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고종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에 대해'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김경호 불교지식네트워크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1. 왜 직선제가 필요한가?

1) 급격한 사회 변화와 불교의 위기

∎국가 사회가 급변하는 속에 종교의 존립기반이 요동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비정규직이 절반, 청년실업의 증가, 1인 가족 증가, 인구 절벽, 고령화사회 등 종교를 받쳐주는 사람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
∎2015 인구 센서스의 충격 – 불교인구 3백만명 실종.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태고종단의 위기 – 2016년 사건의 충격. 사회적 신뢰는 상실되고 일반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다. 내부 구성원들은 공동체의 일원임을 부끄러워한다.
∎생각해야 할 것은, 지금 종교가 서 있는 지형이 21세기라는 점이다. 국민소득 3만불,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고학력 국민이 대상이다. IT 혁명으로 정보가 빛의 속도로 오간다. 과거 농경시대의 국민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변화를 수용하고, 종단이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선제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2) 직선제를 도입하려는 이유

∎ 직선제를 추진하려면 “무슨 직선제?”이고 “왜 지금 직선제인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이해하기로는 종단의 대표자를 종도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선출하는 직선제이며 이는 종도들의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 소수에 의한 선거방식이 종단분규의 원인으로 진단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직선제는 단순히 선거제도일 뿐이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직선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가? 종단 빚이 청산되고 교세가 확장되며 도제 교육과 사찰문제가 해결될까? 갑자기 1위 종단이 될까?
단순한 선거 제도에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 장점이 뚜렷한 반면 단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
∎ ‘어떤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가?’ 하는 점이 선행돼야 한다.
직선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종도들이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이다. 그러기 때문에 종도들의 평등한 권리가 보장되고, 종단의 주인이 되고, 종단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두가 변화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가 만족스럽다고 해서 모두가 기득권은 아니며, 변화를 거부한다고 해서 반개혁은 아니다. 나름의 입장과 이유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설득하지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후유증이 생긴다.
∎ 직선제가 하나의 제도라고 한다면 이전의 다른 제도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먼저 묻고 싶다. 내부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2016년 종단 분규의 원인과 책임은? 어떤 훌륭한 메시지도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준비과정과 대중과의 소통을 생략한다면 제도를 만들어도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3) 조계종의 직선제 추진

∎ 오랜 시간을 들여 대중의 뜻을 모아나가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계종에서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대중적 열망이 일어나는 것은 조계종의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이다. 직선제가 아니어서 일어나는 온갖 불평등, 불합리, 종단의 파행과 부패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대중의 각성과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계종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의 원인과 뿌리를 찾아가다보면 대중소외, 참종권의 부재가 드러난다.
∎ 조계종에서는 종회에서 총무원장을 선출하다가 1994년 종단 개혁을 맞이했다. 종회를 장악한 서의현 원장의 3선을 막아내는 길은 초법적 승려대회밖에 없었다. 이때 개혁세력 내부에서 직선제 열망이 높았다. 그러나 원로 중진들이 직선제를 거부하는 현실의 벽을 인정해야 했다.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선거인단의 확대다. 81명 종회의원에 24개 교구본사 당 10명씩의 선거인단을 더한 321명의 간선제. 그러니 이 제도도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폐해가 드러났다. 유력한 정치파벌이 손을 잡으면 대중의 뜻과 상관없이 권력을 결정할 수 있고 나눠먹을 수 있다.
∎종단 내 정치파벌들이 손을 잡아 압도적 지지로 출범시킨 현 자승 총무원장은 33대 임기를 거치며 착실하게 종단 내지지 세력을 확대해 나갔다. 그 결과 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재임 불출마논란을 잠재우고, 경쟁후보인 보선스님을 압도하면서 다시 선출되었다. 그리고 올해 10월, 다시 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으나 대부분의 후보들이 현 자승원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처지이다. 누구를 낙점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사실 직선제는 자승 총무원장의 34대 선거 공약이었다. 그러나 직선제는 그간 형성해온 자기 파벌의 권력 재생산구도가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염화미소법’이라는 뽑기 선거제도를 제안하기도 하고 직선제가 되면 비구니들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성대결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온갖 사건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돌파구로 마련한 100인 대중공사에서조차도 직선제 지지가 60%가 넘었다. 결국 종회에서 직선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자 이제는 대중공사에서의 여론조사 방법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서 1000명의 스님을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 오히려 81% 지지라는 결과를 얻었다.
도저히 명분상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직선제는 앞날이 불투명하다. 종회를 거쳐야만 하는데, 종회야말로 기득권의 최후 보루와도 같기 때문이다.

▲ 발제 후 질문하고 있는 경남교구종무원장 법성스님.
▲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법담스님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자는 작년 초, 첫 번째 대중공사가 끝난 직후, 직선제보다는 염화미소법이라는 간선제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 <불교포커스>에 칼럼을 실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이야기했다.

∆ 직선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은 거짓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유권자 매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기득권에게 불리할 뿐이다.
∆ 직선제는 관리가 어렵다는 말은 거짓이다. 이미 결계와 포살로 전체 대중이 연2회 모이고 있다.
∆ 불교 전통에 어긋난다? 자자와 포살, 대중공사, 승려대회는 무엇인가? 오히려 몇몇 권승들이 짬짜미해서 대중의 참종권을 박탈하는 간선제가 비승가적이고 비전통적이다.
∆ 불교만의 고유한 방식이 없을까? 직선제는 세속 선거제도가 아니라 직접 참여방식의 대중공사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자들은 ‘직선/간선’의 ‘참종권’ 주제를 왜곡하기 위해 ‘세속/출세간의 불교고유방식’이라는 프레임을 들이미는 것이다.)
∆ 승단의 일에 재가자는 관심 갖지 말아라? 1700년 불교의 역사 문화유산의 계승과 발전에 관한 일이기에 일부 정치승의 영역이 아니라 사부대중, 나아가 온 국민이 마땅히 관심가질 일이다. 당장 이부중 사이의 평등도 외면하면서 승단 어쩌구 거짓말하지 말라.
∆ 누가 뽑힐지 몰라 오히려 공정하다? 이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이 신뢰받지 못하고, 게다가 최종 결정을 우연에 맡기자는 말은 더 말이 안 된다. 차라리 13000명 전체 승려 명부 가운데서 뽑기를 하면 진정성을 믿겠다.
그러므로 ‘통제할 수 있는 – 이라고 써 놓고 ‘매수할 수 있는’이라고 읽는다.- 규모의 간선제선거인단이 중요할 뿐. 그래야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력을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

이상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계종단 내부에서 끊임없이 선거제도의 폐해를 이야기하면서 종교집단에 선거라는 제도는 결코 들어서서는 안 되는 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집단의 문화지체를 반증할 뿐이라고 본다. 사회는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 사회,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불교계는 여전히 봉건시대 농경사회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불교의 전근대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다.

▲ 보타락가사 회주 법진스님이 공청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 서울남부교구종무원장 재홍스님이 질문하고 있다.

 

 

 

 

 

 

 

 

 

 4) 태고종의 발전을 바라며

∎ 기존 선거제도로는 하나로 가는데 무리가 있다. 전 종도가 하나로 가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주어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참종권을 주어서 종단 발전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 태고종이 조계종보다 나은 점은 이미 종회에 신도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4부대중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비구 비구니 2부중만의 직선제로는 곤란하다. 제도 도입 초기에 단초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조계종은 대표자에게 부여된 인사와 재정 권한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결사적 대결이 되기 쉽지만 태고종은 상대적으로 이익규모가 크지 않아 중립적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 한국불교의 양대 축인 조계종과 태고종에서 직선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시대적 대세인 듯 하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다. 물론 근대사의 아픈 과거사를 보면 조계종은 태고종을 물리적으로 부정하면서 성립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조계종의 정당성과 장점을 강조할수록 태고종은 청산해야 할 과거, 혹은 부정해야할 악으로 규정될 수 있다.
∎ 하지만 조계종 중심주의의 사고를 하는 나로서도 태고종의 가치와 긍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유산의 계승에서 태고종의 지분은 분명히 있다. 더욱이 태고종 사찰과 스님 대부분이 생활밀착형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이다. 살려야 한다.

  2. 직선제란 무엇인가

∎ 직선제와 대비되는 것은 간선제. 대표자를 어떻게 선출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직선제를 말할 때 선출 방법, 제도적 장치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직선제가 아니기 때문에 빚어지는 불평등, 소수자의 권력 독점, 그로인해 일어나는 부패와 공동체의 파행 운영, 그리고 대중을 배제시키고 소통하지 않는 불통을 말하는 것이 본질적 직선제의 내용이다.
그래서 대중을 참여시키고,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지적받고 개선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중을 주인의 위치로 정상화하는 방법으로 직선제를 말하는 것이다.
∎ 비전과 종책을 설득하고 동의하는 일련의 과정이 직선제 선거과정. 참여하는 이들이 동의하는 공동의 비전이 된다. 의무에는 권한이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 종단구조는 종도에게 의무만 부과할 뿐 권한은 부재한 기형적인 모습이다.
∎ 현 태고종의 종단 구조에 의하면 160명이 종단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한다. 3800명 가운데 불과 4%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6%에게는 관계없는 일이 된다.
이런 방식에는 필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귀찮은 노력보다는 소수를 대상을 타협하고 필요하다면 적당히 나눠먹거나 매수해버리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나머지 96%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을 마치 남의 일을 바라보듯이 외면하게 된다.
∎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집단의 대표자를 선출한다고 해서 종교적 가치를 대변하는 참 종교인을 뽑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중의 권한을 위임받은 성실한 관리자를 뽑는 일이다. 집단의 평균 정도의 자질만 갖추면 된다. 너무 엄격한 종교적 인물 기준을 들이대면 곤란하지 않을까?
사회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지도자를 모시는 것은 이상론이기는 하지만 현실론이기는 어렵다.

   마무리하며

직선제를 통해 신뢰받는 리더십이 정착되면 종단의 시급한 과제를 추진할 힘을 얻는다. 도제 교육, 종단의 문화 등 목적사업, 그리고 재정 건전화를 도모해볼 수 있다. 직선제가 되어서 믿음이 생기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현재 제도로도 만족한다고 종도들이 합의한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불교에는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나날이 이탈하는 신도, 왜소해지는 교세, 박제화 되는 불교의 꺼져가는 불꽃을 바라만 볼 뿐이다.
직선제는 구경꾼에 불과하던 종도들을 주인으로 새롭게 세우는 일이다. 관심과 참여로 주인이 될 때 그 집단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다.

김경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불교사회문화연구소 연구간사 민중불교운동연합 기획위원장 조계종 개혁회의 홍보과장 · 포교원 포교연구과장 등 역임. 불교지식네트워크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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