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연상인 찬술, 수마제스님 번역. 비움과소통 刊, 값 12,000원

일본 정토종의 개조 법연상인의 염불 법문 정수(精髓)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민의 심성을 순화하고 도(道)와 덕(德)이 높은 참사람을 길러내야 할 종교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른 바 ‘종교의 위기’시대에 불교 역시, 오탁악세(汚濁惡世)의 먹구름을 피해가지 못하는 것인가. 불교 종단 역시 수행기풍의 문란과 승단내부의 갈등, 일부 사이비 승려의 비리로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그렇다면, 위기의 한국불교는 어떻게 해야 다시 찬란한 법등(法燈)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그 대안의 하나는 염불이라고 역자(譯者) 수마제스님은 확신한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기독교 세가 강했던 대만이 불자가 80%에 달하는 불교국가가 된 데에는 신심 깊은 염불행자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아울러 문화대혁명 과정에 철저히 파괴된 중국불교가 거대한 용틀임을 하고 있는 것도 염불수행의 힘이 기반이 되고 있다.

▲ 대세지보살의 응화신(應化身)으로 불리는 법연상인(法然上人).
‘도의 근원이자 공덕의 어머니’인 믿음을 갖추기 위해서는 염불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행이 아닐 수 없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힘이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가르침에 따라 마을마다 고을마다, 남녀노소 부귀빈천을 떠나 염불한 백성의 발원(發願)에서 기인한 사실을 상기한다면 염불이 얼마나 위대한 수행법인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대세지보살의 응화신(應化身)으로 불리는 법연상인(法然上人, 1133~1212)이 일본에 칭명염불을 위주로 하는 정토종을 창종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원효-의상 대사의 염불수행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염원이 간절히 담겨있다.
법연상인 이전의 일본불교는 비록 대소승의 각 종파가 있었으나 유일하게 정토종만 없었다. 따라서 정토문(淨土門)의 교단이 없을 뿐더러 정토문에서 정식으로 의지하는 소의경전과 교상(敎相)상의 이론체계가 구축되지 않았으므로, 왕생의 행체(行體)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비록 당시에도 서방정토 왕생을 발원한 행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모두 각 종파의 교리에 의탁하여 잡행잡수(雜行雜修)를 하면서 회향을 하였으니, 이른바 ‘종속적인 종파’라 불리게 되었고, 게다가 각 종파의 교리로써 아미타의 정토를 판별하였으므로 정토의 의보(依報)와 정보(正報) 및 왕생의 정인(正因)은 각 종파의 종의(宗義)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법연상인은 이 점을 고려하여 기존의 종파 외에 따로 정토종을 창종하고 이 <선택본원염불집>을 저술하여 개종입교(開宗立敎)의 근본교전으로 삼았으니, 이때에 이르러서야 아미타불의 본원의 의취(意趣)와 왕생의 행체(行體)가 남김없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선도대사의 종지를 따르고 있는 이 책에는 진종(眞宗)의 핵심 요지와 염불의 깊은 뜻이 다 들어있어 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염불행자들은 물론 일반 불자들에게도 더없이 깊은 보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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