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주도세력이 결국 종권을 차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들이 발행하는 4월 8일자 ‘태고종보’의 사설을 보면 이미 총무원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기존의 선거인단에 의한 선출방식을 폐지하여 중앙종회의원만으로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다시 구시대의 선거방식으로 돌아가겠다는 명분은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하는 방식은 분파가 형성되고 종단이 사분오열되어 이번 같은 종단파탄의 뿌리가 되었고, 결국 중앙종회의원 만의 선출이 무난하며, 아울러 직선제는 더더욱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예견된다는 사족을 달고 있다.

민주주의 아래서 시행되는 모든 선거는 필연적으로 이해관계나 가치관으로 인한 분열을 가져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모든 국가나 단체가 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 모든 권력은 국민이나 단체의 구성원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성원은 자기가 속한 곳에서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권한을 행사하고, 후보자는 구성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공약을 내세우며, 유권자는 후보의 공약 실행가능성을 평상시의 모든 행위로 판단하여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중앙종회 주도세력은 우매한 대중이 자질 없는 총무원장을 선택하는 잘못을 범했으니 똑똑한 자기들만으로 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중앙종회의원만으로 선출된 총무원장 체제가 가져온 결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종도들이 이처럼 종단에 대해 무관심 내지는 자신이 속한 종단임에도 불구하고 배타적이며 자조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참종권을 박탈한 수구세력의 종권대물림이라고 하겠다. 종도들이 종단의 집행부를 선택하고 심판하는 유일한 길이 선거뿐인데, 종도들이 배제 당하고 시행되는 선거체제 아래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겠는가.

또 다른 문제는 중앙종회의원 만으로 선출된 총무원장이 다수의 중앙종회의원을 추천하는 권한을 가졌고 결국 총무원장에 의해 추천된 중앙종회의원은 자신을 추천해준 총무원장을 무조건 지지한 결과 총무원장이 교회에 사찰을 팔아넘기고 종찰을 담보로 부채를 일으켜 종단을 파산직전으로 몰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중앙종회 일부 세력이 중앙종회의원 만의 선출이 장점이 많다고 주장함은 결국 종권을 좌지우지하여 이익을 챙기고 행세하던 과거에 대한 미련에 집착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다. 그러나 모든 견제와 감시는 종법의 틀 속에서 가지는 권한이지 종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설을 보면 종단경영에 있어서 법을 논하기 전에 불조의 가르침에 입각해 정당한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그들 스스로 법을 어기고 결국 법에 의해 잘못이 밝혀지자 법보다는 불조의 가르침이 우선이라는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그들이 내세우는 불조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종법을 다루는 기구를 주도하는 자들이 종법을 아예 모르고 안건을 처리하여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줄은 모르고, 똑똑한 자신들만으로 총무원장을 선출하겠다고 나서는 행태에서 종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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