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은 1950년대 법난의 희생을 딛고 일어난 한국불교의 정통종단이다. 태고종을 창종했던 초기의 선사(先師) 스님들은 평생 몸담고 있던 사찰을 빼앗기고 졸지에 거리로 쫓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뜨거운 신심 하나로 인법당에서 시작하여 사찰다운 사찰을 건립하고, 종단다운 종단으로 그 면모를 일신시켜왔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기적이었다.

그러나 창종주에서 제 2, 제 3세대로 이어지면서 태고종 창종 당시의 애종심과 종단관은 많이 퇴색되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종단 내홍까지 겪었다. 선대(先代) 태고종도들이 가졌던 간절한 구법구종(求法求宗)의 정신을 잃어버린다면 우리 종단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종단이 안고 있는 시급한 과제는 대승교화종단을 지향하는 태고종만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한국불교에서 태고종의 위상을 드높이는 작업일 것이다.

학자들은 현대를 ‘탈종교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종교 때문에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따라 현대인들은 종교에 염증을 느끼고 점차 종교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의 영향으로 국내의 종교 인구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특히 불교는 지난 10년 사이 3백만 명의 신도가 줄었다는 통계는 큰 충격을 주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3백만 명의 신도가 불교를 떠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집행부는 무엇보다도 ‘전법포교’를 잘 할 수 있는 온갖 방안을 강구해 종책에 반영시켜야 한다. 농촌에 위치한 사찰들은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은 아예 종교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

불교 인구의 감소로 각 사암의 주지스님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종단은 살아남을 뿐 아니라 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종단은 이러한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한시바삐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 종단에는 숨은 인재들이 많이 있다고 본다. 또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의 길을 따라 가겠다는 굳은 서원으로 묵묵히 정진하는 수행자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자산들을 활용하여 종단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태고종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종단사 연구와 아울러 종책 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립이 시급하다. 이러한 종단기구에서 앞으로 태고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종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내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면 우리 종단은 의외로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다.

또한 공직에 종사하다가 은퇴 이후 출가한 인재들도 적재적소에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종단 차원에서 배려해 주는 것도 새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리기보다는 50년 후, 100년 후를 생각하여 태고종이 한국불교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제 26대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의 취임과 더불어 새 집행부가 가동되었다. 장기간의 내홍 끝에 구성되었기에 새 집행부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크다. 다른 종단들도 관심을 갖고 태고종을 지켜보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책무를 떠안은 새 집행부에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불교의 장자종단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종단의 위상 정립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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