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자비와 이타정신 바탕으로 남북의 평화로운 공생과 한민족의 통일 간절히 ‘발원’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섬, 인천 옹진군 백령도 연화리 언덕에 서울에서 220km 바닷길을 달려간 140명 사부대중은 위령탑에 부조된 46 용사들 얼굴과 이름에 하나하나 애틋한 시선을 주었다.
바다너머로 북한의 장산곶이 보이는 이곳은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2010년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인 ‘PCC-772 천안(1200톤급)’이 수중에서 발생한 폭발로 침몰했다. 104명의 승조원 중 58명은 구조됐으나 46명은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사)한국불교 영산재보존회는 4월 18일 백령도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46명 용사들의 극락왕생과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영산대재를 봉행했다. 보존회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영산재를 백령도에서 봉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영산재보존회장 선암스님을 비롯 보존회 스님들과 신도 등 참가자들의 마음은 한층 각별했다.
강풍과 비로 바로 전날까지도 중단됐던 백령도까지의 뱃길이 이날 열린 것도 부처님의 가피로 여겨졌는데 백령도에 하선하면서부터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던 비도 영산재 봉행 시간에 맞추어 어느덧 잦아들었다.
봉원사와 영산재보존회가 주관한 이날 영산대재는 봉원사 주지 선암스님과 인천교구종무원장 능화스님 등 40여 스 님들과 봉원사와 인천교구종무원 산하 신도들, 해병대 관계자 등 140 명이 동참한 가운데 1시간 30분 동안 제 1부 입재식과 2부 영산대재로 봉행됐다.
영산재보존회장이자 봉원사 주지인 선암스님은 인사말에서 “오늘 영산재의 백령도 시연은 천안함 침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연평해전과 백령도 포격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면서 “최근 남북관계가 그 어느때보다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처님의 넓은 자비와 이타 정신을 바탕으로 남과 북의 평화로운 공생과 한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영산재를 봉행한다.”고 말했다.
해병대 6여단 인사참모 김수용 중령은 환영사에서 “이곳 백령도에서 이러한 뜻 깊은 행사를 갖게 됨을 백령도를 사수하는 군인의 한사람으로서 6여단 전 장병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영산재 봉행으로 천안함 46용사의 넋이 천도되어 극락왕생하길 발원하며 아울러 남북통일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선암스님은 해병대 6여단에 위문금과 공양물을 전달하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사부대중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두 손 모아 합장하며, 향을 올리고 절을 하며 천안함 46용사를 포함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이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기원했다.
영산재보존회는 내년 4월에는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영산재 봉행을 추진하고 있다.
백령도 / 글 • 사진=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