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제로서 탁월한 효과 있는 자금정은
이독제독(以毒制毒)처방의 완결판


벌써 송년회소식이 들려온다. 해가 바뀌는 느낌이 슬슬 드는 것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예전에 궁중에서 해가 바뀔 때 임금님이 신하들에게 주는 단약을 납약(臘藥)이라고 한다. 이 납약중에는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 공진단(拱辰丹), 자금정(紫金錠), 경옥고(瓊玉膏) 등이 있는데 이중에 해독제일이 태을자금단(太乙紫金丹) 즉 자금정(紫金錠) 이다.

무협지에 보면 만병해독단(萬病解毒丹)이라고 하는 이름이 심심찮게 나오는데 이것이 태을자금단의 별명이다. 또 효과면에서 봐도 거의 이름값을 한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자금정은 고독(蠱毒), 도생독(挑生毒), 여우, 삵, 쥐독과 독초, 독버섯, 복어독, 죽은 소나 말고기의 독, 산람장기 독과 모든 약, 쇠, 돌, 풀, 나무, 새, 짐승 모든 벌레 독 등 여러 가지 독에 올랐을 때 이를 치료한다”고 되어 있으며, “한 번에 반알씩 박하를 달인 물에 풀어서 먹는데 위중하면 1알씩 먹는다.”고 했다.

또한 “스스로 목을 매었거나 물에 빠졌거나 헛것에 홀렸거나 놀라서 죽은 것같이 된 사람의 명치끝이 따뜻할 때는 찬물에 갈아서 떠 넣어 주면 곧 깨어나며, 뱀, 개 또는 여러 가지 독한 벌레한테 물렸을때는 술에 풀어서 먹고 물에 갈아서 상처 부위에 바른다.” 고 되어 있다.

이 중에 고독은 전염성이 있으며 창만(脹滿)이나 면색이 붉거나 푸르게 변하는 등 심하면 장부를 파먹거나 선혈을 토하거나 하혈하는 등의 증상으로 빠르면 십 여일 늦으면 몇 달이나 몇 년 안에 사망을 하게 되는 치명적인 독이다. 하지만 옛사람들이 이 병증을  벌레나 기생충 특히 주혈흡충(디스토마)의 체내 침입이나 진폐증(塵肺症)과 중금속의 중독, 종양(腫瘍)등의 증세로 말하는 것은 소박한 관점으로 판단을 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도생독은 증상과 치료법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식중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산람장기의 독이란 늪지대나 썩은 나무 등의 독소에 중독된 것을 이야기한다.
자금정은 이런 독들을 배출시키거나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고 되어있는데 주약인 속수자(續隨子)나 산자고(山茨菰) 대극(大戟)은 독이 있는 약재들이라 이독제독(以毒制毒)을 목표로 입방이 된 명방이다. 비슷한 약물구성의 처방으로 옥추단(玉樞丹) 만병해독원(萬病解毒元)등이 있는데 의학입문(醫學入門)이나 득효방(得效方)에 같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 이독제독하는 처방의 완결판으로 보인다.

만드는 법은 사향과 속수자의 기름을 뽑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속수자의 껍질을 까서 흰 속 알맹이를 가려내어서 기름을 짜서 버리는데 이 기간이 거의 6~7개월 가까이 걸린다. 기름을 짜내는 방법은 속수자 알맹이를 종이사이에 넣어서 압착을 하면 종이에 기름이 배어나오는데 처음에는 매일 종이를 갈아줘야 한다. 나중에는 흰 분필가루처럼 파싹파싹 해지는데 이렇게 될 때까지 꾸준히 정성을 들여야 한다.

오배자(五倍子)를 깨끗이 씻고 산자고의 껍질을 버리고 약한 불기운에 말리고 대극을 물에 씻은 후 약한 불기운에 말려서 사향과 함께 가루내어 이 모든 것을 체에 100번 이상 거른 후에 찹쌀 죽에 버무린 다음 절구에 천여 번 찧어서 만든다. 참 말하기는 쉬우나 정성이 말도 못한다.

게다가 사향(麝香)은 위품(僞品)이 많고 또 전문가들도 진위감정에 애를 먹는다. 믿을만한 구입루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일반사람은 언감생심이고 그래도 수출입조합 같은 곳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성이 적다. 특히 개인이 현지에서 구해서 들어온 사향은 거의가 위품으로 보면 아마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 약은 단오(端午) 칠석(七夕) 중구(重九)날에 만드는 것이 좋다 혹 천덕(天德) 월덕일에 깨끗한 방에서 향을 피워놓고 몸을 깨끗이 하고 만들어도 된다. 그러나 여자나 상제가 보지 못하게 하고 닭이나 개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만큼 만드는데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다.
자금정을 임상상 써본 것으로는 음주 후나, 옻에 올랐을 때, 게를 먹고 알러지반응이 나타났을 때 또 식중독으로 검은 물 설사할 때나 두드러기가 나타났을 때, 해외여행 때 음식이나 물에 적응이 안 될 때, 벌레에 쏘였을 때, 아토피 등에 써보니 아주 효과가 좋았다.

특히 음주 전에 먹었더니 술을 거의 세배 가까이 먹게 되고 그 다음에 뒷감당이 안되어서 가능하면 음주 전에는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 양약을 오래먹었거나 편식이 심하거나 환경이 아주 안 좋은 곳에 살아서 해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복용할 만 하다. 아토피나 기타 진물이 흐르는 피부병의 경우에 자금정을 아침이나 저녁에 한알씩 복용을 하면서 해당하는 처방을 쓴 결과 아주 탁월한 효과를 냈다는 학회의 보고가 있으며 필자도 여러번 경험을 하였다.

여행을 갔을 경우에는 상비약으로 꼭 챙겨가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날 공해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독소들이 난무하는 도시에서는 정기적으로 몸을 해독하는 의미로 1년에 한 두번씩 일정기간 약을 복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책일 것 같다.
그런데 자금정은 너무 비싸고 제대로 만들기도 쉽지 않고 또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또 필자의 경우를 비춰 봐도 공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다시 만들고 싶지 않은 약 중에 하나라 자연히 아껴아껴 쓰게 되는 약이라서 가벼운 디톡스에는 권하고 싶지 않다.

건강한 사람들이 편하게 큰비용 안들고 해독용으로 권장 할 만한 것에 감두탕이 있다.
감초와 서목태(鼠目太, 보통은 쥐눈이콩이라고 한다)를 각 5전씩 달여서 물처럼 마시는데 냉복도 좋고 온복도 좋다. 물의 양은 2리터 주전자 하나면 족하다.
연말을 맞이하여 감두탕으로 1년내내 여러 가지 독으로 중독 되었던 몸을 해독을 하면서 한해를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평강한의원 원장 trueond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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