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풍경소리, 전각 정고암, 그림 박준수. 운주사 刊, 값 13,800원

17년동안 전국 지하철역에 게시됐던 ‘풍경소리’서 100편 뽑아 엮어

“어떤 사람이 개에게 우유가 좋다는 말을 듣고 붙잡고 앉아 우유를 먹였습니다. 억지로 우유를 먹일 때마다 개는 싫다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어느 날 개가 실수로 우유 통을 넘어뜨려 바닥에 엎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가 다시 다가와 핥아먹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제야 개가 우유를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판단만으로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은 애정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베풀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지하철은 대도시 시민들의 발이다. 수도권에서만 하루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숫자가 8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벽에 붙어있는 ‘풍경소리’ 포스터에서 잔잔한 깨달음을 주는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읽었을 것이다.

광고나 정보가 지금처럼 넘쳐나지 않고, 아직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이라 사람들이 무료하게 지하철을 기다릴 때인 지난 2000년의 어느 날, 지하철역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포스터가 부착되었다. 바로 ‘풍경소리’다.

풍경소리는 게시되자마자, 사람들의 가슴에 훈풍을 불어넣어주고, 단단하게 닫혔던 마음에 쨍~ 하고 균열을 내주고,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주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한 번쯤 생각하게 해주는 글과 그림으로 시민들의 눈과 발길을 사로잡았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두 번씩 바뀌는 풍경소리 게시판은 그렇게 시민들의 마음에 조금씩 조금씩 여운을 남기며 친근한 혹은 기다리는 매체가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17년 동안 쌓인 글들 중에서 대중의 마음에 더 가깝게 다가갔던 100개의 이야기를 가려 뽑아 엮은 것이다. 100개의 이야기들은 그 성격에 따라 네 개의 장으로 구별했다.

첫째 장 ‘돌아보기’는 우리의 삶과 인생을 돌아보며 내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둘째 장 ‘바라보기’는 우리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날뛰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이야기들을, 셋째 장 ‘통찰하기’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견지하면 좋을 삶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들을, 넷째 장 ‘알아차리기’는 언제 어디에서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마음챙김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다스리고 알아차려서’ 개인과 공동체 모두 행복해지자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전각으로 유명한 고암 정병례 선생과 동양화가 박준수 선생이 각각의 이야기에 맞는 그림을 그려 넣어 여운을 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마치 독립된 한 권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멋과 풍취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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