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대 총무원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출마자 모두가 종단 위상 제고와 화합 그리고 부채청산을 위해 출마했다고 출마의 변(辯)을 말한다. 한동안 우리 태고종의 총무원장은 무능 아니면 종단을 부채종단으로 만들어 왔고 현 출마자들처럼 부채청산을 외쳐왔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부채청산을 출마의 변으로 말해야 하는 아픔을 안고 있다.

해방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선진조국을 이루고자 지금까지 노력해 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선거는 그동안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도 아직도 지연, 학연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이 짊어져야 함에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요즈음 말 많은 4대강 사업을 보면 당시 이명박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왔던 것인데 4대강 사업이 자연재해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대통령이 된 후 공약인 4대강 사업을 시작하자 아이러니컬하게도 표를 던진 사람들이 반대하고 시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사람과 공약,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헤아리지 않고 지역과 당만 보고 무조건 투표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치러야 할 총무원장 선거는 어떠한가. 지난 총무원장 선거를 돌아보면 사회를 선도해야 할 종교인 집단임에도 오히려 대선이나 총선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부채청산이나 종단 위상은 돈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총무원이 수익단체가 아니다 보니 종도들의 주머니가 아니면 해결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 일시에 많은 돈을 내 종단의 부채청산을 해 줄 수 있는 후보자가 있다면 무조건 표를 던지겠다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본다. 종단의 가장 큰 현안이 부채 청산이다 보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종단은 부채만 해결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발등의 불이 된 부채청산은 물론, 종도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종단의 면모를 쇄신하여 위상을 바로 세우는데 불퇴전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종교인에게 주어지는 잣대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다. 특히나 승가는 출가자 집단이다. 출가자 집단을 대외적으로 대표하고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은 출가자로서의 모습도 갖추어야 하고 종도들을 화합으로 이끌고 대외적으로 정치도 잘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봉사는 진실한 마음으로 나서야 하고 스스로 재정 안정을 통한 봉사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총무원장이라는 명예를 탐하거나 직위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챙기려 하는 사람이 총무원장이 된다면 우리 종단은 과거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난 세월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종단은 출가자 집단이다. 그리고 그 출가는 부처를 이루기 위해 부처님을 보고 출가한 것이다. 출가를 위해 은사를 정하고 또 법사를 정하지만 그 근본은 부처님의 제자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종단이 위기 상황인 이 시점에서도 문중을 따지고 스승을 따지고 친소(親疎)를 따져서야 되겠는가. 크게는 부처님을 배신하는 일이고 작게는 신도를 기만하는 일이다.

진실로 종단을 위해 일할 공심을 가진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고 나아가 한국불교를 융성시킬 지혜와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도 안 된다면 최소한 종단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자는 배척해야 한다.

지금 출마한 네 후보는 각자 훌륭한 공약(公約)들을 내놓고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출중한 지도력과 능력, 덕망을 지닌 스님이 새 총무원장이 될 수 있도록 선거인단은 전체 종도의 여망을 잘 받들어 현명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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