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다성(茶聖) 초의 선사의 세계 <2>
2005-10-27 한국불교신문
신(神), 체(體), 건(健), 영(靈)의 다도관 완성한 한국차의 중흥조1. 머리말2. 출생과 출가3. 다산 정양용과의 만남4. 추사 김정희와의 만남5. 당대 인사들과의 교류6. 초의 선사의 차세계7. 초의선사의 예술세계8. 맺음말6. 초의선사의 차세계다신전(茶神傳)신라와 고려를 거치면서 생활 속으로 널리 퍼진 음다(飮茶)풍속은 본래 절집에서부터 시작되어 궁중과 양반 귀족 계급으로 퍼져갔다. 오래지 않아 그것은 다례(茶禮)로 의식화되고 상류사회에서 일반화되었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고려 때에는 귀족들의 지나친 차마시로 말미암아 차 재배에 종사하는 백성들이 혹사당하여 차나무는 서민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조선조가 끝날 무렵 음다풍습은 스님들이나 일부 양반 선비들에게만 희미하게 남아 전하게 되었는데, 이 때 초의선사께서 「다신전」과 「동다송」을 저술하여 ‘차 잘 마시기’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다신전은 차생활에 빠뜨릴 수 없는 필요한 지침서로서 1828년 한국차의 근원지 지리산 화개동의 칠불암 아자방(亞字房)에서 중국의 백과사전 격인 만보전서(萬寶全書)에 수록되어 있는 「다경채요(茶經採要)」의 요목을 정리, 초록하고 45세 되던 해에 대둔산 일지암에서 「다신전」으로서 정서하여 펴 낸 것이다.「다신전」의 내용은 찻잎의 채취, 차를 만드는 법, 차의 품질식별, 차를 보관하는 법, 차 덖는 불 가늠하기, 끓는 물 식별 법, 여린 차와 쇠어버린 차에 대하여, 물 끓이는 법, 차관에 찻잎을 넣는 법, 차 마시는 아취, 차의 향, 차의 빛깔, 차의 맛, 오염된 차, 샘물의 등급, 우물물이 차 끓이는데 적절치 못한 점, 물 받아 놓기, 다구, 찻잔, 행주 헝겊, 차의 위생관리 등 총 22개의 절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동다송(東茶頌) 「동다송」은 한국의 다경(茶經)이라고 불릴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 저술로서 스님의 나이 52세 되던 해(서기 1837년)의 봄에 ‘다도’를 묻는 해거도인 홍현주(정조대왕의 부마이며 여류시인 영수합 서씨의 삼남)에게 답하여 보낸 저술로, 한국 다도에 있어 불후의 고전(古典)이라 할 수 있다. 「동다송」은 총 31송(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다송의 대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첫째, 차는 인간에게 너무나도 좋은 약과 같은 것이니 차를 잘 마셔라.둘째, 우리나라 차는 중국차에 비해서 약효나 맛에 있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셋째, 차에는 지극하고 현묘한 경지가 있어 다도(茶道)라 하는 것이다.그리하여 스님은 신(神), 체(體), 건(健), 영(靈)의 다도관을 완성하여 설명하고 있다. 7. 초의 선사의 예술세계초의선사는 다방면에 걸쳐 예능을 떨쳐 보였던 예술인이었다. 그의 예술세계는 시(詩), 서(書), 화(畵) 세 분야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으며 그 대강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詩)스님의 시세계 경지는 당대의 내노라 하는 학자들이 경탄을 금치 못했던 높은 수준의 것이었다. 스님도 여러 문사들과 어울려 수시로 시회(詩會)에 참가하여 즐겼으며 이름난 문장가들은 앞다투어 스님과 교류하며 시작(詩作)을 함께 하기를 원했다. 홍석주의 ‘호남의 스님 초의는 학자, 선비들과 교류하기를 좋아하였는데 그의 시문은 속성(俗性)을 벗었고, 또 정결·간명하여 마치 당·송 시대의 그것과 같이 군더더기 없이 맑다’라는 표현과 신위(申緯)의 ‘시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 스님 가운데서도 시인은 많았으나 도중에 끊기고 말더니 이제 의순의 시를 얻었도다’라고 표현한 것만 보더라도 초의선사의 시세계가 지니고 있는 우수성과 탁월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서(書)초의선사의 제자인 범해각안(梵海覺岸)이 지은 동사열전(東師列傳)에는 초의의 범서(梵書)가 당시 모든 서예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스님의 서예 예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추사 김정희이다. 추사와의 교류에서 얻어 낸 그의 서예 예술관은 특유의 남다른 면이 있는데, 그는 언제나 제법불이(諸法不二)라 하여 모든 것을 하나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즉 차(茶)와 선(禪)이 둘이 아니고 그림과 시(詩)가 둘이 아니며 선과 시 역시 둘이 아니라는 특유의 논지인 것이다. 이러한 사상에서 쓰여진 그의 글씨는 앞서 언급한 추사와의 교류로 인하여 확대된 그의 서사능력(書寫能力)에서 분명하게 확립된 서예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그의 서사는 선사들이 자의로 서사하는 선필이 아니고 서법(書法)에 의거한 서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적인 정신을 읽을 수가 있다. 사진 1에 소개하는 스님의 서예작품인 ‘다로실(茶爐室)’이 그러하고 사진 2의 ‘선경(禪境)’과 ‘다연(茶煙)’ 또한 그러한 것인데, 삽기(澁氣)가 두드러진 작품이며 독특한 조형성이 보이는 쾌작(快作)이라 할 수 있다.화(畵)초의 선사는 시, 서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능했는데 특히 불화(佛畵)의 경지는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현재 해남 대흥사에 소장되어 있는 관음도 두 점은 스님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대광명전에 아로새겨진 단청 역시 스님의 걸작품으로 높이평가 된다.근대 한국화의 대가중 한 명인 소치 허련이 스님의 문하(門下)에서 시와 그림을 배웠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그림에 대한 스님의 천품은 충분히 짐작된다고 하겠다.불화 이외의 작품으로는 「백운도(白雲圖)」와 「다산초당도(茶山艸堂圖)」가 널리 알려져 있다.8. 맺음말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차문화는 원래 사찰문화에서 비롯되었다.다도는 스님들의 참선수행과정의 하나로서 확립된 것이어서 소박, 정결, 엄숙을 근본으로 삼는다. 오랜 수행에서 비롯된 높은 깨달음을 실천하는 스님들의 다법(茶法)을 두고 흔히 ‘걸림이 없다’, ‘차별이 없다’, ‘무애행이다’, ‘물 흐르듯 하다’고 하는 것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행과 인내 속에서 하나가 된 초월의 경계에서 우러나는 본 자연 그 자체를 말함이다.근래 들어 차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다도학과와 차문화 경영학과 등이 신설된 대학이 생겨났으며 ‘국제 차문화 대전’이 일년에 한 번씩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이는 건전한 국민건강과 정서생활에도 매우 도움이 되는 바람직하고 유익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많은 차모임이나 단체들이 뚜렷한 사상이나 구심점 없이 부유(浮流)하다가 흩어지기도 하고 법도에 어긋나는 소모적인 시비를 일으켜 다도에 의거해 바르게 차생활을 하는 차인(茶人)에게 적지 않은 폐해를 끼치고 있다.결론적으로 다도는 차(茶)라는 물질적 세계와 도(道)라는 철학적 사유세계가 합쳐진 말로써 차를 통해 도의 경계에 들어간다는 뜻인데, 우리 다도인들은 다성(茶聖) 초의(艸衣)선사의 다선일여(茶禪一如)의 가르침을 본받아 다구를 준비하고, 끓이고, 마시는 일상의 평범한 행동 그 자체에서 우리의 자아를 발견하고 이상적인 삶을 깨우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초의선사는 또 「다여군자 성무사(茶如君子性無邪)」라고 하여 차인들을 경계하기도 했다. 초의선사의 이 경계의 말씀은 ‘차의 성품은 군자와 같아서 삿됨이 없다’라는 뜻인데, 다인(茶人)은 모름지기 인간다워야 하고 꾸준히 수행하여 군자(君子)다운 품격을 갖추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소납 송강이 미련하고 재주없는 솜씨나마 금번에 정성을 다하여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마련한 「서예·서각·나무 모음전」도 이러한 초의선사의 가르침을 좇아 마련한 것임을 이 기회에 말씀드린다.끝으로 ‘돌샘물로 차를 끓이다’라는 초의선사 차시 한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石泉煎茶(석천전다)하늘빛은 물과 같고 물은 연기와 같다이곳에 와서 노닌지 이미 반 년밝은 달과 함께 잠든 밤 그 얼마던가맑은 강은 조는 백구를 짝했네.마음속엔 본래 미워함도 시기함도 없었거니어찌 헐뜯고 칭찬함이 귓전에 들리리소매속엔 아직도 경뢰소(驚雷蔬)차가 남았으니구름따라 두릉천 다시 찾는다.참고자료·艸衣茶禪集 - 불광출판부·阮堂評傳 - 학고재·艸衣 - 김영사·한국인과 茶 - 다른세상·草衣禪師 - 도서출판 일·茶人艸衣禪師遺墨 - 백선출판사·한국의 茶詩 - 민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