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묻다’ 주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기획초대전
이번 전시에는 ‘단표(單瓢)’, ‘관서고금(觀書鼓琴)’, ‘징심득묘관(澄心得妙觀)’ 등 총 80여점이 선보인다. 고대문자를 회화적으로 구성해 현대적인 미감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작품 속 서예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탄생된 필획이 고졸(古拙)하여 이용 교수의 균형미학을 엿볼 수 있다.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의 간명한 선시 내용은 현대인들에게 성찰 혹은 위안을 주며 작품의 완성도도 높이고 있다. ‘단표(單瓢)’에서 ‘모든 일 잊고 진종일 앉았으니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네. 내 생애 무엇이 남아있는가. 벽에 걸린 표주박 하나뿐일세’라는 휘호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서예가의 가치관이 드러나 있는데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 외에도 ‘책을 보고 거문고를 연주하며’라는 휘호로 한가로운 일상의 즐거움을 표현한 ‘관서고금(觀書鼓琴)’과 ‘징심득묘관(澄心得妙觀)’ 등이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고요, 느림, 여백 등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또한 <화엄경>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을 모티브로 말 대신 웃음으로 답하는 모습을 표현한 ‘소이부답(笑而不答)’ 등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휘호들도 주목을 끈다.
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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