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50여 년간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선암사에 대한 법원의 명쾌하고 현명한 판결이 있었다. 종단 유일의 총림을 지키기 위해 가슴을 졸이며 소송에 임했던 선암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선암사 소임자와 재적승들은 물론, 태고종도들은 사필귀정이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간에 조계종으로부터 받아왔던 핍박과 억지에 대한 분노도 느꼈을 것이다.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조계종의 억지주장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조계종은 1954년 이승만 장로정권이 왜색불교 추방이라는 미명하에 불교말살정책을 추진하여 촉발된 법난 이후 1962년부터 지금까지 그들이 임명한 19명의 조계종측 주지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선암사에서 집무한 사실이 없으면서도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선암사를 관리 • 감독하고 있으며 법회 등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지난 2011년 태고종과 조계종이 순천시장으로부터 재산권을 인계받을 당시 ‘모든 문제는 소송 없이 대화와 협력으로 풀겠다.’는 약속을 태고종이 깼다고 거짓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조계종이 순천시를 상대로 벌인 ‘차 체험관’ 철거소송에서 태고종선암사가 내세운 법률대리인을 일방적으로 해임하여 오직 자신들만이 선암사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선암사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상대표자 회의를 열자는 몇 차례 우리 종단의 공문에 대해서도 일절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렇듯 태고종선암사를 우롱하면서도 약속을 운운하는 조계종의 이중적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한편, 1911년 일제 강점기의 사찰령에 따라 지정된 31본산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 종단이 지켜온 단 하나의 총림마저 빼앗고 말겠다는 조계종의 태고종 말살책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불교역사상 처음으로 시행한 종단의 합동득도법에 따라 합동득도 이후 모든 태고종도들의 삭발본사는 선암사라고 하겠다. 이처럼 출가사문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가운데 하나인 삭발본사마저 이미 불교교단에서 악법으로 치부되어 폐지시킨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등록한 것을 기화로 침탈하고자 하는 비불교적인 조계종의 행태를 세상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선암사 성보박물관장 이라는 조계종스님의 말은 더욱 가관이다. 그는 “그동안 선암사는 태고종 측이 점유하면서 문화재를 비롯한 숱한 삼보정재가 망실되고 있었으며, 한국불교의 정통성 회복과 사찰경영의 투명성 확보,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삼보정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계종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실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조계종이 관리하고 있는 사찰에서는 문화재 분실이 없으며, 조계종만이 투명한 사찰운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그들이 스스로 인정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인 선암사를 그동안 누가 가꾸어 왔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사실 조계종이 어떠한 억지주장을 하든지 별 가치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종도들이 선암사를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이다. 선암사 소송이 진행되면서 모든 종도들은 선암사를 빼앗기면 종단이 무너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선암사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태고종도다.

조계종은 이미 이번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선암사의 역사와 전통을 부정하는 처사이자 부처님이 경계하신 아집을 버리지 못함이다.

우리 종도 역시 더 이상 묵빈대처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암사를 수호하여 종단 유일총림이 흔들리지 않도록 물심양면의 후원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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