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현 <서울 열린선원장 • 전 총무원 부원장>

▲ 법현스님(서울 열린선원장, 전 총무원 부원장)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다. 아니 5.8도의 경주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지진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생각들이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가상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보면서 많이 달라졌다. 나는 환경단체 사람들과 한 번, 그리고 은평구 주민들과 또 한번 그 영화를 보고 토론회까지 한 바 있다. 볼 때마다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렀다. 물론 그 이전에 불교계의 환경 • 탈핵 관련 단체 활동을 하면서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여하고 탈핵시설들을 둘러보면서 정확한 지식을 얻기도 하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과학과 불교학의 학제간 연구를 통해 불교계가 안전한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본 원자력과 생명, 그리고 평화’라는 학술논문을 쓰기도 하고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조계사에서 시청과 인사동 또는 광화문을 돌아오는 ‘탈핵홍보 서울길 걷기 캠페인’을 1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종교계 탈핵단체 및 관련 학계의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연대하며 정확한 지식을 얻고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교쪽에는 불교생명윤리협회와 불교환경연대,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등이 관련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종도들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했으면 싶다.

활동을 통해서 또는 거리에서나 주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에 관해서 무지에 가까운 맹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늘 놀란다. 핵발전소라고 외국에서 부르는 것을 원자력발전소라고 아는 것에서부터 무명은 시작된다.

핵발전소가 없어지면 암흑천지로 변할까 걱정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량의 7할 정도를 핵발전소가 감당하는 것으로 알고 50여기 넘는 발전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다 생생하게 잘 돌아가리라 생각한다. 사실 핵발전소는 국내 생산량 가운데 3할 미만의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다. 24기 발전소 가운데 13기만 제대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고장이거나 점검중이다.

그런데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잠깐 에너지 부족이 있었다가 아직까지 모자라다는 보고가 없었다. 즉 13기만의 발전소로도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면 더 적은 발전소로도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수원과 정부에서는 발전소 수를, 짓고 있는 6기와 지을 예정인 4기, 그리고 10기 이상 더 지어 50기까지 늘리려고 한다. 게다가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억지로 10년 이상 더 연장하려고 하고 있다. 매우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관련 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관련 연구를 통해서 재화를 형성하고 있는 학자들과 그 가족들이 아니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그 쪽 기관과 사람들에게 로비를 받은 정치인들과 행정관서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도 겉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척해도 속으로는 ‘나 떨고 있지 않아?’일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인들보다는 조금 더 원자핵발전소의 위험성에 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을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사고에 이어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해 우리에게 강력하게 각인된 후쿠시마사고는 쓰나미 때문이었다. 2011년 3월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곧이어 들이닥친 거대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소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2만 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6년이 지난 지금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으며, 아직도 17만여명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폐로까지는 4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아는 이들은 더 무서워하는 것이다.

나라의 정책은 국민이 뽑은 지도자와 행정가가 수립하고 집행한다.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각성해야 한다. 이번에 뽑는 대통령과 뒤에 뽑을 국회의원의 공약을 살펴보고 또 직접 물어보아 탈핵에 관한 약속과 대체에너지 개발 정책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해서 그들을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들에게만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핵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은 핵발전소도 계속 짓고 핵폭탄까지 계속 제조하는데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밥줄이기 때문이다.

노후한 핵발전소 시설은 순서대로 가동 중단한 뒤 안전하게 해체하고 새로운 핵발전소 건설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핵 발전은 더 이상 값싸고 깨끗하며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범위를 적게 가지면 단기간에는 깨끗하고 값싼 것일 수 있으나 먼 미래까지 보면 절대로 싸지도,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않다는 것이 규명되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탈핵’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은 물론 일본보다도 작은 땅덩어리여서 핵발전소 근처에 1천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피해가 아주 클 것이다. 더구나 지진의 영향이나 쓰나미에 대해서 예측한 정도가 미약하며 안전불감증이 도에 달해서 큰 걱정이다. 국민들의 책임분담의식도 낮은 편이다.

‘판도라’에서처럼 아무 생각 없다가 우왕좌왕하기는 일반 국민들이나 정치, 행정의 지도자와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2012년 방문했던 독일의 대중교통수단인 전차 등에서 30도가 넘는 온도에 에어컨을 켜지 않았는데도 아무도 불평하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국민의 의식이 깨어나야 지도자라는 이들도 깨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일이었다. 사랑(慈悲)과 슬기(智慧)가 두 날개인 불교도들의 바른 견해와 바른 행동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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