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사 해결 위해 용맹정진 다짐하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 혜초 종정예하.

 유수 같은 세월이 흘러 병신년(丙申年) 하안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안거 동안 수행자는 인간의 본분사(本分事)를 해결하기 위해 용맹정진을 다짐하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주만물의 궁극적 본질인 진리의 여실한 그대로의 참모습(眞如實常)을 사유하는 불교는 과학을 뛰어넘고, 철학적 사유의 틀 안에 갇혀 있지 않으며, 언어와 문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깨달음을 증득하도록 출세간(出世間)의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세간(世間)의 이치보다 수승하며, 깊고 오묘한 의리(義理)로서 유식(唯識)에서는 승의(勝義)라 하고, 우주본질을 함유하고 있는 승의(諸法勝義)를 곧 진여(眞如)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진(眞)은 시간적으로 변하지 않으므로 진실(眞實)되어 허망(虛妄)이 아니고, 여(如)는 공간적으로 변하지 않으므로 여상(如常)하기에 항상 모든 법의 본성인 진실한 마음이며, 깨달음의 본체(眞實如常)이자 수행자가 추구해 나가는 궁극입니다.

<수심결>에도 진실한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끊어지지도 변하지도 않으며(眞心如空 不斷不變), 그 한 물건은 영원히 신령(一物長靈)하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본질적 진실의 참 뜻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날 각종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현실의 감각과 인지증가(認知增加)의 강화현상(强化現象)인 가상현실(假想現實)의 한 형식으로 인간사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강현실(增强現實)까지도 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현상은 수행도중에 신체감각의 상실과 더불어 존재하는 공간지각도 함께 사라진 상태를 맛보게 되는 현상과 유사한데, 이 때 모든 경계가 사라져 우주 대자연이 나와 한 몸이 된 초월적 의식상태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행자에게 알음알이와 망상에 얽매이지 말고, 세계와 자아가 분리되지 않은 가상이 현실인간의 존재와 사물의 본질, 그리고 그에 대한 인식과 인지의 문제 등 철학적으로는 지금 여기, 실재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 문제를 환기시켜 주는 새로운 화두 출현의 계기라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조계산승(曹溪山僧)의 바람은 결제에 들어가는 수행자들이 알 수 없는 의문을 타파하기 위하여 부디 분별과 망상심을 다 놓아버리고, 말없이 흐르는 물처럼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마음으로 화두참구에 전심전력(全心全力)을 다해 참나 찾기를 성취하길 기원하는 바입니다.

萬法皆空明佛性
만법이 모두 공하니 부처님의 성품을 밝히고,
一塵不染證禪心
한 티끌도 물들지 않으니 선의 마음을 증득하네.
身在上方諸品靜
몸을 높은 경지에 두니 모든 사물 고요해지고,
心持半偈萬緣空
마음으로 게송 지니니 만 가지 인연이 쉬네.
 
                        불기 2560(2016)년 하안거 결제일
                                                                         종정 혜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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