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으로는 최초로 해외 특별교구 설치…미국 독일 등 세계 곳곳에 20개 사찰 건립

(사)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심익섭)는 7월 5~7일 부산 삼광사와 송정 약사선원에서 ‘2016 한국교수불자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주제로 열린 이번 교수불자대회에서는 한국불교 세계화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담론의 장들이 펼쳐졌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한•중•일 특별회의’, ‘한국불교 국제화 특별회의’로 한국불교 세계화 방안을 점검했다.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많은 30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먼저 △한•중•일 특별회의 △한국불교종단의 국제화 특별회의를 통해 아시아 한•중•일의 세계화 사례를 풀어내고 태고종을 비롯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원불교 등 각 종단의 국제화 전략을 모색했다.

또한 △한국불교의 포교 활동 △한국불교문화의 세계화 △한국불교와 지역 공동체 등 분과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했다. 자유 주제와 ‘아시아 불교’ 분과도 추가해 폭넓은 방향으로 진행했으며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불교미래포럼’ 및 ‘대학불교 네트워크’ 발전 방안도 논의했다.

이번 대회에서 해사스님(동국대 강사)은 ‘한국불교 태고종의 국제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해사 스님의 발표논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국불교 태고종의 국제화 전략’

                          해사스님(동국대 강사)

   
▲ ‘2016 한국교수불자대회’에서 ‘한국불교 태고종의 국제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해사스님.

태고종은 고려의 태고 보우국사의 법통과 원융정신을 계승하고 조선에 이어 한국으로 이어지는 불교정통종단의 맥과 정신을 계승하는 종단으로 종교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여러 형태의 불교문화를 보존 전승하고 있다. 특히 의례의 전승이 두드러지는데 그 중 영산재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세계인의 영산재로 거듭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의례는 종교교리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이념성과 상징성, 종교적 신성성을 지닌 재의성(齋儀性), 청규로서의 규범성을 지닌다. 더불어 재의를 통한 소통과 공동체성, 재의 행위의 연극성, 문화적 정체성과 문화교류의 가교역할 등의 문화성(文化性) 등 포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여 의례 속 의식문 자체는 교리요, 작법절차는 규범이다. 더불어 사용되는 법구(法具) 내지는 복식(服飾)과 장엄물의 공예 등 종교적ㆍ음악적ㆍ회화적ㆍ연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살아 숨 쉬는 불교문화이며, 불교예술의 종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고 세계인과 소통ㆍ화합할 수 있는 국제화 전략에 영산재를 활용하고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콘텐츠화 한다면 지역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태고종이 나아갈 길과 국제적 포교활동 내지는 한국의 불교문화유산을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한국불교 태고종은 현재 국제포교를 위한 일환으로 크게 두 가지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첫째는 해외교구 태고종사찰을 통한 해외전법활동이며, 둘째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영산재를 통해 불교사상과 이념은 물론 한국의 불교문화를 알리는 것이다.

1.해외 태고종사찰과 종도들의 포교 활동

태고종은 해외 포교를 위한 일환으로 2006년 해외 포교활동을 전담하는 해외 특별 교구를 확장 개편하는 종헌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그 결과 한국불교 종단으로는 최초로 해외 특별교구가 설치되어 해외 포교업무를 전담하는 공식기구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현재 해외특별교구는 북미 및 유럽교구와 일본교구 두 곳이다.

북미 및 유럽교구
아메리카 유럽교구인 오렌지카운티 보광사(寶光寺)는 주지 종매스님(불교학박사)이 중심이 되어 유럽인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종매스님은 수행자 양성, 대중포교, 종교간 소통이라는 모토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행자와 포교사 양성을 위하여 오스트리아 빈에 불교대학을 설립(2004년)하여 운영하고 있다. 본 불교대학은 한국의 총림(叢林)에서 이수하는 강원(講院)교육과 유사하며, 불교역사와 사상, 철학 등 다양한 교육이 진행된다. 또한 수행을 통한 불교의 체득과 불교포교에 관한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즉, 출가수행자 양성을 위한 승려교육 및 수행에 관한 심층적인 교육을 하며, 불교포교사로 소양을 갖출 수 있는 불교 전반에 관한 사상과 철학 등 불교학을 체계적으로 이수하여 불교포교사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위함이다.

이와 같은 결과로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오스트리아, 호주, 독일, 홍콩과 필리핀 등에 20개의 사찰을 건립하고, 종단의 수계 산림을 통해 수계를 받은 현지인(외국인) 승려는 30여명이며 전법사 4명이 한국불교를 전하고 있다.

또한 미주에는 5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의 중심사찰을 지정하여 년 2회의 정기수련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사찰의 포교활동과 현지인 수계승려의 포교활동으로 매년 50여명의 새로운 신자가 각 지역 사찰에 회원으로 등록하는 비약적인 신자수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해외특별교구의 포교활동은 기존의 미국 내 한국사찰의 한국교포 신자수가 정체되고 있거나 감소되는 추세와 비교하면, 미래 한국불교의 발전방향에 대하여 한가지의 해답을 제시하고, 포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법문과 강의를 통한 대중 포교활동이다. 스님은 보광사에서 경전과 철학을 강의하는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주 LA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불교학을 강의하였으며(2015년 은퇴), IBS 오스트리아 불교대학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더불어 폴란드 바르샤바의 국립박물관 초청(2015년 10월)으로 폴란드인들을 위한 불교 강의를 비롯하여, 한국학 미주학회 세미나에서 5년째 강의,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서 지난해 타계한 일본군위안부 9분의 할머니들과 모든 희생자들의 추모재를 집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셋째, 종교 간의 대화와 소통을 목적으로 묵림회를 창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미주사회는 대부분 가톨릭이나 개신교가 중심사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의 관계를 대립과 갈등이 아닌, 상호 이해와 존중, 상생의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묵림회를 설립하여 종교간 대화를 통한 상호협조의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다. 묵림회 회원으로는 다양한 종파의 스님들과 다수의 가톨릭 신부 및 개신교 목사들이 참여하여 각 종교의 궁극적 목표인 자비, 사랑, 봉사, 구원의 소통을 위하여 정기적인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더불어 태고종 북미ㆍ유럽교구의 각 사찰에서는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많은 스님들과 포교사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10대 유명대학의 하나인 듀크(Duke)대학의 인문대학에서 불교학을 강의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일미스님과 텍사스의 오스틴 호스피스센터에서 말기 암 환자들의 심리치료사 감독관으로 있으며 부처님 법을 전하고 있는 하버드 출신의 심리학박사 대일스님(데이비드 주니)의 역량도 대단하며 앞으로 한국불교를 알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교구
태고종 재일본 총본산은 금강사이다. 금강사는 재일동포 불자들이 한국사찰을 건립하고자 비원(悲願)을 세워 일본에 북 알프스라고 칭송받는 나가노 현에 종교 법인으로 설립된 한국식 사찰이다. 본 사찰의 요사채는 온천수가 직결되어 있어 휴양을 겸할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일반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불교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템플스테이 형태의 수행과 체험도 가능하다.

또한 원주 관음사 주지 정오스님은 일본 나가노 현에 백용산사를 건립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포교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한국불교를 알리며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태고종단 소속 사찰은 대략 17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메리카 유럽교구에 비해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여러 스님들과 포교사들의 활동으로 앞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포교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전법하고 있는 스님과 포교사들이 주기적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의 자료를 확보해 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해외 사찰에서 큰 법회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시 그곳에서 필요한 물적ㆍ질적ㆍ인적자원을 태고종 종단차원에서 지원하여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 (사)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심익섭)는 7월 5 ~ 7일 부산 삼광사와 송정 약사선원에서 ‘2016 한국교수불자대회’를 개최했다. ‘

 2. 세계무형유산 영산재의 공연현황

영산재는 살아있는 사람과 일체고혼 등이 모두가 진리를 깨달아 이고득락(離苦得樂)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베푸는 의식이며, 성불의 세계로 인도함이 궁극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불교의례 중 범패와 작법무를 중심으로 전승된 가장 큰 의례 중 하나이다. 이러한 영산재는 종교적 가치와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불교문화유산인 영산재는 여러 형태로 전승되고 공연하면서 그 가치를 알리고 세계인의 축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영산재 보존도량인 봉원사에서는 매년 6월 6일 현충일을 맞이하여 국가안녕과 호국영령을 위한 영산대재를 봉행하고 있으며, 옥천범음대학을 설립해 영산재 및 전통불교의례를 교육하고 있다. 더불어 해외에서 영산재 공연을 통한 포교활동과 한국불교문화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어, 미국 캐나다 대만 스페인 오스트리아 일본 독일 러시아 캄보디아 중국 수단 벨기에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초청받아 영산재를 시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무대화를 통한 공연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더불어 이론적 축척을 위해 2003년 이후 매년 영산재보존회를 중심으로 해외의 유수학자를 초빙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해 불교의식의 이론정립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영산재의 콘텐츠화

영산재는 범패와 작법무 그리고 불화, 홍가사 등 복합적인 한국불교전통이 여실히 드러나는 의식으로 장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불교의례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개념과 한국불교포교 및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환으로 해외에서 공연하는 영산재는 반응이 엇갈린다.

즉, 한국불교문화와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극찬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반면 종교의례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비불교인은 약간의 지루함 등을 말하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과정에서 박수를 쳐도 되는지,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건지 조심스럽다고 한다. 영산재는 분명 종교의례이지만 종교성만을 가지고 대중에게 접근하는 것은 그 범위가 상당히 축소된다. 그러므로 이런 점을 보완하여 여러 대중에게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공연예술로 새롭게 각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그동안 불교의식 연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영산재 기획홍보총괄 소임을 담당하며 영산재 대중화에 앞장서온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 김법현스님은 영산재를 공연예술로 승화시킨 ‘영산회상-니르바나’를 기획해 공연해오고 있다.

‘영산회상-니르바나’의 기획은 2000년도 법현스님과 연출가 김영렬교수, 창원대학교 무용과 김향금 교수가 한국전통예술을 활성화하고 전 세계에 한국문화예술을 알리자는 목표로 코리아나무용단을 설립하고, 영산재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 ‘영산회상-니르바나’를 완성하였다.

‘영산회상-니르바나’는 영산재의 전통적인 형태를 간직하면서 승무ㆍ한량무ㆍ비천무ㆍ태평무 등과 5세기 고구려벽화, 고려불화의 복식과 조선시대 감로탱화에서 볼 수 있는 보살승무ㆍ살풀이ㆍ시건무 등을 재연하고, 화관무ㆍ선녀춤ㆍ지전춤ㆍ등춤ㆍ탑돌이 춤ㆍ모듬북 등 창작 춤과 함께 상황에 맞추어 콘텐츠화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불교문화와 한국문화예술을 전하고 있다.

‘영산회상-니르바나’는 2011년 이스라엘 오페라하우스 등 3개 도시 공연과 텔아비브 대학에서의 불교문화 세미나, 유대교 최고 성직자와의 만남 등 해외 60여 개국에 초청돼 공연하였으며, 25개국의 국가적 페스티벌에 참가 공연했다.

 영산재 보존과 문화콘텐츠로서의 국제화 전략

세계문화유산인 영산재는 그 원형보존을 위한 전승은 필수적이어야 한다. 또 한편 문화아이콘으로 창조적 계승을 통한 현대화로 대중과 소통하여야 한다. 이 두 가지 논지를 최대한 살리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 영산재의 원형보존과 국제화 방안

영산재의 효율적 전승을 위해서는 전승자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비인기 항목에 대한 집중적 교육에 만전을 기하고 원형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일에 걸쳐 거행되었던 영산재를 하루에 마치려고 하니 시간이 촉박하여 생략되는 의식도 많다.

그러므로 3일 영산재를 복원하여 원형은 그대로 살리고 대중이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접목시킴으로서 철저한 수행과 축제의 기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더불어 영산재 전승자는 수행자로서의 소양과 품위를 위한 정진도 함께하여 여법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재를 봉행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영산재 원형이라 할 수 있는 3일 영산재를 봉행하기 위해서는 수십 명의 전문 범패승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보유자 1인만으론 영산재 전반을 전승하기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로 보유자 지정이 시급하다. 이런 사정을 적극 반영하여 영산재보유자가 몇 분 더 지정되어 원형보존에 힘쓸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요청된다.

또한 영산재 전승도량인 봉원사가 세계인이 함께 하는 도량으로 거듭나야 한다. 연등회나 템플스테이가 한국불교를 알리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 된 것처럼 영산재도 국제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내국인들도 재를 참례하지만 외국인도 재자가 되어 함께 봉행하는 주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의 불광사 수륙재나 공승제의 경우 불교축제임과 동시에 수행기간으로 세계인들이 함께 하고 있다. 분명 이런 시스템은 개발되어야 하겠으며, 먼저 조그마한 것부터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영산재 보존도량인 봉원사가 세계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영산재도량으로 거듭나 그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면 몇 가지 정비되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도량의 정비이다. 현재는 마당종목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괘불을 걸어 모시고 야단법석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의례에 참여하는 승려, 재를 올리는 신도, 불교문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관람자 세 부류의 집단이 적절한 구분선이 없이 혼합되어 재를 봉행하고 있다. 어쩌면 전통적으로 재가 그렇게 거행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시대는 변화하고 우리에게 국한된 영산재가 아닌 세계유산인 영산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일례로 세계무형유산인 ‘종묘대제’의 경우 제가 거행되는 동안 대중들은 모두 제주가 된 듯 가급적 묵언을 시키고 자리를 배치하여 모두 통일되게 앉도록 하고 있다. 또한 좌식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로 일정구역을 나누어 의자를 설치하는 것도 관람객들의 편의성을 제고(提高)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도량의 엄숙함과 신성성 등을 제공하고 장엄한 의례성을 전달하여 참석대중에게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리라고 본다.

둘째, 의례에 참석하는 스님들의 복식과 절차상의 좌립이나 퇴장 등의 일체성이다. 먼저 복식의 경우 큰 범주에서는 통일성은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 장삼의 색상과 옷감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일체감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단체복에 가까운 일률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오랜 시간 영산재를 거행하므로 의례에 참여하는 스님들은 점심공양 시간을 제외하고는 휴식시간이 없으므로 불가피하게 재장을 벗어나는 경우들이 생긴다.

또한 재장 안에서도 들고 나감이 통일성이 없어 여법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질 때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규칙을 정하여 동선(動線)의 일체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철저한 연습과 리허설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셋째, 참석대중은 관람자가 아닌 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지식이 없는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행절차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현재진행부분 정도를 알 수 있도록 시설을 정비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전문가가 아닌 이상 범패소리를 듣고 어느 부분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영산재 봉행 시 재의 연원과 절차, 그 의미를 실은 팸플릿를 제공하고 있으나 책자만을 보고서는 현재진행부분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중간 중간에 이해를 돕기 위한 멘트를 한다거나, 아니면 대형스크린 등을 통해 의식절차가 바뀔 때마다 한글과 영어, 일어, 중국어 자막을 통해 그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함께 동참하고 호흡할 수 있어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외에서 영산재를 봉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공연과 재의 구분은 먼저 명확하게 인식하고 실행되어야 한다. 간혹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종교의식이라는 엄숙함이 참석대중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생각에 이도저도 아닌 성격으로 전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산재가 분명 종교의례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하며, 종교의례로서 갖는 의미와 가치성에 대한 사전 설명을 통해 종교의례로 봉행되어야 한다. 이것을 인식하고 영산재를 참여한다면 분명 종교적 숭고함으로 감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설령 종교적인 감화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수행자가 의식을 거행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례의 규모와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신비함, 진지함 등이 포교라고 보기 때문이다.

▲ 2016 교수불자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해사스님(사진 왼쪽에서 2번째)과 논평자 마성스님(사진 맨 왼쪽).

2. 문화콘텐츠 개발

영산재의 대중화와 무대화

영산재는 불교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고유하고 독창적인 한국의 예술이 함축되어 있어 문화콘텐츠 개발에 무한한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음악과 무용적인 요소, 단청이나 탱화, 금은전을 비롯한 각종 번, 연(輦)과 일산, 지화 등 공연에 사용되는 시각적인 요소들을 추출하여 이것을 토대로 미디어 퍼포먼스로 연계 제작한다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산재 작법의 대중화 및 무대화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 공연콘텐츠를 개발하고 무대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대중이 호응하는 무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미디어를 접목시킨 시각적인 요소와 시ㆍ공간 활용, 대중들의 효과적인 접근성 등을 고려해 이해하기 쉬운 서사구조로 각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미래 경쟁력이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계속 되어야 하겠으며, 이미 개발된 콘텐츠의 활용도 중요하다 즉, ‘영산회상-니르바나’가 그것으로 장기적 공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더 나아가 국가브랜드화 하여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작법 시연자와 안무가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간혹 무대화를 위해 재의 순서나 작법무가 각색된 경우 전통과 다르다고 해서 불편해 하는 경우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재(齋)와 공연의 개념을 확실히 분리하여 실행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하나의 독립된 공연으로 인식하고 대중과 호흡하면서 소통을 중시해야 할 것이며, 영산재의 심오한 사상과 한국의 아름다운 불교문화를 통해 포교의 일환으로 삼으려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자세의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21세기는 정보화시대이다. 영산재의 범패 종류와 소리보존은 물론, 작법무의 동작을 세밀하게 모션 캡처(motion capture)하여 이를 일원화, 체계화 하여 손쉽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아카이빙(Archiving; 기록보존)해야 할 것이며,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산재 아카이브(archives)’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여러 콘텐츠와 연계효과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융?복합함으로서 문화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상의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총괄 디렉터를 선임하고 총괄 제작팀을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는 새로운 콘텐츠의 기획과 실행을 위해서 관리감독과 함께 일관적으로 유지 통합될 수 있도록 콘트롤타워 역할과 기능적 수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힐링과 수행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의 아이콘은 웰빙과 느린 삶, 자연과 힐링, 비움과 채움 등 다양하다. 이런 삶의 방식은 일반인이 사찰생활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를 유행하게 만들었고, 더불어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되고 있다. 기존의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등과 연계한 웰빙 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아이템은 종단을 초월하여 개발되고 선행되고 있다.

이에 태고종단이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을 소개해 보면 역시 영산재를 빼놓을 수 없다. 영산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음악, 무용, 미술 등 다양한 소재들로 큰 틀을 이루고 있다. 이들 소재를 활용하여 대중의 힐링과 수행을 병행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범패의 명상음악 활용

범패는 의례음악인 동시에 수행음악이다. 이것을 대중에게 활용하는 방안은 소리를 직접 배워봄으로서 체험하게 하는 것과 명상음악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두 가지 모두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된다. 범패를 직접 배워보는 것은 소리체험을 통한 신체변화 내지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며, 명상음악으로 활용된다면 복잡한 삶에 지친 마음과 긴장들을 이완시켜 차분하고 편안한 상태로 자기정화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음악은 범패소리 자체만도 가능하겠지만, 범패에 배경음악을 넣어 제작한다면 친숙한 명상음악처럼 접근하기 용의해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음악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선무(禪舞)로서의 작법무

모든 무용이 그러하듯이 그 안에는 선의 움직임과 호흡이 함께 한다. 특히 나비무의 춤사위는 호흡이 중요하다. 동작에 맞추어 들숨과 날숨의 호흡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정적인 동작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하나로 움직이게 되며 삼매의 경지에 들게 된다. 즉, 작법무는 몸의 움직임을 통한 적극적인 행선(行禪)이라 할 수 있다.

작법무가 수행자에게는 진여에 다다르기 위한 고행의 과정이며 이것을 통해 환희, 카타르시스에 도달하는 직관적 법열의 경지라고 하듯이, 체험자에게는 복잡하고 긴장된 삶을 통해 축척된 억압된 감정들과 상처를 외부로 드러내어 강박관념을 없애고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정보의 홍수 속에 빠르게 변해가는 이 시대에 잠시 삶의 호흡을 멈추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고요 속에 머뭄, 즉 삼매에 들 수 있는 선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가사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의례를 봉행할 때 입는 가사는 복전의(福田衣), 해탈복(解脫服)이라고 한다. 한국불교의 전통가사는 홍가사(紅袈裟)이다. 전통사찰 조사전에 모셔져 있는 선조사의 진영에서 찾아 볼 수 있으며, 현재 선암사에서 보존되어 있는 대각국사(1055-1101)의 가사도 이를 증명한다. 더불어 후불탱화의 부처님 또한 홍가사를 수하였으며, 의식문인 ‘조송주(朝誦呪)’의 내용 가운데 ‘녹라의상홍가사(綠羅衣上紅袈裟)’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홍가사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불설가사공덕경>과 <시사중피가사인연>에서는 가사의 공능과 함께 가사의 종류, 양공(良工)방법, 가사시주의 공덕 등을 자세히 수록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양공을 한다. 홍가사의 특징은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상징하는 일월광(日月光) 첩을 부착한다는 것이다. 일월광은 해와 달을 상징하고 일월광 안에는 금까마귀와 옥토끼를 수놓아 가사 중앙에 붙인다. 더불어 가사 모서리에 천(天)·왕(王)을 새겨 넣거나 사천왕 첩을 부착한다.

현재 홍가사는 하품, 중품, 상품으로 구분하여 일월광첩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진은 중품이다. 상품은 좌측사진처럼, 직사각형이며 하품은 일월광에 금색테두리를 넣는 것을 사용한다.

이와 같이 가사에 일월광첩을 붙이는 이유와 금까마귀와 옥토끼가 들어가 있는 이유, 사천왕을 넣는 이유 등은 무엇일까? 여기에 얽힌 설화를 이용해 스토리텔링 한다면 친숙한 이야기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가피 내지는 신심을 견고히 하는데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포교의 일환으로 현대인의 수준과 눈높이에 맞춰 이것을 연희화 한다거나 애니메이션이나 케릭터화 하여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발우공양

영산재 중 식당작법은 공양이 오기까지 시자(施者), 수자(受者), 시물(施物)의 공덕과 오관을 관하고, 팔정도의 수행으로 도업(道業)을 성취함은 물론 아귀에게까지 공양을 베풀어 불법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다. 즉 교리의 전개를 다름 아닌 일상생활 위에 나타냄으로써 교리의 생활화를, 생활의 종교화를 자연스럽게 실현시킨 것이다.

발우공양의 특성은 모든 대중이 차별 없이 나누어 먹는 평등공양이라는 것이며, 개인 발우에 덜어서 담아 먹기 때문에 청결하다는 것이다. 또한 먹을 만큼만 덜기 때문에 낭비가 없으며, 공양 후 발우를 씻은 물까지 먹기 때문에 음식쓰레기를 만들어 내지 않아 위생적이고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고생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자신의 덕과 행이 공양 받을만한가 헤아리며, 그 공양에 대응하여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서원을 함으로써 자타를 구분하지 않는 우주만물의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코자 하는 복덕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와 같이 마음은 비우고 정신은 채우는 발우공양의 정신과 사상을 세계인들에게 어필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으로 인해 자신의 몸과 지구환경에 문제를 초래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 청결과 절약, 평등과 화합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것은 현대인에게 중요한 ‘힐링푸드, 웰빙음식’ 등의 키워드와도 부합된다고 보여 진다.

이상 살펴 본 것은 영산재의 대표적인 소재를 활용한 것이다. 이것 외에도 장엄물 등을 만들어 본다거나 불화를 그려보는 것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이 있을 것이며, 그중 기존에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불교태고종 총림 선암사도 적극 지원, 활성화 하고, 서울 도심에 있으면서 한국불교 전통산사의 모습과 향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천년고찰 봉원사와 백련사에서도 템플스테이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이처럼 불교대중화를 위한 콘텐츠는 불교문화자원 활용을 통해 불교홍포는 물론 컬처 테라피(culture therapy)효과를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과제와 전망

아무리 훌륭한 영산재콘텐츠를 기획한다고 하더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콘텐츠의 종교성과, 고유성, 다양성, 예술성, 차별성, 대중성 등을 고려한 파급효과를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디지털콘테츠화 추진이 필요하다. 세계문화유산인 영산재의 유ㆍ무형의 문화적 요소들을 동영상, 3D, 텍스트, 이미지 등의 디지털콘텐츠로 전환하여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은 다양한 부가가치 문화콘텐츠와 융ㆍ복합 응용하여 산업적 활용을 유발하는 콘텐츠 개발로 이어지며, 정보제공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콘텐츠를 대표할 수 있는 명확한 주제와 이를 세부적으로 기획하는 전략, 매년 차별성을 가져올 소주제 등을 강화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안내 및 설명서비스의 강화와 체험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도모하여 특성화된 연합축제로서의 관광문화 축제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홍보와 인력확보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아우르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더불어 외국인을 위한 외국어로 된 안내책자, 외국어로 소통 가능한 안내요원과 자원봉사자의 선발 등이 필요하다.

넷째, 시설개선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지원이 필요하다. 태고종단과 영산재보존회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개발과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불교는 곧 한국의 전통문화와 직결되어 있다. 불교문화 발전을 종교 편향적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전통문화 창달과 선양을 위한 의미로 인식하여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다만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축제가 기획된다고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대상에게까지 축제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버리고 기획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고유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축제야말로 충성도 높은 핵심 집단에게도 외면 받고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고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으로 연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제언이 축적된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영산재의 우수성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영산재의 올바른 전승, 발전 및 지속적인 보존과 현대화, 실용화를 창출 할 수 있으며,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고양하여 불교문화 발전 및 후계자 양성에 기여 한다.

더불어 세계문화유산 투어 등 관광문화 자원의 다양화로 한국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며, 국민편의 증진과 휴식 공간, 문화공간시설의 세계인의 문화공간의 확장효과를 가진다.

불교문화콘텐츠의 발굴 및 활성화는 세계인에게 한국불교문화에 대한 관심증대로 이어지며 그 관심은 포교와 직결된다. 즉,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불교홍포의 한 방법이며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국가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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