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문화 교류 활성화 협약

  대만불자들, 영산재 동참하고 환희심…청명절 앞두고 조상 영가 천도와 가족 건강 발원

     국보그룹 ‘북해복좌’ 법당에서 도산스님 법문
“부모님께 효도하면 살아 있는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것과 같은 공덕이 생기고,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부처님을 해치는 것과 같은 죄업을 쌓게 됩니다”

 

청명절(淸明節)은 24절기 중 다섯번째 절기로, 조상의 묘를 참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청명 때가 되면 날씨가 따뜻해지고 초목이 소생하므로 성묘하러 교외로 나온 김에 들놀이를 가거나 연을 날리며 봄빛을 즐기는데 이를 답청(踏靑)이라고도 한다.

대만의 청명절은 양력 4월 5일인데 공휴일이다. 민국24년(1935년)부터 시작된 이 성묘의식은 민족성묘절로 기념해 대만인 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지키고 있다.

청명절을 앞두고 대만의 대표종단 임제종과 대만의 대기업 국보(國寶)그룹이 총무원장 도산스님, 중앙승가강원장 혜일스님(불이성 법륜사 주지), 교무부장 상진스님(안정불교대학 강주), 사서실장 현광스님(인천 불정사 주지), 규찰국장 성법스님, 정도사 주지 효음스님 등 종단 스님들과 영산재 시연단, 수현·진원 전법사를 초청해 갑오년 춘계대법회를 봉행했다.

신베이시(新北市)불교회가 초청하고 가우슝(高雄) 만수산 법흥선사(法興禪寺) 주최, 국보그룹 북해복좌(北海福座) 주관으로 3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4박 5일간 열린 이번 초청방문을 통해 한국과 대만 불교계는 양국의 불교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협약을 맺고 친선도모에도 앞장서기로 다짐했다.

27일 오후 대만에 도착한 태고종단 스님들은 대만스님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고 저녁 6시부터 태고종 방문단을 환영하는 만찬이 열렸다.

28일에는 한국불교 태고종과 대만의 대기업인 국보(國寶)그룹 북해복좌(北海福座) 간에 ‘한국과 대만은 불교의식 문화교류를 진행하며 중화민국과 대한민국의 천하태평과 법회에 참석하신 덕 높으신 스님들, 참석하신 모든 대중의 안녕을 기원하며 대한민국과 중화민국간이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는 내용의 ‘한중불교문화교류서’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도산스님은 “한국 태고종과 대만 불교계간의 교류를 지속하고 불교가르침을 통해 하나가 되어 세계 평화와 지구촌 행복을 위해 불자들이 앞장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태고종 방문단은 선도사(善導寺)에 주석하고 있는 세계불교승가회 회장이며 대만 임제종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중(了中) 스님을 예방하고 환담을 나누었다.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예방기념으로 우리나라 범종 모형과, 도자(陶瓷) 발우 등을 선물로 전달했으며 요중 스님도 선물로써 화답했다.

29일 오전에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양명산에 위치한 북해복좌(北海福座)에서 춘계대법회가 열렸다.
북해복좌(北海福座)는 납골을 봉안한 탑 형태의 건물로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총 40만기의 납골을 모실 수 있게 돼 있으며 현재 7만 2천기의 납골이 모셔져 있는 곳으로 1층 대법당에서 법회가 열렸다.
북해복좌(北海福座)의 주지 자보(自保)스님은 임제종 장로 성웅스님의 제자로, 자보스님은 일찌감치 한국의 법륜사와 연이 닿아 종정 혜초스님에게 건당하여 당호까지 받을 정도로 태고종과의 인연이 깊다.
북해복좌 1층 법당은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스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온 불자들로 가득찼다.

도산스님은 법문에서 “현대사회는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이기주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지만 세상의 모든 행복의 시작은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전제하고 “세상 사람들이 부처님께만 불공기도하며 공덕 지을 줄만 알고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효도하며 모른다면 이것은 참다운 불공 기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살아 있는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것과 같은 공덕이 생기고,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부처님을 해치는 것과 같은 죄업을 쌓게 된다.” 면서 “‘바른 법을 믿고 효도해야 으뜸가는 바른 행이다’라는 부처님 말씀도 있듯이 오늘 법석에 동참하신 대중께서는 부처님의 바른 법을 믿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가정에 화합하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기를 바란다.”고 설했다.

이윽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던 법석(法席)을 재현한 영산재 의식이 펼쳐졌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 50호이며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는 한국불교의식의 백미 영산재의 천수바라에서 나비춤까지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한 불교의식을 통해 대만 불자들은 조상의 영가를 천도하고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영산재는 다음날인 30일 오전에도 1층 법당에서 계속해서 봉행됐다. 법회에 참석한 1천여 북해복좌 불자들은 물론 이곳에 관광차 들른 사람 등 연인원 1만 여명이 한국의 불교전통의식인 영산재를 보고 그 장엄한 의식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한 대만 불자는 “굉장히 멋있고, 조상님들이 편안해 할 것 같습니다. 영산재의 표현력이 좋고, 바라춤도 우아했어요.” 라고 소감을 토로했다.

대만 임제종과 태고종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1974년 당시 종정이신 덕암스님이 대만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40여년 동안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임제종 장로인 성웅스님은 지난 2012년 10월에 열린 ‘덕암 큰스님 탄신 100주년 대법회’ 행사에도 참석했고 대승보살계 수계법회에는 칠증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2013년) 10월에도 서울 승불사에서 열린 국제십선계 무차대법회에 수계사로 참여할 정도로 태고종과 각별한 교류를 하고 있다. 북해복좌 주지 자보스님은 “성웅스님을 통해서 태고종을 알게 됐는데, 앞으로도 계속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 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초청방문에 동참한 사서실장 현광스님은 “지난 2월 하순 불정사에서 49재를 영산재로 봉행하는 것을 본 자보스님 등 대만스님들께서 문화교류에 대한 발원을 하시고 초청을 해 주셔서 이번 방문이 성사됐다.” 면서 “앞으로도 불교의식을 통해 한국과 대만의 불교계가 더욱 가까워지고 양국 사찰들간의 교류도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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