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담 지음, 민족사 刊, 값 18500원

“부조리한 세계의 노예 되기를 거부하는 것,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   내 존재자체가 평화가 되는 것, 이것이 ‘붓다 프로젝트’의 길”

‘왜 어떤 사람은 일하지 않으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왜 어떤 사람은 죽도록 일만 하고 부림을 당해야 하는가?’
‘붓다 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왕궁을 벗어나 농민들이 일하는 현장을 목격한 싯다르타는 왕족 신분으로 누리는 모든 안락과 편의가 백성의 노동과 희생에서 나오는 것임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안락한 삶이 자기가 잘나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인간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부조리 즉, 지배와 피지배, 빈부격차, 계급제도의 비극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성 밖으로의 외출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슬픔, 번뇌, 좌절, 고통을 모르고 살던 ‘온실 속 화초’가 성 밖에서 진짜 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싯다르타는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라는 울타리(아트만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괴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길을 찾았던 것(붓다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모든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멀어지고 행복하기를 원한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 권력, 미(美), 건강을 좇는다. 행복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소유하고, 집을 사고, 뷰티 제품들을 산다. 더 많이 소유해야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런데 <붓다 프로젝트>의 저자 원담스님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더 소유하고, 얼마나 더 일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가? 이 허무와 불안을 벗어날 수 있는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나름의 행복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쁘게 살아가지만, 갈등과 스트레스, 상처,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좌절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괴로워한다. 너도나도 부자, 슈퍼스타, 권력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지만 행복은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붓다 프로젝트’란 말은 켄 윌버의 ‘아트만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저자 원담스님이 만들어낸 말이다. 켄 윌버(Ken Wilber, 1949~)는 이 시대의 석학 가운데 한 사람으로, 23세에 <의식의 스펙트럼-닫힌 의식의 문을 여는 스펙트럼 심리학>을 저술한 이래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이란 분야를 개척하여 심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켄 윌버가 만든 용어인 ‘아트만 프로젝트’는 아트만(atman), 다른 말로 ‘영혼(soul)’, ‘자아(self)’, ‘에고(ego)’가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시공간을 무대로 인위적인 것을 창조해내는 활동을 말한다. 전 세계의 자본주의화, 군사적 패권주의, 불평등의 심화, 환경파괴 등은 모두 이 아트만 프로젝트의 결과이다.

‘붓다 프로젝트’는 이런 아트만 프로젝트와 대척점에 있다. 에고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들이 아트만 프로젝트의 결과라면, 붓다 프로젝트는 에고가 사라질 때 완성되는 고요한 평화의 경지를 추구한다.

원담스님은 이 책에서 강조한다. “혁명은 무력이 아니라 평화로, 분노가 아니라 관용과 용기로, 체제순응이 아니라 부정과 관조로 이룰 수 있다. 그것은 정치혁명보다 더 근원적인 혁명이며 불합리한 체제 안에서 일으킬 수 있는 내적인 혁명이다. 부조리한 세계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 내 존재 자체가 평화가 되는 것, 이것이 ‘붓다 프로젝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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