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소화 잘 시키는 것이 만병통치약
 
사람은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살아간다. 밥 먹는 것은 맘대로 조절이 가능하나 숨 쉬는 것은 규칙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숨 쉬는 것을 조절해서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닦아나가는 공부도 있지만 생활인으로서는 언감생심이다.

생활을 하다보면 먹는 것이 법도(法道)에 벗어나서 병이 오는 경우가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인류가 먹을거리의 고민에서 벗어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늘 굶주림에 대비한 대사기능(代謝機能)을 가지고 있다가 풍부해진 먹을거리를 감당 못해서 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대사이상 질환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한방에서는 이 질환들을 내상(內傷) 담음(痰飮) 비위(脾胃) 소갈(消渴) 옹저(癰疽) 충(蟲) 등에서 다루고 있다.

신문지상에 보면 참으로 많은 만병통치약이 있다. 대세가 기본이 당뇨병이고 항암효과는 덤으로 무조건 효과가 있다는 약초광고가 너무 많다. 현대과학이 초고도로 발달했다고 하는데도 저런 선전이 먹힌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얼마 전에 자면서도 살이 빠진다는 다이어트약이 과대광고로 규제를 당한 모양이다.

필자도 그 기전(機轉)이 몹시 궁금 했던 터라 그 광고를 자세히 읽어 봤는데 기전에 대해서는 민간요법보다도 더 못하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적잖이 실망을 했었다. 예전에도 말을 했거니와 자연계에 있는 약초들은 독극약(毒劇藥)이 아니면 무조건 저명한 효과를 낸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당뇨에 무조건 효과가 있다는, 더욱이 며칠만 먹으면 정상치로 떨어진다는 과일도 있던데 그 배짱이 참으로 위험천만이다. 만약 그런 효과가 있다면 의학사가 새로 정리되고 당뇨는 대한민국에서 과일 하나로 정복되었다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저염·저당·저칼로리의 사찰음식은 비만과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암에 효과가 있다는 개똥 쑥만 하더라도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을 보면 일관성이 전혀 없다. 누가 팔고 있으니 어떻게 구해서 먹으라는 것만 확실히 나와 있고 그 개똥 쑥의 기원이 뭔지는 자료가 뒤죽박죽이다.

이런 식으로 소개된 약초들이 참으로 많다. 예전에 알로에를 필두로 도라지, 달개비, 쇠비름, 사철쑥, 무화과, 홍삼(紅蔘), 하수오(何首烏), 소금, 구기자(枸杞子), 오미자(五味子), 생강나무, 녹나무, 황칠나무, 옻나무, 와송, 굼벵이, 상황버섯, 영지버섯, 동충하초 기타 등등 참으로 많이도 나타났다가 많이도 사라졌다.

그 중에 물론 약으로 귀중히 쓰이는 것도 있으나 선전하는 효과는 어쩐 일인지 무조건 당뇨(糖尿) 중풍(中風) 고혈압(高血壓) 암(癌) 등에 만병통치다.
그 선전중 항산화(抗酸化) 효과가 있어서 암에 좋다는 식의 설명이 많은데 식물 중에서 항산화효과가 없는 식물도 있나? 필자는 못 들어 봤다. 거기서 말하는 대로라면 집에 있는 채소반찬의 효과와도 기전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실제로 야채나 채소만을 모아 끓여서 야채스프라고 하면서 항암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많이 보급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을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유롭고 편안하게 먹어야
발효(醱酵)가 요즘은 대세이다.

원래 젓갈이나 된장 홍어 식혜 등 삭힌 음식들은 음식물을 풀어 헤치는 효과가 강해서 소화제로 예전부터 써왔던 것들이다. 문제는 발효를 시키면 무조건 좋은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예전부터 꾸준히 연구되어 왔고 아직도 계속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사항이다.
한약을 무조건 발효를 시켜서 달이는 곳도 있는데 과연 이것이 효과가 좋은가는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다.

한 가지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발효를 하게 되면 흩어지게 하는 효과가 강해지니 운행(運行)시키는 약이나 소화(消化)를 시키는 약 외에 기혈을 보충시키는 보약 등을 발효시키는 것은 본래의 약리에 어긋난다고 사료된다.

발효를 시킨 음식을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은 소화가 잘 안 되는 시절이 왔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위가 음식을 받아들여서 소화를 잘 시켜야 담음(痰飮) 등 노폐물이 생기지 않고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
그러므로 소화를 잘 시킨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발효음식이 아니더라도 소화가 잘 될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이 바로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 하는 것이다.

소화가 잘 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소식(小食)을 하고 즐겁게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고, 먹고 나서는 배를 문지르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좋으며, 식사 때 물을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찬 음식이나 굳은 음식일수록 조심해서 천천히 먹어야 하며 식사 시에 절대로 화를 내거나 신경을 많이 써선 안된다.

가능하면 편안하고 느린 브람스의 음악이라도 틀어놓고 먹는 것이 좋다.
지금 시절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때이긴 하지만 음식 먹을 때 만큼만이라도 편안하게 소화가 잘 될 수 있는 분위기와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즐겼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만병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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