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맛에 길들여지면 끊기가 힘들뿐더러 그로 인해 비만과 성인병 등각종 질병을 일으키게 되니 자기 스스로가 자기 몸을 망치는 셈”

말로는 채식을 해야지 하면서도 육식을 즐겨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식가들은 한마디로 채식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육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고기를 먹어야 건강이 유지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 채식문화가 일반대중에게 널리 홍보되어 있지 않고, 둘째, 채식요리가 다양하지 못하며, 셋째, 채식 가공식품을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구입할 수 없고 넷째, 육식에 길들여진 입맛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는 등의 이유로 채식문화의 확산이 어렵다.

반면 고깃집이나 생선횟집은 곳곳에 생겨나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주문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육식을 부추기는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식당거리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문적인 채식식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온통 돼지고기 아니면 소고기, 닭고기 등을 주 메뉴로 하는 갖가지 요리가 사람들을 유혹하면서 골목마다 고기냄새가 진동을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름 있는 암소갈비집이나 돼지갈비집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식당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로 일반식당이나 한정식집은 점차 줄어들고 한집건너 고깃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국민이 이처럼 고기를 좋아한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어느 곳을 가나 고깃집을 알리는 간판이 대형으로 걸려있다.

‘먹방’이란 용어가 대중화될 정도로 고기를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 모습이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오고, 드라마에서까지 식당의 단골메뉴로 삼겹살을 구워먹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인의 입맛이 고기에 빠르게 길들여지고 있다. 사실 고기에 중독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담배나 마약처럼 끊기가 힘들다고 한다.

<범망경>에‘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이란 말이 있다. ‘사자 몸속의 벌레가 사자 몸을 스스로 파먹어 없애지, 몸 밖의 다른 벌레가 먹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제자가 스스로 불법을 파괴하지 외도나 마귀가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사자는 죽어서도 다른 짐승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 다만 사자의 몸속에 생긴 벌레들이 그 시체를 먹어 치울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법을 파괴하는 것은 이교도나 성불을 방해하는 악마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파괴하고 불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불제자들이므로 이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입맛도 마찬가지다. 고기 맛에 길들여지면 끊기가 힘들뿐더러 그로 인하여 결국은 비만과 성인병 등의 각종 질병을 일으키게 되니 결국 자기 스스로가 자기 몸을 망치는 셈이 된다.

▲ 서울 조계사 인근에 위치한 채식 전문 식당의 메뉴. 사진 맨 오른쪽은 콩불고기.
<음식의 혁명>(2006년 시공사 刊)의 저자 존 로빈슨은 자신의 저서에서 ‘오늘날 미국의 육류•낙농•양계 업계는 곡식이나 콩 대신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는데 닭의 배설물을 재활용해서 닭의 사료에 넣을 정도다. 도살하기 직전의 닭 중 90%가 백혈병에 걸려 있고, 돼지 중 4분의 3이 폐렴에 걸린 상태다…인간에게 버림받은 개와 고양이들이 동물보호소와 수의사 손에서 해마다 수천 마리가 죽어가고, 그 몸은 잘려서 사료 재생공장으로 넘어간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사료 중 상당부분이 애완동물의 사체다. ’라고 밝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육식동물의 사료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약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약물을 먹고 죽은 동물은 약물이 몸에 퍼진 채 분쇄기에 갈려서 사료로 만들어 진다. 그 만든 사료를 동물이 먹고, 자란 동물을 인간이 잡아먹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동물의 고기를 먹고도 인간의 몸에 아무런 병이 없을지는 의문이다.

1997년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미 식품업계는 소에게 소고기와 뼈, 돼지와 닭의 살고기, 뇌, 내장, 배설물 등의 먹이를 금지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소는 채식동물이므로 육고기를 먹으면 인체에 부작용이 생겨 광우병과 같은 불치의 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초식동물임이 분명한 이상 무엇을 선택해서 먹어야 할까? 평균수명이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가 는 각자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동물들도 암, 폐렴 등 각종 질병에 걸린다. 더욱이 공장식으로 대량 사육되는 경우가 많아 햇빛이 차단된 좁은 공간에서 활동을 제한받기에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에 더 잘 걸린다. 이렇게 질병에 걸린 동물을 치료 하여 완쾌시킨 이후 도살을 하는 목축업자들이 이 지구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실 동물은 사람과 달라 살아있을 때 그러한 질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동물의 병 중 널리 알려진 광우병도 인간도 걸리는 ‘인축공동전염병’이라고 하는데 아직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다고 한다. 소 광우병의 잠복기간은 2~5년이고, 인간 광우병인 야곱병은 잠복기간이 대략 30년이라고 한다. 잠복기가 끝나면 초기에는 무력감과 체중의 감소, 집중력 저하, 시각장애, 어지러움증 등이 발생한다. 그러다가 기억력이 서서히 감퇴되면서 치매현상, 발작이나 경련 등이 반복되고, 걷거나 서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뇌에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요즘 반려동물의 사료로 육식사료와 채식사료 두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주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채식사료를 먹인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채식사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채식사료를 먹이면 육식하는 동물보다 성질이 온순해지고, 특히 동물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적어진다고 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채소도 비료를 주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란 무공해식품이 건강에 좋다. 한 예로, 오이 두 개가 있는데, 한 오이는 비닐하우스에서 비료를 많이 주어 재배한 것으로 다른 오이보다 윤기도 나고 크며 탐스럽게 보인다. 나머지 오이는 비료나 거름을 일체 주지 않은 노지에서 자연그대로 자란 오이인데 그다지 크지도 않고 약해 보인다. 이 두 개의 오이를 햇볕에 장시간 말려보았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비료를 많이 준 오이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물이 생기고 썩기 시작하지만, 자연그대로 자란 오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은 빠지고 말라 쪼그라들 뿐 썩지는 않는다. 이런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소승이 오랜 세월 채식을 하다 보니 어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는 것 같다. 콩으로 된 반찬을 먹으면 그저 콩의 향을 느낄 수 있고, 채소로 만든 요리를 먹으면 그 채소의 향취가 느껴질 뿐이다. 이것은 맛이 있고, 저것은 맛이 없다는 식의 분별심이 사라져 어느 것을 먹더라도 그 하나하나에 고유한 맛과 향의 일미(一味)만 있을 뿐이다. 선가(禪家)에서 수행을 열심히 하면 번뇌와 업장이 소멸하여 분별심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채식도 오래 하다 보면 그러한 현상을 느낀다고나 할까?
지금부터라도 다 함께 채식으로 건강을 유지하자!

                                                                       창민스님 <부산 천불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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