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동국대 명상심리상담학과 교수

착하고 공부 잘 하던 김씨의 아들은 중학교 3학년이 된 후, 어느 날부터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강제로 보내려 하자 며칠 동안이나 가출을 해버렸다. 애가 잘못되는 게 아닌지 무서워서 함부로 야단도 못 치게 되었다.
엄마인 김씨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엄마는 공부밖에 몰라. 엄마한테는 내가 아니라 공부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나한테는 아무 관심도 없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도 몰라. 이제 지긋지긋해. 죽고 싶어!” 하는 말들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견딜 수가 없어 상담가에게 찾아갔다. 아들 문제를 털어놓았다. 여러 번 상담을 진행한 후에야 김씨는 비로소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강요한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든지, 미처 아들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느 날 상담 후 집에 들어간 김씨는 아들 방으로 들어가 말없이 아들을 안고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다. 미안해, 미안해, 얼마나 힘들었니.” 하는 흐느낌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묵묵히 있던 아들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함께 붙들고 우는 동안 김씨는 마음의 막혔던 부분이 터지면서 아들에 대해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롭고 깊은 사랑이 흘러나오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아들도 상담을 통하여 많이 회복되게 되었다.

사람은 공부만 할 수 없다. 사람은 마음을 나누고 대화하고 소통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들이 마음에 쌓인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수용하고 공감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성적과 공부이야기 외에는 아예 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금 힘들다고 하면 “무조건 해야 돼! 안 그러면 남에게 지게 돼!” 하며 자녀들의 마음에 무슨 생각과 감정이 쌓여있는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어떤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상담을 받거나 수습하느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게 된다.
상담을 받는 학생들은 대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해 본 적이 없어요. 엄마 아빠와는 대화가 안 돼요.” 라고 한다. 마음 속 힘든 이야기를 하며 울지 않는 학생이 거의 없다. 그런데 세상에서 자녀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들은 정작 이런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거나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가정은 양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은 많다. 그러나 겉도는 이야기뿐, 필요한 것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자녀들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면 된다. “너는 엄마아빠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니?”
부모님들은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부모님들도 어릴 때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해주어야 하는지를 모른다. 상담에서 ‘자녀문제는 99% 부모의 문제’ 라고도 하는데 틀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학생 상담에는, 아니 대학생 상담에까지도 반드시 부모님 상담을 겸해야 한다. 부모님부터 경청과 공감대화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위의 어머니 사례처럼, 때론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자녀문제로 왔는데 부모님 상담만 하면 아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어 버리곤 한다. 부모님이 변하면, 부모 중 어느 한 분이라도 변해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면, 자녀의 문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문제아라고 하는 학생도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면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사랑의 결핍,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외로움이 근본적인 뿌리인 경우가 많다.

* 가족과 마음으로 대화하는 준비
매일 집에서나 직장에서 10분간이라도 시간을 내어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잠자기 직전이면 더욱 좋습니다. 좌선하고 앉아 고요하게 마음을 깊이 집중합니다. 자녀의 얼굴을 차례로 마음에 떠올리며 그 마음을 느껴봅니다. 자녀 혹은 부처님, 형제자매 등 가족의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나의 관점과 내가 옳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면의 불성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 합니다. “엄마가 미안해, 고마워, 아들, 사랑해” 등 마음으로 말합니다. 참선을 마칠 때에는 항상 축원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네가 힘들어 하는 모든 업이 녹아지기 바란다. 밝은 부처님 마음 되기 바란다.”
자녀와 관계가 어렵다면 그 괴로운 마음을 붙들지 마시고, 내면 깊이 있는 불성에 맡기세요. 억지로 생각을 내어 하려고 하지 마시고, 깊은 마음 속 부처님께 그저 맡기세요. 화난다, 밉다, 이런 생각에 집착하지 마시고 편하게 깊은 마음에 내려놓으세요. 생각이 날 때마다 ‘부처님!’ 하면서 깊은 마음에 돌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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