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파브르’ 정부희가 들려주는 우리 숲에 사는 우리 곤충 이야기
식물과 곤충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환경오염으로 많은 곤충들 사라져

우리나라에는 무려 1만 6천여 종의 곤충이 산다. 이렇게 많은 종수의 곤충이 있는 것은 다분히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지역이기 때문인데 일 년 내내 덥고 건기와 우기가 교차하는 동남아 같은 열대몬순 지역에 사는 곤충들은 크기가 크고 색도 화려하지만 다양성 면에서는 우리나라에 못 미친다고 한다. 몸집도 작고 색도 수수한 편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우리나라 곤충이지만 우리 숲에서는 그야말로 온갖 곤충이 아우성치고 있다.

초식 곤충에게만이 아니라 육식 곤충에게도 식물은 집과 짝짓기를 할 장소를 제공함은 물론 새끼들이 무사히 자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모든 것을 내어준다. 그렇기에 곤충을 만나려면 일단 각각의 곤충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물을 찾아야 한다.

봄에는 꽃가루, 꽃꿀, 잎사귀 위주로, 여름에는 식물 즙이나 수액, 가을에는 풀잎이나 웅덩이, 겨울에는 낙엽 밑, 땅속, 나무속을 찾아보면 한창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녀석들을 만날 수 있다. 곤충들은 어른벌레로 지내는 시간이 매우 짧으므로 한철을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이며 보낸다.

▲ 오렌지빛의 두점박이사슴벌레.
먼저 이른 봄, 봄꽃들이 막 필 때쯤 곤충도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먹잇감에 맞게 모양이 바뀐 주둥이로 꽃가루를 핥아 먹거나, 꽃꿀을 빨아 마시거나, 잎사귀를 쑥덕쑥덕 씹어 먹는다. 그렇게 식사를 하다 맘에 드는 짝을 만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며 짧은 봄을 알차게 보낸 후 자취를 감춘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곤충들도 갈증을 느끼는지 나무 수액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반상회라도 하듯 온갖 종류의 곤충이 몰려와 영양분이 듬뿍 든 수액을 마신다. 물론 장수풍뎅이처럼 힘센 곤충은 명당을 차지한 채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밑빠진벌레류는 티도 안 나게 나무껍질 속에 쏙 박혀 있다. 먹이가 부족한 여름철에 수액으로 몸보신도 하고 짝짓기도 한 곤충들은 튼실한 알을 낳으며 여름을 마무리한다.

▲ 미타리꽃꿀 마시는 작은 멋쟁이나비.
가을 풀밭은 그야말로 메뚜기 천국이다. 풀 위를 툭툭 튀어 오르고, 겅중겅중 걷고, 풀줄기 뒤에서 있는 목청 높여 노래한다. 물론 그것은 암컷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컷들의 구혼 환상곡이다. 암컷은 노랫소리만 듣고도 상대 수컷의 신체조건을 알아차린다고 하니 그들에게 노래는 삶의 일대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다. 가을 하늘을 유유자적 날아다니는 듯한 잠자리가 커다란 겹눈을 번뜩이며 타고난 사냥꾼 기질을 발휘해 배를 채우고 기다란 몸으로 하트 모양의 짝짓기를 한 뒤 물풀에 산란까지 하면 가을도 서서히 막이 내린다.

추운 겨울, 곤충들은 낙엽 밑, 땅속, 나무속으로 들어가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다. 잠시 성장을 멈추고 잠을 자면서 내년 봄을 기약하며 단련의 시간을 보내면 곤충들로 부산했던 숲도 한동안은 고요할 것이다.

▲ 등검은메뚜기.
본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먹기, 짝짓기, 산란에 최선을 다하는 곤충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식물 번식의 일등 공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부산을 떨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곤충들은 자연스레 식물에 최고의 중매쟁이가 되었다. 짧다면 짧은 생애 동안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다 간 곤충들 덕에 지구는 어느 때보다 식물이 번성하게 된 것이다.

흔히 숲에서 만나는 곤충을 징그럽다고 피하기 일쑤였던 우리가 이 책을 읽는다면 곤충들이 ‘지혜로운 우리의 이웃’임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글과 사진 정부희,  지성사 刊,  값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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