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에서 동방불교대학을 세운지 30년이 넘었다. 결코 짧지 않은 역사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승가전문교육기관에 착안한 선견지명과 과감한 실행은 놀라운 일이다. 교육기관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과 교육에 대한 종도의 열망은 실로 대단했다. 따라서 동방불교대가 개교하자 수많은 종도들이 앞을 다투어 입학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학교의 기반시설인 교사(校舍)는 종단과는 무관한 동방대학원대학교로 넘어가고 도법사를 매각해 사들인 교사는 좁고 낡아서 도무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 수 역시 급감하여 명맥을 잇기 힘들고 재정은 이미 파탄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한 때 수 백명의 종도들이 동방불교대 학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교육을 받던 종립대학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할 뿐이다.

병(病)을 고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그에 맞는 처방이 내려지듯이 위기에 처한 동방불교대 역시 부실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든지 문을 닫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방불교대가 이처럼 어려워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종단 지도부의 교육에 대한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교육은 끊임없는 투자로 인재를 양성하고 거기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배출된 인재가 소속된 사회를 위해 수익을 창출하고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즉 교육은 재정적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 투자를 통해 양성된 인재야말로 교육의 수익이다. 그럼에도 당시 종단 지도부는 동방불교대에 투자는커녕 오히려 등록금을 종단 운영비로 쓰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또 다른 원인은 교육의 질적인 부분이다. 좋은 스승이 있어야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있는 법이다. 대학이라는 간판을 걸었다면 당연이 학위를 갖춘 교수가 강의를 해야 맞다. 범패나 작법 같은 예능은 예외로 한다 쳐도 교양이나 학문적인 전공과정은 공인된 학위를 가진 교수를 초빙해야 하는데도 그러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철저한 학사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다.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라지만 등록금만 내면 학업성취도에 관계없이 졸업시킨 일들이 없지 않아 졸업생으로서 자질이나 자부심이 결여되고만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으니 오늘날의 학인 부족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동방불교대학 발전위원회가 구성되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발전위원회가 구성되면 무엇보다 위에서 지적한 일들 외에도 그 원인들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세운 뒤 종도들을 설득해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 전의 소임자들 역시 참회의 마음으로 더 이상 동방불교대 운영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자원과 자본이 없던 우리나라가 이 나마라도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전답(田畓)은 물론 식구처럼 여기던 가축까지 팔아서 교육시킨 부모들의 희생과, 거기에 부응한 자녀들이 양질의 노동력을 갖추어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종단 역시 오직 인재양성이야말로 종단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차대한 불사라는 점을 가슴 깊이 새겨 후학양성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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