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대 지방종회와 중앙종회 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가 원만하게 마무리 되어간다. 지금까지 선거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교구는 전체 26개 지방교구 가운데 21개 교구이고 5개 교구는 선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선거가 가진 의미는 무엇보다 지난 2년 가깝게 대립하여 종단이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고 있는 중앙종회 주도세력과 총무원간의 막가는 싸움을 종도들이 어떻게 심판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있다.

중앙종회의장과 총무원장은 서로가 애종과 적법성을 내세우며, 종회의장측은 총무원장의 독선과 전횡에 싸움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고, 총무원장측은 종회의장의 청문회 출석에 대한 반감, 종단 부채에 대한 책임자들의 결집, 이전 집행부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종권에 대한 미련 등이 이 사태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종도대중이 어느 편의 주장을 받아들였는가 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의미라고 보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대구경북교구에서 후보로 나선 현 중앙종회의장과 서울남부교구에서 출마한 종정예경실장의 당락이었다.두 후보의 막강한 인지도와 배경으로 볼 때 당선은 당연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 모두 완패 내지는 참패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서 모든 이를 놀라게 했다. 우리는 이 결과를 보면서 그간에 종도들의 말 못하는 가슴앓이와 분노가 어떠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선거결과가 총무원장이 전적으로 잘했다고 하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중앙종회의장 측이 주장하는 총무원장의 전횡이나 독선, 폭력과 기만 등의 주장이 먹혀들기보다는, 오히려 총무원장 구속사태를 불러온 책임을 중앙종회의장 측에 묻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간에 총무원장과 종회의장이 절충점을 찾아 화해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종단사태의 시발점이 된 호법원장 선출 과정의 시비에 대해 총무원장은 종회의장의 사과 한마디면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이후 재선거를 한다면 단독 출마하게 하여 서로간의 명분을 잃지 말자는 제의를 했다.

법원의 판결 이후 종무원장협의회의 중재,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총무원사와 법륜사의 개방에 합의하면 호법원장 인정 등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제안, 또 다시 법원의 판결 이후 종무회의와 종회의장과의 원사 회복 합의, 그리고 언론과의 합의 인터뷰 등이 있었지만 비대위측은 오직 총무원장 퇴진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버티어, 전•현직 총무원장 구속이라는 종단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현 상황에 대한 종도들의 인식이 이번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 의한 종회의장 측의 몰락이 결코 총무원장의 승리라고 할 수는 없다. 종단의 수장으로서 모든 종도들을 아우르고 종단을 발전적으로 이끌어야 할 소임을 맡은 이후 지적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과연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는가를 되돌아 보아야 하고,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최고 소임자로서 종단의 현 사태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 종단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책임은 제 14대 중앙종회로 넘어갔다. 이번 지방과 중앙종회 의원 당선자들은 자신들이 종단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감정이나 분파에 따라 판단함이 아니라 종헌•종법의 틀 안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함으로써 이 사태를 마무리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종단을 추스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기를 종도대중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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