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그릇 정성을 담아 부처님 봉양하듯이어르신들께 일일이 안부인사… 배식도 앞장복지재단 설립, 시스템 갖춰 봉사에 더욱 박차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내린천 둔치 ‘노인 쉼터’, 매주 토요일 일일 자장면집이 문을 연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다.7월 23일, 이 날은 록유사(주지 성인스님)에서 ‘사랑의 자장면 점심 나눔’행사를 하는 날이다. 기자가 둔치에 도착하니 ‘록유사 자원봉사 차량’이라고 써 있는 특이한 대형버스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있다! 없다?’ 방송프로그램명에 연예인들 사진까지 보인다. “원래는 sbs 방송차량이었는데, 방송국에서 우리의 봉사가 너무 순수하다며 2009년 프로 종영 후 기증 하였습니다.” 스님이 설명해 준다. “대형 솥과 자장면 뽑는 기계, 가스통을 비롯하여 많은 그릇과 재료들을 여러 대의 차에 싣고 다니느라 불편함이 많았는데 버스를 기증 받아 봉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장면 무료급식 봉사는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태풍 ‘루사’로 강릉이 초토화 됐을 때 군인들이 수해복구 현장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특히 강원도는 재난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 이므로 군인들의 구호 활동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군인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 주고 싶었던 스님은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자장면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각계 각층으로 여론 조사를 했는데 역시 자장면을 가장 선호했다. 특히 어르신들을 위한 자장면 봉사는 매주 토요일 펼쳐지는 나눔의 장이다. 한쪽에서는 야채를 다듬고, 한쪽에서는 면을 뽑는 등 봉사자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면을 뽑는 손이 예사롭지 않아 전직 자장면 기술자냐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 록유사 신도회장이라고 귀띔해 준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고 베풀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고, 여기 오신 분들이 자장면을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면 이 정도 땀은 아무 것도 아니지요,” 조봉환 신도회장은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친다. 국수를 삼고 자장을 만들고 모두들 신이 났다.“복 중에 인연 복이 최고입니다. 주지 스님을 만나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도 인연이고, 오늘 어르신들이 제가 만든 자장면을 드시는 것도 인연입니다.” 5년동안 록유사 봉사단을 이끌어 오고 있는 박성호 봉사단장의 말이다.12시 가까이 되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순식간에 모여 들었다. “스님, 안녕하셨어요.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스님께 악수를 청하며 감사 인사를 한다. “평일에는 복지관에서 밥을 주는데 토요일은 갈데가 없어요. 매주 토요일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스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3년째 나오고 있다는 김재원 할아버지. “오사장님 지난 주에는 어디 가셨어요?” 지난 주 빠진 할아버지 안부를 묻는다. 10년째 하다 보니 거의 얼굴을 다 익힌 것 같다. 드디어 배식시간, “어르신들 순서대로 드릴테니 질서 지켜 주시고, 양은 드시고 싶은 대로 마음껏 드세요” 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안부 인사도 거르지 않는다. 성인스님도 배식에 동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자장면을 나른다. 순식간에 300명분의 자장면이 동이 났다. “맛있게 잘 먹었다”며 돌아 가는 노인들 한분 한분이 스님께 다가와 고마움을 전한다. 15년전 록유사를 창건하며 ‘신(信)과 행(行)이 따로일 수 없다’는 생각에 저잣거리로 나왔다는 성인스님. 그때부터 나눔과 봉사가 일상이 되었다. 2006년 수해로 절 요사채가 침수되고 축대가 무너진 상황에도 록유사는 뒷전이고 다른 지역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점심과 저녁 급식 봉사를 했다. 이밖에도 태안 기름 방제 작업을 비롯, 사랑의 김장나누기, 경로잔치, 동해안 경계초소 장병위문 등 스님의 봉사 행보는 끝이 없다. 특히 지난 겨울 영동지역 폭설 제설 작업에 수고한 8군단 군인들에게 삼척에서 고성까지 부대를 돌며 9000여명에게 자장면을 릴레이 보시 한 일이 가장 보람 있었다는 성인스님. 올 3월의 일이다. 지난 해 ‘예당복지재단’을 설립, 스님이 오래도록 꿈꾸었던 일이 이루어 졌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 손을 잡아 줄 것입니다.”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예당호’의 앞날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강릉 글.사진=홍소연 기자“참 종교인은 신행이 일치 되어야”성인스님은 강원도 강릉 록유사 주지이며, 본 종단 복지부장을 맡고 있다.속초 동우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수료 했으며 현재 관동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102기갑 여단에서 민간 성직자로 위촉되어 매주 일요일 군인들에게 법문을 들려 주고 있다. 초하루와 보름 정기법회 외에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참선과 108배 및 신묘장구대다라니 10독을 한다. 스님도 거의 빠지지 않고 동참하며 신도들에게도 늘 신행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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