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28호(2014년 9월 26일자) 사설

종단의 파행상태가 종도들은 물론 세간의 걱정이 되고 있다.
이번 일의 원인은 관행과 종법을 무시한 처사에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우선 관행이란 무엇인가. 관행은 어떤 집단에서 오랫동안 지켜내려 와서 그 구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관습이다. 우리 종단의 경우 종법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다면 지방교구에서 시행되는 선거에 대해 해당교구의 형편을 인정하여 선출방식이나 절차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3월 호법원장 선출을 위한 중앙종회에서 종회개회 당일 날 종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3인의 의원 선서를 막았.종법을 기준으로 한 형식논리대로라면 타당한 이유에서 막은 종회의원 선서에 대해 누군들 시비하겠는가. 다만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인정해오던 바를 종법에 따라 불인정하려면 그 역시 절차를 지켰어야 옳다. 관행을 막으려면 그로 인한 폐해를 미리 지적하고 알려서 관행을 믿었던 사람들의 권리행사에 대한 피해를 줄였어야 한다. 또한 백번을 양보해서 종법대로 하자는데 동의한다면 그 나머지도 종법을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입후보자의 자격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공고가 없는데 대해서는 종법위반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에 발동된 원로회의가 가진 종책 조정권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종책을 세우고 중앙종회의 추인을 걸쳐 시행하는 일은 총무원의 역할이다. 그러한 종책이 기관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경우 원로회의가 중재하는 의미가 종책조정권일 터인데 원로회의는 일방적으로 3원장 퇴진을 미리 결정하고 종정예하의 유시를 받음으로써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했다. 그러나 유시가 없자 종정예하가 원로회의에 품청하는 문건을 받아내 비난을 자초하고 말았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은 종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세력을 동원해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측과 집행부의 다툼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해결방법은 종도들의 대의기관인 중앙종회에서 깊이 토론하고 결론을 내는 수밖에 없다.
중앙종회는 어느 한쪽의 세력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즉 어느 한쪽에서 성원시키거나 무산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 다수결이라는 방식으로 전체의견이 되어 표출되는 기구이다. 이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불참으로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고 적극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도 있는 것이지 무조건 참석하는 기구가 아니다.

우리가 종단사태의 해결을 중앙종회에 기대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중앙종회는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주장을 인정하여 다수결에 따라 결정해주는 기구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비난과 설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역시 종회의 의사결정과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닫지 않아야 한다.

대중의 의견이 수렴되고 여법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우리 승가사회의 원초적인 중요한 방식이다. 대중이 내린 결정은 설사 개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해도 따라줌이 우리 승가의 전통이다. 한편 대중이 잘못되었다고 결정한 당사자들은 참회를 통해 용서받고 승가의 일원으로 그 자격을 인정받음을 이번 종회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다툼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함이 아니라 종단의 발전을 위한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비가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처럼 이번 사태가 중앙종회를 거쳐 종단의 법과 관용이 어우러져 종도들을 화합의 길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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