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26호(2014년 8월 13일자) 사설

본래 법계란 불교에서 승과에 합격한 승려에게 그 수행과 덕의 높고 낮음에 따라 국가에서 부여하였던 승계(僧階)를 말한다. 7월 22~23일 종단 첫 전법사 법계고시가 시행됐다. 고시를 통하여 전법사에게 법계를 부여함으로써 재가성직자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함은 물론 포교 일선에서 그 위상을 높이고자 실시된 것이다.
우리 종단은 그 구성원을 사부대중이 아닌 육부대중(六部大衆)으로 종헌종법 상에 규정하고 있다. 바로 남녀 전법사와 교임을 2부중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종도들이 전법사 교임 제도에 대해 탐탁해 하지 않거나 심지어 폐지를 주장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승교화종단의 이름으로 받아들인 소중한 인연이고, 급변하고 다양화된 현대사회에서 ‘전법사’는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극대화 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전법사 교임에 대한 의식전환과 종단차원의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전법사 제도가 실시된 지도 10년이 넘어 종단에서는 전법사의 관리 및 지원, 포교업무에 관한 전담 부서인 ‘전법사부’를 지난 3월 신설하고 초대 부장에 전법사 1기 출신이며 제 3대 전법사교임회장을 지낸 도정 전법사를 임명했다. 수계를 받은 전법사가 늘어나고, 행사 등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법사들의 화합과 지위 향상, 역량 구축을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우리 종단은 결혼을 인정하고 또 대(代)를 이어 운영하는 절이 다수인 만큼 그에 따른 권속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삭발염의는 안 했지만 부모의 뒤를 이어 전법교화의 길에 나서거나 스님과 함께 하는 도반으로서 사찰운영을 보필하느라 누구보다 바쁘다. 이들을 전법사의 길로 적극 이끌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불교활동의 중심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관심을 갖고 조언도 해 주어야 한다.
이번 전법사 법계고시에는 57명이 응시했다. 현재 전법사계를 받고 활동하는 전법사가 250명 정도이고 교임은 800~900명이 있다고 추산할 때 너무나 적은 인원이 응시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물론 처음이니만큼 법계고시에 대한 인식도 덜 되고, 교임들이 전반적으로 연세가 많은 만큼 어려움이 있었으나 다음부터는 보다 많은 인원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법계고시에 참석한 전법사 교임들의 자세는 매우 진지했다. 1:1 면접을 통해 수행자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고 나름대로 부족함을 느꼈다면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하고자하는 탁마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법사 법계고시 실시는 전법사의 자질향상을 기반으로 하는 법계 제도를 통해 전법사들의 위계와 위의를 확립해 나가는 실질적인 틀이 구축됨을 의미한다. 이번 전법사 법계고시를 통과한 전법사들은 추후 법계 품서식을 통해 기존의 전법사 가사와는 다른 가사를 수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냥 수행하고 포교하면 되지 법계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하고 법계고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수행자라면 누구나 고시에 동참해 스스로의 수행력을 평가 받아보고 아직 미흡하다고 느껴질 경우 반조하여 더욱 정진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다.
법계는 종단을 이끌어가는 근본자리이며 종단의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는 기준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수행자라면 누구나 법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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