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 신촌 봉원사 사하촌

2005-10-27     신원식
주민과 스님들의 정이 익어 가는 마을한국불교 태고종은 ‘대승교화’를 표방하는 종단이다. 많은 사찰들이 산 속 깊이 숨어있는데 반해 태고종의 사찰들은 도심이나 마을근교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종단의 ‘대승교화’이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종단의 총본산 봉원사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으로 가보았다. 서울이라는 단어는 빽빽이 들어선 건물, 자동차 소음, 북적이는 사람들 등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런 서울 한복판에 시골의 전원모습을 옮겨놓은 듯한 동네가 있다. 서대문구 봉원동, 이곳은 북적스러운 서울의 다른 동네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우선 콧속에 들어오는 공기가 탁하지 않았고, 새벽녘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가 이색적이다. 또한 간간이 들려오는 목탁소리는 어느 한적한 산사를 찾은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주민들과 스님들이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부처님의 가피로 정을 나누는 곳“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른다고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이 동네에서는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조차 아는걸요.”봉원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있다는 김희창(26)씨. 그의 말처럼 이곳은 정이 넘쳐나는 곳이다. 얼마 전 그의 누나 결혼식 때는 버스한대가 모자라 12인승 승합차를 한 대를 더 대절했다고 한다. 이곳의 지명 봉원동(奉元洞)은 한국불교 태고종 총본산인 봉원사에서 비롯했다. 대다수의 태고종 사찰은 깊은 산속이 아니라 도심이나 마을근교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하여 마을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며 교화하고 있다. 또한 스님의 자제도 지역주민들의 아이들과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니며 어울린다.봉원사는 다른 태고종의 사찰에 비해 규모가 매우 크지만 대승교화라는 이념자체는 다를 바가 없다. 큰절에서 큰스님 한번 만나려면 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봉원동 주민들은 사찰을 친정집 드나들 듯하면서 사소한 가정문제부터 커다란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며 스님들에게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불교의 숨결 마을 곳곳에동네 어디를 가도 불교의 향기가 풍긴다. 관세음보살이 합장하고 동쪽 하늘을 우러러보고 누워있는 모습이라는 데서 명칭을 따온 관음바위를 보면 이곳이 예부터 불교적 역사가 깊은 곳임을 알 수 있다. 저녁 무렵이면 봉원동 안산(이화여대에서 연세대로 이어지는 산이름)위로 마치 물에다 물감을 풀어놓듯 노을이 퍼진다. 그 노을을 보고있노라면 혹시 저녁밥 하는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 마저 든다. 동네의 많은 집들에는 많은 연등이 달려있다. 봉원사 스님들의 사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들의 집에서 연등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도시에 살면서 이웃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옆집에 살면서 한마디 대화 없이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으로 살아온 우리민족에게 이러한 현실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기에 주민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봉원동은 그런 의미에서 ‘한줄기 희망’같은 것이 아닐까.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주민간의 공통적 정서, 즉 불교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