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기의 한약 치료

환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너무 익숙해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가볍게 넘기기 쉬운 감기. 물론 면역력이 정상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며칠 앓고 나면 무리없이 회복되는 질환이다. 그러나 노약자, 어린이 등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은 오래된 감기로 인해 폐렴, 신장기능 이상, 면역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감기에 좋은 한약이라 하면, 갈근탕이나 쌍화탕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감기에 자주 쓰이는 처방이지만 모든 감기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질병은 여러 조건에 따라 상태가 다양하게 인식되고 있다. 환자가 현 시점에서 나타내는 증상을 기혈수(氣血水), 음양(陰陽), 허실(虛實), 한열(寒熱), 표리(表裏), 육경병위(六經病位) 등을 고려해 적합한 한약을 결정하게 된다.

감기의 초기 증상은 오한과 발열(發熱)이 나타나고 두통, 관절통, 근육통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이 시점에서 해열이 되면 치유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발병 초기의 상태를 태양병(太陽病)으로 인식하며, 해열 후에도 신체에 열감이 남아있고 해수, 식욕부진 등이 만연된 시기를 소양병(小陽病)으로 인식한다. 이렇듯 병의 진행을 여섯 단계로 인식하는 것이 육경병위(六經病位)이다.
한약의 감기 치료는 태양병 단계에서 머물러 있는지 소양병으로 진행되었는지를 구분하고 열증인지 한증인지를 구별하며 환자의 체력상태에 따라 실증인지 허증인지를 구별하여 적절한 한약을 선택하여야 한다.

태양병 시기 감기는 발한요법으로

감기초기 오한, 발열, 두통, 근육통이 있는 경우 한사(寒邪)가 체표에 머물러 있는 태양병(太陽病)으로 발한요법(發汗療法)을 이용하여 치료하게 된다. 이 시기에 열이 난다고 해서 해열제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감기 바이러스는 저온호기성이므로 온도가 올라가면 비활성화 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발열은 생체가 바이러스를 인지한 후 방어반응이 진행되는 것으로 한방에서는 체온을 올리고 발한을 촉진하는 마황(麻黃), 계지(桂枝)등의 약물을 사용한다.
널리 알려져 있는 방제에 갈근탕(葛根湯)이 있다. 계지탕(桂枝湯)과 마황탕(麻黃湯)도 발한제이다. 갈근탕과 마황탕에서 발한제의 주약은 마황, 계지이다. 계지로 체표를 따뜻하게 하고, 마황으로 발한시킨다. 추위를 느끼지만, 땀이 나지 않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즉, 체표를 따뜻하게 하여 발한을 시키기 위한 방제이다.
마황탕(麻黃湯)은 마황과 계지를 합한 강력한 발한제인데, 병사(病邪)가 실(實)하여 발열이 있으면서 한기를 느끼게 되고, 땀이 나지 않고 발한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 사용한다.
계지탕(桂枝湯)의 적응증은 한기가 가벼워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있으면 몸에서 저절로 땀이 나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조금 따뜻하게 해주면 바로 발한이 된다. 이것은 병사가 약하기 때문이고, 계지 생강으로 외표를 따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발한이 된다.
갈근탕(葛根湯)은 마황탕과 계지탕의 중간정도의 병사에 사용한다. 강력한 발한제인 마황 계지에 지한작용이 있는 작약이 배합되어 있다, 마황탕에 갈근을 가미하는 대신에 계지탕에 갈근 마황을 가미한다. 이것은 갈근 작약 감초에 근육 긴장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목뒤가 뻣뻣하고 근육통을 동반한 경우 사용한다.
 

※마황탕(麻黃湯)
마황(麻黃) 계지(桂枝) 행인(杏仁)


감초(甘草)

태양병에 두통과 발열이 있고 신체통, 골절동통, 오풍(惡風) 증상이 있으며 땀이 나지 않으면서 기침을 하는 경우에는 마황탕으로 치료한다. 또한, 뼈 마디마디가 쑤시며 아픈 감기, 비만형으로 발열 오한이 심하고, 관절통과 요통이 있으며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 유아의 코막힘 치료에도 사용한다.

※갈근탕(葛根湯)
갈근(葛根) 마황(麻黃) 계지(桂枝)
작약(芍藥) 감초(甘草) 생강(生薑)
대조(大棗)

태양병에 뒷목과 등 부위가 뻣뻣하고 당기며, 고개를 숙이거나 올려다보는 것이 불편하면서 무한오풍(無汗惡風)할 경우 갈근탕으로 치료한다, 어깨 결림을 수반하는 감기에 사용하며 발한요법제로 사용한다. 또한 중이염, 부비동염에 사용하고 염증증상이 심할 때는 길경 석고를 가미한다.

※계지탕(桂枝湯)
계지(桂枝) 작약(芍藥) 생강(生薑)
대조(大棗) 감초(甘草)

태양병으로 두통, 발열, 땀이 나고 오풍(惡風)하는 경우에 계지탕으로 치료한다.
자연 발한하는 경증 감기에 사용한다.

※소청룡탕(小靑龍湯)
마황(麻黃) 계지(桂枝) 작약(芍藥)
세신(細辛) 건강(乾薑) 오미자(五味子)
반하(半夏) 감초(甘草)

경증의 감기는 코·인후의 상기도염으로 시작되어 하기도의 염증으로 파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자주 사용되는 것이 소청룡탕(小靑龍湯)의 가감요법이다. 소청룡탕은 발한해표, 진해거담, 항알레르기 등의 작용이 있고,  종합감기약의 기본 처방으로 사용된다.
지금까지는 태양병 시기에 발한요법을 사용한 감기치료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태양병 시기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약을 복용한 후 몸을 따뜻하게 하여 충분히 땀이 나게 체온을 올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쁘고 불편하다는 핑계로 계속 추운 곳에 돌아다니거나 찬바람을 맞는다면 감기가 태양병에서 소양병으로 전환돼 다른 치료약으로 바꾸어야 하고 치료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고정일 한약사

○서울대학교 자연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석사 수료
○경희대 약학대학 한약학과 졸업
○현재 한약사인 동생과 함께 경희형제한약국 (02-386-0609)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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