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신문 제 625호(2014년 7월 22일자) 사설

며칠 전 온 국민을 절망과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선박사고에 대한 국회 기관보고가 있었다. 사고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은 선박회사의 탐욕, 그리고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감독기관의 부패는 물론 사고 당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여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정부의 무능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이라고 한다.
요즘 종단의 현실이 마치 세월호 사고의 복사판이라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종단이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부채로 인해 이미 신용불량단체로 등록되었고 모든 은행거래 통장이 압류되어 정상적인 재정 집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니 신용사회에서, 더구나 도덕적으로 투명하고 떳떳해야 할 종교단체가 불량단체라면 그 존재이유가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종단이 이처럼 좌초되어 침몰직전인데도 종단을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자들이 감정싸움으로 종도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음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번 다툼은 갑작스레 호법원장스님이 입적하여 공석이 된 호법원장 선출의 적법성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호법원장 선출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권한 규정이 종법에 명확하지 않아 서로의 해석이 다르고, 이제까지 관례로 인정하던 보선 종회의원의 선서와 투표참여를 종법대로 하겠다며 인정하지 않은데 있다.
또한 출마자에 대한 자격심사에 대해서도 얼마 전 다른 선거에 출마한 분들이니만큼 자격심사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보선종회의원 선서를 원칙에 의해 허용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선거에는 그때마다 중앙선관위원회가 자격을 심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니냐는 주장이 서로 대립하면서 투서에 가까운 유인물이 난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반된 이러한 주장을 정리해주는 기구는 법규위원회가 된다. 그러나 법규위원회마저 명확한 판단을 유보한 채 화해만 종용하고 있어서 결국 양측이 세(勢) 대결로 치닫고 있다. 결국 마침내 침묵하던 각 교구종무원장들이 양측의 말을 들어보고 결의문을 내놓자 중앙종회의장단도 중앙종회를 소집하여 맞대응하고자 했으나 종무원장들의 반발로 성원이 되지 않아 무산되었다. 다음 달 중에 다시 임시중앙종회를 소집하겠다고 하는 소식을 접하면서 일반종도들은 종단에 염증마저 느끼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종단의 부채와 재산망실에 대한 청문회마저 양측이 대립하면서 의미와 결과가 퇴색되어가고 있는 일이다. 심지어 청문위원회의 결과보고에 나타난 부채와 재산망실, 부실운영에 대해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어느 일방에 서서 가담하면서 실체가 없는 단체를 내세워 총무원장을 비난하는 괴문서를 발송하는 것을 또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입수된 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이 괴문서는 종단부채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죄하던 전 총무원장이 또 다른 책임자의 원고를 받아 일부 수정하여 발송했다고 하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차라리 종단이 와해되어 자신들을 추궁할 실체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이러한 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이번 다툼의 배경에 청문회 결과 명확한 증거들로 인해 책임이 드러난 사람들의 부추김도 한몫 했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종단 지도자들이 사태를 정녕 화합보다는 세(勢) 대결로 끌고 간다면 결과는 너무나 불행하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종단과 종도를 볼모로 삼아 자존심을 세우고자 하는 일들을 당장에 그만두고 명확하지 않은 종법을 정비하는 한편, 종단이 위기를 벗어날 마지막 기회인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인식하여 종단운영의 최우선 책임자인 집행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힘을 실어줌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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