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 전국신도회장 백우 정경조

한국불교 태고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한 근본교리를 봉체하고 태고종조(太古宗組)의 종풍(宗風)을 선양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 전법도생(傳法度生)을 종지로 삼고 있다.

즉 한국불교태고종 종단이 근본으로 삼고 있는 교의(敎義)와 취지(趣旨)는 태고종 종도들은 자신도 깨닫고 모든 중생도 함께 깨달을 수 있도록 교화하고 깨달음과 수행을 원만히 이루게 하며,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닫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동시에 역대조사의 오묘한 법을 전하여 모든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불법으로 제도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불교 태고종은 종권과 인맥을 따라 이합집산 하는 병폐에서 벗어나 원효스님의 화쟁사상과 태고스님의 원융회통의 통불교사상을 통해 불조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종단의 특징이다.
이러한 종지와 특징으로 종단이 운영되고 있을 때만이 태고종은 1700년 한국의 정통법맥을 이어온 종단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종단사태는 40여 년 전 종단명과 사찰을 빼앗겼을 때보다 더 처참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그때는 빼앗긴 사찰을 되찾으면 되지만 지금 사태는 1700년 한국의 정통법맥을 이어온 종단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아닌가 하기에 더 비극적이고 상처가 더 깊다.

총무원사 점거를 위한 폭력행위와 계속되는 상대에 대한 비방•비난, 종헌 종법은 무시되고 사회법으로 해결하려고 고소 고발이 수차례 이루어지고 있는 종단사태는 40여 년 전 종단이 무참히 짓밟히던 그때보다 더 처참한 상황으로 이어져 총무원의 기능은 마비됐다.

종단사태 때문에 종단이 가장 힘을 기울여 봉행해야 할 부처님오신날 행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자들과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종단으로 추락한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총무원과 종회, 승정원, 원로회의, 종단의 3원장은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종단이 지금의 사태로 가도록 보고만 계시는지? 태고종에 소속돼 홍 가사를 수하는 스님들과 전법사님, 종단의 기관장스님들은 종단이 이렇게 되어가는 것을 언제까지 보고만 계실 것인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태고종의 사태가 장기화되어가는 중에 일단 종무행정이라도 정상화되길 바라는 530만 신도를 대표해 신도회장인 내가 지난 8월 ‘총무원의 업무정상화’를 위해 3원장의 회동과 중재를 추진하였으나 아쉽게도 성사되지 않았다. 너무나 아픈 마음으로 한국불교 태고종 530만 종도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종단 사태가 종식될까?…

총무원장, 종회의장, 호법원장, 종단의 원로스님, 그리고 태고종을 목숨보다 사랑하고 태고종을 자랑스러운 종단으로 자자손손 물려줄 스님들. 오직 스님들의 가르침을 따르고 스님만 바라보는 530만 신도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태고종 신도임이 자랑스러울 것인가?

나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전국신도회장으로 2년 전 선암사에서 열린 제 28대 총무원장 취임식에서 한국불교태고종의 발전을 위한 발원을 하고 100만 서명운동, 신도회 조직 강화를 위해 전국을 다녔다.

그러나 이러한 꿈마저 미처 펴보지도 못하고 이제는 한국불교태고종 전국신도회장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처지가 되었다.

신도들은 스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 그러니 스님들은 우리 신도들이 태고종 소속 사찰을 다닌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불자가 되도록 모범을 보여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양보하고 조금 내려놓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나는 오랜 세월 절에 다니면서 스님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고 생활해 오고 있다. 스님들께 배운 마음 이야기를 스님들께 올리고자 한다.

 제발 욕심과 체면을 버리십시오. 나를 버리고 그 자리에 부처님을 모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을 마음에 두고 계시면 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부처님 법을 따르기 위해 스님이 되신 분들이 마음에 부처님을 두고 계시지 않고 이기심과 욕심, 체면, 기득권, 나만을 고집하지는 않겠지요?

 저희 신도들은 믿습니다. 저희 신도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스님들의 결단을 믿습니다. 마음에 부처님을 모시고 계시는 태고종 스님들이, 1700년의 한국불교의 정통법맥을 이어온 한국불교 태고종이 다시 태어나도록 용단을 내리실 것을 믿고 간절히 기원합니다.

 비온 다음 땅이 더 단단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부디 현명하신 스님들께서 조속히 이번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는데 나서주시길 간곡히 기원 드립니다.

백 우 정 경 조 <전국신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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