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주제로 초기불교, 선불교, 불교학, 비교종교학, 상담심리

등 여러 방면에서 그 실체와 의미,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논구

흔히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깨달음의 내용, 즉 그것의 실체에 대해서는 불교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시대에 따라, 종파에 따라, 심지어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불교와 인문학 전반과의 열린 대화를 추구해온 <밝은 사람들 총서> 9번째 권으로, ‘깨달음’을 주제로 불교 내에서 초기불교, 선불교, 불교학의 관점을 살펴봄과 동시에, 비교종교학 차원의 종교체험과, 상담 내지 심리치료 장면에서의 성찰 등을 살펴봄으로써 ‘깨달음’의 정체와 의미를 파악해 보고자 기획됐다.

‘초기불교의 깨달음 이해-붓다의 깨달음 , 해탈, 그리고 열반’에서 정준영교수는 우선 깨달음이 과정인가 궁극인가의 문제를 사성제와 연관하여 정리하면서, 계정혜 삼학 중의 하나인 지혜가 도성제에 해당한다고 보면 깨달음은 과정까지를 포함한다고 말한다. 또한 해탈에서는 사마타의 수행결과인 심해탈과 위빠사나의 수행결과인 혜해탈이 서로 보완적이되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논하고, 열반에서는 유여열반이든 무여열반이든 모두 이 현실세계 안에서 체험되는 세계임을 강조한다.

‘선불교의 깨달음 이해-선종의 깨달음과 그 유형’에서 김호귀 교수는 깨달음을 제1의 깨달음(본각), 제2의 깨달음(시각), 제3의 깨달음(깨달음의 실천)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제1의 깨달음인 본각은 일체 중생에게 본래 갖추어져 있는 ‘원각(圓覺)’이나 또한 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제2의 깨달음은 일체 중생에게 본래 구비돼 있는 본래적 깨달음을 좌선이나 염불 등 여러 가지 수행을 통해 나 자신의 깨달음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제3의 깨달음은 본래성불의 본각에 입각해서 우리 삶의 모든 행위를 깨달음의 묘용과 실천으로 간주함으로써 결국 일상 삶의 모든 행위로 확장된 깨달음을 뜻한다. 현실에서 삶의 매 순간을 깨달음으로 살아가자면,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본심을 잃지 않고 매 순간을 여기 지금의 주인공으로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교학의 깨달음 이해-깨달아 감과 깨달음, 그리고 깨달아 마침’에서 박태원교수는 깨달음의 내용과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 그리고 깨달음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에 답하기 위해 깨달음의 전체 과정을, 본래의 참된 지평(본각, 진여) — 참됨의 가려짐(무명, 탐진) — 본래지평의 회복과정(시각) — 본래지평 복귀(시각=본각)로 구분한다.

그리고 깨달음의 성취조건을 연기적 사유를 통한 이해능력의 계발과 탐진치의 해체를 통한 마음능력의 계발로 간주한다. 그는 위빠사나 수행이나 교학 탐구는 전자에 치중한 것으로서 후자를 함께 하지 않을 경우 해오(解悟)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것, 사마타 선정 수행이나 간화선 수행은 후자에 치중한 것으로서 연기적 성찰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비교종교학의 깨달음 이해- 깨달음 체험과 완성의 의미’에서 성해영 교수는 깨달음을 일상 의식 상태와는 구분되는 ‘비일상적 체험’ 내지 ‘변형 의식 상태’로서의 신비체험으로 간주한다. 즉 깨달음을 개인적 의식을 초월한 ‘궁극적 실재’ 혹은 ‘존재의 근원’과 하나가 되는 ‘신비적 합일 체험’으로 논한다. 비교종교학에서의 신비체험 내지 종교체험 연구에 입각해서 깨달음의 구체적 유형을 제시하고, 그 틀 안에서 불교의 깨달음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상담심리학의 깨달음 이해-온마음 상담과 불교적 성찰’에서 윤호균 교수는 불교의 인간관을 수용하고 불교의 수행방법을 활용하여 현대인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개발한 ‘온마음상담법’을 소개하고 있다. 상담을 문제나 증상의 해결 내지 치료과정(질병 모형)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본성의 실현과정(성장 모형)으로 간주한다. 즉 상담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참 자기’를 알아차려 새로운 안목을 열게 하며, 고통이 밖에서 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임을 자각함으로써 고통을 극복하게 만든다.

심리적 문제나 증상이 모두 인연에 따른 연기현상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그 ‘연기의 바탕이자 근원인 본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정준영 윤호균 외 집필,  운주사 刊,  값 20,000원.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