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경계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주인 되는 길 찾기를”

▲ 혜초 종정 예하.

선사가 물었다.
“너는 누구냐?”

수좌는 앞이 캄캄했다.
“나는 누구인가? 묻고 있는 이 놈은 누구인가?”

모든 유 • 무 현상에 관한 근원적 의문, 이 뭣고(是甚麽)

위와 같이 스승이 학인에게 깨달음의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하여, 사리에 밝음과 어두움[明眛利鈍]의 경계에 걸리지 않는 자기주체의 묘리(妙理)를 찾는 방편으로 공안(公案)이나 게송(偈頌) 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임제선사는 “어디서나 주체성을 잃지 않으며, 주인공임을 자각하는 슬기로운 사람은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데, 그 자리가 바로 진리의 자리이다(隨處作主 入處皆眞).”고 했어요. 즉 스스로 깨달음의 주체가 된다면, 지금 바로 이곳이 환희가 넘치는 진리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노자도 “다른 사람의 현명함을 아는 것은 지혜이며, 밝음은 자기의 현명함을 아는 것이다[知人者智 自知者明]”고 하였는데, 이는 자기 자신을 밝혀 아는 것이 무엇보다 귀중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수행자에게 자기를 찾는 것보다 중요하고, 긴박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부디 전국의 선방수좌들은 이번 하안거 정진을 통해서, 인간 삶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바깥경계(外物)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는 길을 목숨 걸고 찾아야 할 것입니다.

三界猶如轉法輪
삼계가 오히려 얽매여서 수레바퀴 굴러감과 같으며,
人生亦然水流去
인생 또한 그러하여 물 흘러감과 같도다.
生動萬類諸衆生
살아 움직이는 모든 종류의 중생들이여,
今日不知來日去
오늘을 알지 못하나니 내일 갈 것을 모르는 도다.

                                    불기 2561년 5월 10일

                                         종정 혜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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