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의 헌정유린 국정농단을 바라보며 온 국민은 분노와 자괴감에 빠졌다. 연설문부터 주요 인사, 각종 문화 • 경제 정책, 심지어 외교, 안보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아연실색했다.

대통령이 국가 통치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비선라인에 의지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른바 ‘사이비 종교인’에게 국가 대사를 맡기고 그의 손에 중대 국사가 결정돼 왔다는 점에 국민들은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출되는 과정부터 맑지 못하여 국정의 추동력을 가지지 못하고 그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걱정을 자아냈다. 그러나 지나간 가정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거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이력을 보고 착각한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을 바라보고 갈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소통과 변화를 거부하고 불통으로 일관된 국정 운영으로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이는 곧 민생과 경제 파탄, 국정파탄을 불러왔다. 국정원 댓글 사태, 건국절 논란, 세월호 사태, 메르스 사태 등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더욱이 최순실과 ‘문고리’ 측근들의 게이트 홍수에 휩싸여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식물대통령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이끌 자격과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은 최근의 지지율 조사에서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남북대치 상황의 우리나라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뜻밖에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워 우려하던 도널드 트럼프가 새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그는 알려진 대로 주한미군 주둔비를 많이 올려야 하고 한국도 필요하면 핵무장을 해야 하며 무역장벽을 없애기 위해 이미 타결하여 시행하고 있는 다자간무역협상(FTA)을 깨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정세는 급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처는커녕 나라의 모든 부분이 뒷걸음질치고 있으니 국민의 불안과 걱정은 가눌 길이 없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 다 내려놓고 새 길을 스스로 열어야 한다. 많은 숫자의 종교인들과 불교지도자들, 그리고 우리 종단의 일선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종무원장들도 시국선언 대열에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구종무원장협의회는 11월 3일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한 자세로 이번 사태의 진실을 낱낱이 그리고 명백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국정 농단에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현재도 진실을 감추고 모르쇠와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는바, 태고종 전국종무원장협의회는 국기 문란으로 나라의 안위를 위협받는 중대한 이번 사태에 해당 기관의 엄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촉구하며 민심과 상식에 부응하는 국민적 행동에 함께 할 것”을 선언했다.

11월 12일, 서울 한복판에서는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역주행을 준엄하게 심판한 100만 시민의 평화적인 촛불 시위가 있었다. 한 목소리로 ‘하야’ ‘퇴진’을 외친 촛불 민심에는 구악과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우리 사회 새로운 질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자는 열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국민들의 분노와 새로운 체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거대한 민심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직시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검찰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성역 없고 명명백백한 수사를 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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