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28호(2014년 9월 26일자) 칼럼

▲ 지현스님(경남교구종무원장 · 중앙포교원장)
지난 4월 대구교구와 경북교구종무원의 역사적인 첫 통합에 이어 8월 14일 경남교구와 경남동부교구가 통합선포식을 갖고 경남교구로 통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주요 지역에서 역사적인 통합이 계속되는 것에 종도들은 큰 관심을 갖고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총무원이 추진하는 ‘1 광역시 1 도 1 종무원’ 종책도 연이은 교구통합에 따라 탄력을 받게 되었다.

고착화 되어있는 지방종무원의 통합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인 종무원이나 종도들의 배려와 양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통합한 두 종무원은 아픔과 어려운 문제가 산적했겠지만 종단과 종무원의 미래를 생각해 차근차근 종도들을 설득하는 시간을 갖고 지혜를 모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 같은 쾌거를 이루어냈을 것이다.

우리 종단은 지난 날 종단을 운영하는 몇 스님들의 구미에 맞게 지방교구 종무원을 분할시켰기에 지방교구종무원이 종무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할 정도로 많은 폐단을 낳았다. 뚜렷한 이유나 명백한 분할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정확한 행정구역 분할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최소한의 구성 사찰 수란 것도 없었다. 일부는 인맥중심으로 종무원이 구성돼 뜻을 같이하는 종도끼리만 모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 생각이 다른 종도들은 자연히 오해와 불신이 커져갔다. 이 불신은 1 광역시 1 도에 종무원의 수가 많을수록, 또 생활권이 가까울수록 더욱 심해서 종도간 소통에도 큰 문제가 되었다.

우리는 지방교구종무원의 역할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총무원과 교구간의 종무행정상 불과분(不可分)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지방종무원은 각 지역에서 한국불교 태고종을 대표하고 있는 얼굴이나 마찬가지이다. 전통과 적자 종단임을 자부하지만 과연 그에 걸맞는 역량과 위상의 활동을 지방교구종무원이 하고 있는지는 다들 한번 씩 돌아봐야 한다.
모범이 되는 교구를 살펴보면 ‘1 도 1 종무원’의 교구들이다. 이 교구들은 최소한 80여 곳 이상의 사찰이 소속돼 있고 지역 종도들이 마음을 같이하기에 그 힘을 조직으로 승화시켜 지역사회에서 수행자로 인정받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분할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종무원이 있다. 종도끼리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불신만 커 가는 종무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종단과 종무원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종무원에는 가끔 웃지 못할 일들도 생긴다. 관공서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교구를 대표하는 종무원을 찾을 때의 난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같은 종단 종도이면서도 지역불사에 합심하지 못하여 타 종단에 비해 힘을 분산시켜 종단 위상을 추락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은 많은 지도자 스님들이 ‘1 광역시 1 도 1 종무원’ 체제의 중요성을 새로 인식하고 넓게 공감대가 퍼져가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대구경북종무원이 통합되어 종도와 교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 통합으로 대구경북종무원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지역사회에서 종단의 위상을 한껏 높였으며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통합한 경남교구종무원도 그러할 것으로 전망한다.
종단의 미래와 후학들을 위해 닫혀있는 마음을 활짝 열고 먼저 손을 내밀고 인내하며 노력한다면 대구경북교구나 경남교구 종무원 같은 통합의 쾌거를 이루어낼 교구가 이어져 나올 것으로 믿는다.

지금 우리 종단은 과거 어두움을 청산하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종도들의 저력으로 곧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이에 발맞춰 지방교구도 통합의 의미를 다 한번 되새겨 지역의 중심에 서서 교계를 이끌어 가고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지 현 <경남교구종무원장 · 중앙포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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