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길이 아직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14대 중앙종회가 구성되면 종단의 모든 일이 논의되고 해결방안이 마련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난데없는 종정유시를 내세운 권한 없는 자들에 의해 개원 자체가 파행으로 얼룩졌고, 겨우 원 구성을 마친 후에도 중앙종회는 뚜렷한 활동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종단이 이러한 파행을 겪게 된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종도들의 대의기관인 중앙종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앙종회는 근본적으로 집행부인 총무원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구로서의 책무가 있다.

그러나 예전의 중앙종회는 견제와 감시보다는 총무원을 무조건 지지하거나 무관심으로 점철되었다. 지난 13대 중앙종회 후반기에는 종법규정이나 상식을 벗어난 일방적인 특정세력의 편에 서서 동료의원을 무더기로 제명했는가 하면 집행부인 총무원까지 마비시키는 우를 범했다. 그 결과 종단은 위상실추를 넘어서 파산직전에 몰리고 있다.

그러한 다툼의 과정에서 총무원과 13대 중앙종회 주도세력은 치열한 홍보와 소송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소송에서는 총무원이 옳다는 판결이 대부분이었고, 종도들 또한 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통해 13대 중앙종회 주도세력에 대해 냉엄한 심판을 내렸다.

제14대 중앙종회의원들은 그 가운데 특히 종도들의 심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현 강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13대 중앙종회에서 선출했다고 주장한 박일운 선거관리위원장이 시달한 선거지침에서 거의 모든 종도들은 강혜일스님의 적법성을 인정했고, 선거결과 또한 13대 중앙종회 주도세력이 참패를 당했다. 그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종도들은 이번 14대 중앙종회에서 불법적인 세력을 척결하고 종단이 정상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하여 지지하였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된 스님들은 하루빨리 종단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시행해야 함에도 개원종회 이후 뚜렷하게 눈에 띄는 행보가 보이지 않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럽다.
물론 사안이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다고 하지만 종단이 난파상황인 시점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일정을 늦추어 조정할 여유가 없다.

더구나 지난 13대 중앙종회의장이 종회 관련 서류와 직인은 물론 보관중인 교육기금마저 인계를 거부하고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면 스스로 중앙종회의 권한을 포기하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일이다.
또한 총무원장의 부재로 총무원이 제 역할을 못하는 지경이라면 중앙종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총무원을 독려하는 한편 어려움을 같이 해결하여야 하고, 총무원 역시 중앙종회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붕괴직전의 종단을 구해보고자 하는 심정으로 중앙종회의원으로 나선 스님들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개인의 일정에 무리가 있더라도 수시로 만나서 의견을 개진하고 실행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종단이 정상화 되도록 해줄 것을 거듭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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