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물(水)
물은 인체의 구성 성분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천일생수(天一生水)’라고 하여서 자연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물질로 보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33종으로 분류를 하였으며 생활에서 항상 쓰므로 사람들이 소홀이 하지만 물과 곡식이 사람을 기르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하다고 하였다.

의서(醫書)에서는 수(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마시는 물만을 이야기 하는 경우는 오히려 많지 않다. 마시는 모든 것을 지칭할 때도 있고 고이는 것, 흡수하는 것, 차가운 것, 뭉치는 것을 말하며 계절에서는 겨울을 나타내는 등 차라리 음(陰)의 대표로 보면 쉬울 것이다.

한의에서는 인체의 생리를 이야기할 때 수승화강(水昇火降)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즉 아래에 있는 수(水)는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는 화(火)는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으로 이와 반대로 화가 위에 있고 수가 아래에 있으면 서로 교통(交通)을 할 수가 없어서 병이 온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수(水)도 결국은 수의 기운 또는 수로 대표되는 음적인 기운을 말하는것이지 물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물을 마시고 곡식을 먹고 살아간다. 다들 건강에 좋은 음식이나 물을 찾으면서도 정작 먹는 방법은 소홀할 때가 많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소화의 입장에서 보면 물은 참으로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다. 특히 냉수는 더 그렇다. 왜 그렇게 보느냐 하면 한의학에서는 몸의 열기(위열(胃熱))로 음식을 소화 시킨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도 꼭꼭 씹어 먹으라고 하는 것이 한의의 입장이다.

현대의학에서는 물을 소화를 해야 한다는 개념으로는 보지 않고 그냥 내장을 씻어내는 개념으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물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도 좋고 혈액속의 노폐물도 많이 내보낼 수 있고 또 점점 말라가는 조직액에 충분한 수분도 공급할 수 있는 등 몸에 무조건 좋으니 많이 먹으라고 한다.

한의에서는 물을 필요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담음(痰飮)이라는 노폐물이 생겨서 신체곳곳에 질병이 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도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고 이러한 계통의 질환의 처방을 써야 할 때가 아주 많다.

한때는 ‘밥 따로 물 따로’ 먹는 요법이 유행 했던 적이 있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요법이다. 식사중의 많은 물은 당연히 소화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너무 물을 먹지 않아도 소화가 되지 않는다. 소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화를 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위(脾胃)를 후천지본(後天之本)이라고 한다.

현대의학의 홍보로 요즘에 물을 최소 2리터 이상씩 마셔야 좋다고 해서 억지로 먹는 사람을 많이 본다. 얼마 전에 내원했던 환자가 오줌소태가 와서 지하철도 제대로 못타고 참으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방광염이라고 병원에서 치료를 했는데도 별무차도라 계속 비뇨기과 가기도 그렇고 해서 와봤다는 것이다. 마르기는 했지만 건강해 보였고 비위가 약간 약해보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다.
차근차근 문진을 해보니 약 한달 전부터 물을 억지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단 물을 끊어보라고 하고 보냈더니 2주일정도 있다가 연락이 와서는 요즘은 소화도 잘되고 소변도 급하게 나오지 않고 다 나았다고 한다.

여름에 찬 얼음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마셔대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이렇게 마셔대다가는 장이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장이 점점 늘어져서 장과 장간막의 운동성이 줄어들어 배가 나오게 된다. 뱃살이 나오는 많은 이유 중에 아주 중요한 것이 찬 것을 많이 먹는 것이다.

식사 후에 찬물을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고깃국 같은 육류를 먹고 나서는 더욱 금기해야 하는 것이 찬물이다. 얼마 전에 읽어본 저널에서 드디어 양의에서도 식후 특히 육류를 먹은 후에 찬물을 먹으면 암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이유로 식전에 먹어도 마찬가지이다. 반주로 맥주가 별로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 치킨에 맥주를 많이 먹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삼겹살에 맥주는 치명적일 수 있다. 돼지고기는 찬기운을 받으면 응고되는 성질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를 할 때도 생강, 회향, 팔각향 등의 향신료를 많이 넣거나 맵게 요리를 해야 소화가 잘된다.

음식을 먹고 소화를 잘 한다는 것은 위열 즉 위의 기능이 활발해야 하는데 찬 것을 많이 먹으면 이 위열을 식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가 차지면 음식생각이 없고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해지고 붓고 자꾸만 드러눕고 싶고 배고픈지 부른지 알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구선(懼仙)은 여름의 양생에서 항상 따뜻한 것을 먹으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여름에 따뜻한 것 먹기는 쉽지가 않다. 해서 나온 방법이 음양탕(陰陽湯)이다.
음양탕은 더운물에 찬물을 반 정도 타서 한번 정도 휙 흔들어 섞어 마시는 것인데 억지로 따뜻한 물 마시는 것보다는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 우리의 마음이 평화롭거나 선하거나 좋을 때에는 물의 결정이 아주 좋게 이루어지고 악하거나 나쁜 것에는 물의 결정이 파괴되어 나타난다고 주장을 했는데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의식이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실험에 의하면 점점 의식이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사실이 점점 당연시 되어가는 것 같다.

즉 우리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인내천(人乃天)’ 이라는 말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많이 모여 살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각박해지고 참을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때에 성 안내는 그 얼굴에 부드러운 말 한마디를 잃지 않는 사람을 보면 바로 그 사람이 부처님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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