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제 4대 원로회의가 구성되었다. 당초 총무원장이 복귀한 뒤 원로회의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종단의 정신적인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원로회의를 더 이상 공전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중앙호법원의 정상화이다. 사실 종단 사태의 시발점은 지난 13대 중앙종회에서 치러진 호법원장 선출이었다. 당시 3명의 보선의원에 대해 종회 며칠 전까지도 자격을 인정하는 공문을 보내고도 정작 종회 당일에 관례보다 종법이 우선이라며 보선의원의 선서를 막아 호법원장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종단사태가 촉발되었음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물론 중앙종회의장이 종법을 지키겠다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선출된 중앙종회의원에 대해 종회 공고 이후 선출됨은 적법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호법원장 후보자의 자격 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호법원장 당선자에 대한 당선증을 교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중앙종회의장이 하면 된다는, 법 상식에 어긋난 주장에 의해 일이 이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서로의 주장이 다르다면 당연히 법규위원회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법규위원회는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서로의 양보와 타협만을 바라는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어떠한 단체라도 그것을 설립한 목적과 운영을 위한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만약 목적과 운영의 원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툼이 일어날 경우 조직이 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불교 1600년 역사의 적장자를 자임하는 거대 종단이 몇몇 소임자의 아집과 무지로 이처럼 무너질 위기에 처하였음은 우리 종단이 가지고 있는 종헌과 종법이 얼마나 부실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보다 더 부실한 종법체계 속에서도 별 탈 없이 종단을 꾸려왔다고 강변하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수행력과 경륜, 양심적이고 인간적인 풍모를 갖춘 분들이 종도의 사표가 되어 종단을 이끌어 가던 때였고, 지금은 제도적 틀을 갖추고 견제와 감시를 통해 종단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종단의 제도적 장치가 부실한 상황에서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몇몇 소임자들이 종단의 재산을 무단으로 팔아치우고 그러한 부당함을 지적한 종도들에 대해 징계와 매도로 입막음하는 한편, 종도들이 한 푼도 써보지 않은 막대한 종단부채까지 발생시켜 모든 종도들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종단의 조직을 이끌어 가는 모든 소임자들이 선출되었다면 무엇보다 먼저 주어진 권한 내에서 종단의 천년대계를 위한 종헌 • 종법의 틀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