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31호(2014년 12월 17일자) 사설

우리종단의 비구니스님들을 대표하는 새로운 전국비구니회장이 선출되었다.
비구니회장을 선출한 12월 10일 총무원청사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엔 건립된 이후 가장 많은 비구니스님들이 운집했고, 두 후보가 펼친 승부도 불과 몇 표 차이 박빙의 승부였다. 또한 당선된 스님은 낙선한 스님을 위로하고 낙선한 스님은 당선된 스님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서 참석한 모든 스님들이 흐뭇한 마음으로 선거를 마무리했다.

현재 우리종단 비구니의 비중은 날로 늘어 3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비구니스님 모두를 아우르는 구심점이 아직은 약해서 종단 내부에서의 위상과 역할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역대 총무원 집행부 부장 가운데 비구니가 참여한 경우가 없고 중앙종회의원도 비구니 몫으로 주어진 직능직 외에 교구에서 선출된 사례가 거의 없으며, 호법위원 또한 비구니스님이 전혀 없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하겠다.
사실 율장에 근거하면 비구니는 교단 내 입지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 하나의 예로 비구니는 어떠한 경우에도 비구의 허물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근본적인 비구니의 위상을 말해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여 우리나라도 여성대통령이 집권하는 시점에서 비구니의 권한과 역할을 제고함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다만 그러한 권리는 외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찾아야 할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비구니스님들의 참여의식과 스스로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의 비구니회장 선출은 종단 집행부가 거의 지명하다시피 하여 선거는 요식행위라고 보기에 충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출된 비구니회장 법정스님은 내 외전의 이력은 물론, 각종 종단의 대 소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전체 비구니를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비구니중심도량 건립의 비전과 실행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도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구니위상 제고와 중심도량 건립이 회장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솔직히 우리종단 비구니스님들의 처지를 보면 모두가 아무런 기반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불사를 일으키고 역량을 키워가는 끈질긴 원력과 수행력으로 살아간다는 점은 앞으로 비구니스님들이 오히려 종단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힘의 결집과 실천이 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신임 비구니회장에게 그러한 원력과 시대적 소명을 가지고, 아름다운 비구니의 구슬을 꿰어 장엄한 영락을 만드는 것처럼 전국비구니회를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한편, 종단 집행부 역시 비구니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모든 부분에서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느 종단처럼 비구가 비구니위에 군림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 아니라 종단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장애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비구니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개혁과 수구의 대립으로 종단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는 비구니스님들의 참여의식과 성숙된 선거문화에 감동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새 회장을 맞은 전국비구니회에 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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