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마련된 ‘부정청탁금지법’이다.

국가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시행에 관련되는 이들은 합목적적으로 그 일에 관련한 요소들에만 관심을 두어 판단하고 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사회는 압축성장 시기에 불가피했다는 이유로 합목적이 아닌 비합법적인 일들이 관행적으로 시행되어 왔고 불법 로비도 만연했다.
그래서 공직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고 부정과 부패에 대해 무감각해져 부패 척결과 맑은 사회 만들기가 국가 전체의 큰 화두가 되어 왔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 부패 없는 깨끗한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마침내 김영란법의 시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김영란법은 불교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 불교는 사회의 구성분자이며 오랜 기간 사회를 이끌어온 지도세력이기에 더더욱 무관할 수가 없다. 게다가 불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단순하게 관련이 있다는 정도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관련되지 않은 일이 없고, 관련되지 않은 단체가 없으며, 관련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전국적으로 역사적 전통사찰을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빼앗겼다 할지라도 꽤 많은 전통사찰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 사찰이라 해도 사회 관계성이 짙은 우리 법려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서 거의 모두가 적용대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법률적으로 직접 언급되는 대상은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으로 좁아 보이지만 그들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생각보다도 좁다. 불교계와 종단의 적용대상은 정부, 지자체 산하기관의 위원, 교계 언론사 임직원, 종립학교 임직원, 복지시설장과 직원 등이 모두 대상이다. 특히 국고나 지자체 및 관련기관 연계사업을 하는 경우는 무조건 적용대상이다.

불교계는 그동안 미덕으로 여겨온 보시와 공양 등 아름다운 절집문화가 있었다. 스님과 신도 사이에 주고받던 차비, 약값 등의 돈이나 차(茶)와 관련 제품들, 고추장, 된장 등의 식품들도 금액관련 없이 적용대상 활동가들과 주고받는 것은 잘 살펴서 해야 한다. 종단의 집행부나 지도자들은 불교의 율장과 전통정신 그리고 종헌종법과 사회법의 연결고리 속에서 적용의 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불교는 옛날부터 주는 이와 받는 이, 그리고 오고가는 물건이 셋 다 모두 깨끗해야 한다는 삼륜청정(三輪淸淨)의 전통을 지키고 자랑해 왔다. 현대화와 사회화의 과정에서 세속적인 정서와 조항들이 삽입되면서 흐려진 것들이 없는지 살펴서 전통을 복원해내고 ‘응동보화(應同普化)’ 정신으로 적응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총무원을 중심으로 중앙의 종무기관과 입법,사법 기관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서 교구종무원과 단위 사찰 그리고 관련기관 종사자들에게 적극 배포하고 교육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법 조항이 부정적인 것을 없애자는 것이지 일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님을 살펴서 활동 자체는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 이 법은 여러 경로를 거쳐서 수정 보완해야 한다. 공익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이나 민원을 전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역할을 스님을 포함한 종교인들이 해달라고 하는 사회적 기대를 포용하는 법 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 부분은 관련 법조계와 논의하고 이웃종교와도 연대해야 할 것이다.

공익 활동을 하는 단체에 정상적으로 하는 기부행위는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으니 위축될 필요는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회에 널리 전파하는 일을 하면서 불교 자체의 율장이나 사상과 어긋나는 일을 하면 효과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김영란법의 불교정신이라 생각하고 잘 적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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