊嚴)한다. 생명의 창발성에 의한 응용(應用)은 무궁무진(無窮無盡)한 묘용으로 나타난다. 생명의 진상과 묘용이 미묘하기 때문에 무상심심미묘법이라고도 언급한다.
생명의 창발성에 의한 미묘법을 직관하는 정신적 능력을 견성(見性)이라 한다.
견성(見性)의 무상묘법(無上妙法)은 여래의 구경목표인 동시에 모든 중생이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할 지표이며 대로(大路)이다.
초기선종의 초조 달마대사의 무상정법(無上正法)이 혜가, 승찬, 도신, 홍인선사에 그대로 전승되어 육조성사(六祖聖師)에 이르렀다. 이는 곧 영축산정에 높히 뜬 진여보월(眞如寶月)이 조계심저를 밝게 비추었음이다.
육조성사는 진여자성을 활연대오(豁然大悟)하여 일약(一躍)에 금륜보좌에 올랐다.
성사의 동문(東門) 신수(神秀)는 박학다문하였고 그 식견이 또한 천하제일이었다. 그렇지만 자성을 철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혜능선사에게 낙후되었다.
성사의 도덕(道德)은 천고(千古)에 특출했며, 성사의 법화(法化)는 사해(四海)에 충일(充溢)하였다. 그 법손(法孫)이 오늘에 이르도록 면면부절(面面不絶)하니 성사는 그 누구에게도 비교될 수 없는 일대사표(一大師表)였다.
선법의 뒤를 잇는 불재자들이 성사의 수시어구(垂示語句)를 수록하여 법보단경(法寶壇經)이라 이름하여 망망법해(茫茫法海)의 지남(指南)으로 삼았다.
보전(寶典)을 국역하여 만인에게 보시하니 광세(曠世)의 성사(盛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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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서언(序言) /2. 심사(尋師) /3. 명게(命偈)/4. 신수(神秀)/5. 정게(呈偈) /. 수법(受法)/7. 정혜(定慧)/8. 무념(無念) /9. 좌선(坐禪)/10. 삼신(三身) /11. 사원(四願) /12. 참회(懺悔) /13. 삼귀(三歸)/14. 성공(性空)/15. 반야(般若)/16. 근기(根機) /17. 견성(見性)/18. 돈오(頓悟) /19. 멸죄(滅罪) /20. 공덕(功德)/21. 서방(西方) /22. 수행(修行) /23. 행화(行化)/24. 돈수(頓修)/25. 불행(佛行)/26. 참청(參請) /27. 대법(對法)/28. 진가(眞?)/29. 전게(傳偈) /30. 전통(傳統) /31. 진불(眞佛) /32. 멸도(滅道) /33. 후기(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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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언(序言)
혜능(慧能)선사가 대범사(大梵寺) 강당의 높은 법좌(法座)에 올라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고 무상계(無相戒)를 주셨다. 그 때 법좌 밑에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및 도교인(道敎人)과 일반인 만여 명이 있었다.
소주(韶州) 자사 위거와 여러 관료 삼십여 명과 유가(儒家)의 선비 몇몇 사람들이 대사(大師)에게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해주기를 함께 청했다. 자사는 문인 법해(法海)에게 설법내용을 모아 기록하게 하였다.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함께 이 종지(宗旨)를 이어받아 서로서로 후대에 널리 전수케 하고자 이 <단경(壇經)>을 설하였다.
2. 심사(尋師)
혜능선사는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마음을 깨끗이 정돈하여 마하반야바라밀법을 호념하라!"
대사께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한참 묵묵하신 다음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조용히 들어라. 혜능의 아버지의 본관은 범양(范陽)인데 좌천되어 영남의 신주(嶺南新州) 백성으로 옮겨 살았다. 혜능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기 때문에 늙은 어머니와 아들은 남해로 이주했다. 외로운 아들은 가난에 시달리며 장터에서 땔나무를 팔았다.
어느 날 한 손님이 땔나무를 샀다. 혜능을 데리고 관숙사(官宿舍)에 이르렀다. 손님은 나무를 가져갔고, 혜능은 값을 받은 다음 문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 문득 한 손님이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들었다. 혜능은 한 번 들음에 마음이 밝아져 문득 깨달았다. 혜능은 손님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셨기에 이 경전을 읽습니까?"
혜능의 질문에 손님이 대답했다.
"기주 황매현(黃梅縣) 동빙무산에서 오조(五祖) 홍인(弘忍)화상을 예배하였는데, 지금 그 곳에는 문인(門人)이 천여 명이 넘습니다. 그 곳에서 오조대사가 승려와 일반인들에게 <금강경> 한 권만 지니고 읽으면 곧 자성(自性)을 보아 바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고 권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손님이 하는 말을 들은 혜능은 숙세의 업연(業緣)이 있는지라, 곧 어머니와 하직하고 황매현 동빙무산으로 가서 오조 홍인화상을 예배하였다.
홍인화상께서 혜능에게 물었다.
"너는 어느 곳 사람인데 이 산에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이제 나에게서 새삼스레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혜능이 대답했다.
"제자는 영남 사람으로 신주의 백성입니다. 멀리서 와서 큰스님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함이 아니옵고 오직 부처되는 법을 구할 뿐입니다."
오조대사께서 혜능을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너는 영남 사람이요 또한 오랑캐인데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에는 남북이 없지 않습니까. 오랑캐의 몸은 스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오조스님은 함께 더 이야기하시고 싶었으나,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을 보시고 다시 더 말씀하시지 않았다. 혜능을 내보내어 대중들과 함께 일하도록 하였다.
혜능은 한 행자가 이끄는 대로 방앗간으로 가서 여덟 달 남짓 방아를 찧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