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불교계는 몇 년 전만 해도 ‘2천만 불자’라고 습관처럼 말해왔고 최근까지도 ‘천만 불자’라며 신도수가 제일 많음을 자랑해 왔다.

그런데 1700년 역사와 한국사회의 정신문화를 이끌어왔다는 자긍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충격적 인구 조사가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19일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 에 따르면 10년새 불교인구가 3백만명 가까이 줄어 개신교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물러앉았다. 더욱이 개신교와 가톨릭을 합친 전체 기독교인구는 불교인구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불자 보다 기독교신자가 더 많을 거라는 기미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주위에서 불자보다는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기독교인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고, 문화, 복지, 교육, 방송연예, 의료,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독교의 영향이 거세기 때문이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이번 ‘인구 총조사’ 결과를 놓고 ‘과거 전수(全數)조사를 해오다 이번엔 표본조사를 하는 등 조사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또 전법을 하려고 해도 상당수 한국불자들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교리 등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부처님께 복을 구하고 그저 절에 다니는 것만 만족해 하는 경우도 많다. 불교 가르침의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진정한 불자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 종단의 많은 스님들이 교리를 가르치고 법문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다. 법회는 열어도 스님이 법문을 하지 않는 사찰도 일부 있다. 설혹 법문을 하더라도 ‘OO기도에 동참하라’는 류의 행사알림이 주된 내용인 곳도 많다. 

그러나 법회에서는 가슴을 울리고 감동과 깨우침을 주는 법문을 하도록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감동과 깨우침을 주는 법문을 자주 들을 수 있는 사찰의 신도수는 줄어들 리 없다.

사찰에는 정규적인 교리강좌와 경전강의를 개설하고 수행과 상담을 상설화해 불자들이 불교에 대해 바른 이해와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배우고 익힌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게 하여 현장에서 봉사하며 자리이타의 불교적 삶을 확인하는 그러한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종교인구는 조사가 거듭될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지난 2005년에 비해 9%(2백97만명)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주된 원인은 젊은 층(10대~30대)에서 종교인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그동안 어린이 청소년 포교에 소극적이었고 노령층 인구가 많은 불교는 어린이 • 청소년 포교 대책을 시급하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될 위기에 봉착했다.

젊은 세대들이 불교와 친근해 지도록 문화포교와 수행포교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을 적정하게 책정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헬조선’이라 불릴 정도로 힘든 이 시대, 젊은 세대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할 때 불교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지난 연말, ‘종교인구 집계 발표에 따른 한국불교 현실의 진단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의 다음과 같은 이혜숙 교수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냉정하게 불자가 많고 적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번 기회에 무엇이 불자다운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고 질적으로 뛰어난 불자가 돼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 많은 숫자보다는 보다 영향력 있는 불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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