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꿈을 꿀 수 있다
<전호에서 계속>이날 이후로 나는 휴식시간이면 누가 등 떠밀고 시킨 일도 아니지만 어김없이 환자들의 산책로 길로 연결된 관해사로 올라가는 길을 깨끗이 청소하고 법당 안이며 주변 환경을 가꾸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다 보니 하루 몇 번씩 온몸을 흠뻑 적시는 땀으로 목욕을 한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누구에게 물 한잔도 건네주지 않았던 내가 기특하면서 신통방통하다.

관해사에서 매월 음력 초8일 약사부처님재일은 주지스님께서 후원자의 지원을 받아 환우들에게 돼지고기를 구어 먹이는 날이다. 이날 나는 관해사 도서실 다락방 법당을 오가며 외부에서 오시는 봉사자들이 일하기 쉽게 방 청소도 해놓고 보일러 불도 지핀다. 또 길다란 밥상도 펴놓고 불판, 수저, 종이컵, 가스, 가스버너, 화장지 등을 꼼꼼하게 준비해둬야 한다. 뒤 텃밭에 가서 고추, 상추며 가지, 오이, 호박도 미리 따놓는다. 나에게는 기도가 따로 없다. 이러한 일이 기도인 것이다.

참으로 스스로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날은 마음이 더 넉넉하고 기뻤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꽃들도 내 손안으로 들어오고 눈 안에 보이며 가슴에 안겼다. 너무나 행복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만끽하는 행복감이다.

당연히 몸도 좋아졌다. 몸을 위해서 억지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도 좋아지고 마음도 넉넉해졌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는 마음 없이 봉사를 하다 보니 저절로 완치가 된 것이다. 퇴원을 하라고 했다. 정말 기쁜 일인데 문제가 덜컥 생겼다. 갈 데가 없는 것이다. 밖에 나가도 거처할 곳이 마땅찮았다. 이 기막힌 사실을 관해사 주지 자운스님께 말씀 드렸더니 흔쾌히 함께 살자고 허락하셨다.

내가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당당히 자립할 때까지 스님과 (사)가향 자비회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 현실도 모두 부처님 가피임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나에게도 식구와 집이 생겼다. 신바람이 난다. 하루 한 끼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다.

무심(無心)이 천심(天心)이요 불심(佛心)임을 알게 해주신 자운스님과 늘 애정 어린 맘으로 동생같이 대해주시는 가향자비회 회장 조경숙님, 봉사대장 배명선님, 그리고 결핵환우를 위해 자비마을 자운영의 아이들을 위한 후원회 회장이시고 아이들과 함께하시는 최판도회장님 등 많은 봉사자들과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부처님 가피입어 건강하십시오.

제악막작諸惡莫作 (모든 악행은 짓지 말고)/중선봉행衆善奉行 (여러 가지 선행 받들어 행하여라)/자정기의自淨其意 (스스로 그 뜻을 청정하게 하여라)/시제불교示諸佛敎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 이니라) 를 가르쳐 주신 자운스님께서는 지금은 환우들을 사랑하고 위하면서 그 뜻을 위기 청소년들을 위하여 자비마을 자운영쉼터를 만들어서 벌써 50명 정도의 아이들이 스님의 따뜻한 품속에서 쉬어 갔습니다. 환우님들 모두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부처님 전에 기도드립니다. <끝>

정 관(국립마산병원 내 관해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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