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부비고 손잡으며 어르신들 위로 함께 법회 봉행하고 노래하며 마음 치유매주 교도소 · 군부대 등 포교 일선 누벼“복지, 복지 하다 나라 망합니다. 자기 부모 간호하고 나라에서 돈 받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제가 생각하는 복지는 간단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과 즐거운 마음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는 것입니다.” 지련스님(서울 안암동 관음사 포교원장)의 복지에 대한 일갈이다.양로원, 군부대, 방문은 한 주도 빼 놓을 수 없는 스님의 주말 일과다. 월요일엔 교도소를 방문한다. 둘째 주 토요일 서울시립 수락 양로원 봉사하는 날 스님을 동행 취재 했다.7월 9일 오전 9시 30분 수락 양로원에 도착하니 먼저 온 관음사 신도들과 직원들이 스님을 반긴다. 스님은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시는 2층으로 올라가 방마다 문안 인사를 드리며 얼굴을 부비고 손을 감싸며 어르신들을 어루만진다. “우리 스님 오셨네” 하며 누워 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반색을 한다.한 할머니는 허리가 많이 아파 법회 참석이 어렵다며 부처님에게 올리겠다고 3천원을 스님 손에 쥐어 준다. 그러자 할머니들이 불전이라며 너도나도 쌈지돈을 내 놓으며 부처님께 올려 달라고 한다.스님은 이 귀한 불전을 어디에 쓸까 고민을 하다 어려움에 놓인 청소년을 돕기로 했다. 특별히 후원을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인연에 따라서 지원한다.복도에서 마주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합장으로 스님을 반기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어떻게 오셨냐”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낸다.오전 10시, 스님은 아미타 부처님이 그려진 작은 족자를 걸고 향을 피우며 식당에 조촐한 불단을 마련했다. 삼삼오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식당으로 모여들자 스님과 관음사 신도들은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자리로 안내했다.어르신들은 삼귀의와 천수경 독송, 마음다스리는글 등 큰 글자로 인쇄된 한글 법요집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한다. 이날 스님은 백중 법문을 했는데 목련존자와 그 어머니 얘기를 하자 ‘에휴, 에휴’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 할머니,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보시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아플 때 서로 아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고, 시샘하지 않고, 서로 웃어주는 얼굴이 참다운 보시거든요” 백중 날까지 만이라도 매일 서로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라고 당부한다.1부 법회가 끝나고, 2부에서는 다과와 함께 노래 부르는 시간, 스님은 어르신들의 애창곡을 다 외울 정도로 관심과 애정이 넘쳐난다. “노래는 마음을 치료하는 명약이기에 꼭 노래를 함께 부릅니다” 노래 치료의 중요성을 피력한다.시립 수락 양로원에 다닌지 올해로 9년째, 이곳의 직원이었던 동국대 불교대학원 동문 이영숙 불자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처음에는 1명으로 법회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돌아가신 신당화 보살님인데 평생을 부처님을 의지하고 살았던 분이었어요, 처음 저를 보고 펑펑 우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장례도 제가 맡아서 다 해 드렸지요. 또 기억 나는 분은 일명 가수였는데 ‘님’ 이라는 노래를 늘 선창했어요. 두 분 생각 할 때 마다 가슴 먹먹 합니다”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다.“스님은 어르신들을 자신의 부모님 같이 정성으로 섬기며, 친근하고 정감이 있어 타종교인 분들도 스님의 법회에 많이 참석한다”고 생활복지사 이재영님이 귀띔한다.타종교인의 동참에 대해 묻자 “어르신들에게 종교는 하루를 재미있고 즐겁게 보내는 것이지, 불교니 기독교니 천주교니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다.이 날 법회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로 마무리 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다.12년전 포교당을 개원하고 ‘기다리는 포교’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포교’를 하자고 결심 했을 때 제일 먼저 군부대를 찾았다. “군장병 100명에게 부처님 말씀을 들려 주면 그 중 몇명이라도 불자가 되겠지 하는 마음과 특히 남자 신도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스님의 생각은 맞았다. 현재 관음사 포교원에서 모든 일에 솔선하는 거산거사도 군대에서 불교를 접하고 그 인연으로 지금의 부인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 부부 뿐만이 아니라 포교원 식구 모두 인연 닿는 대로 스님을 도우며 나눔과 포교에 동참하고 있다” 며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첫째 일요일은 육군 223연대, 둘째, 네째 일요일은 육군 6028부대 정기법회, 둘째 토요일은 수락 양로원 법회 및 봉사, 넷째 월요일은 영등포교도소 정기법회 등으로 일정이 빡빡하다. 셋째주 일요일은 아무런 일정이 없는 것이 의아 해 하자 “그 날 만큼은 오롯이 우리 신도들과 함께 하는 날입니다” 주지가 늘 밖으로만 도는 것이 미안해 특별히 11월 셋째 일요일은 ‘관음사 신도의 날’ 로 정했단다. “신도들과 뜻을 모아 하는 일이지만, 귀하고 귀한 시주돈으로 하는 만큼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시주돈의 중요성을 역설한다.스님은 새벽 5시 예불과 함께 신도들을 위한 기도로 아침을 맞이 한다. 그날의 생일자 축원은 한번도 거른적이 없는 신도들에 대한 빚갚음이란다. 달력에 7월 생일자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외에도 대소사는 물론이고 경조사는 반드시 챙긴단다.“현재 우리 포교원 신도가 100여명입니다. 물론 인연이 닿으면 어쩔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도 신도 개개인에게 마음을 쓴다고 해도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 마련이거든요” 그저 신도수만 늘리기에 급급한 요즘에 경종을 울린다. 10년 넘게 스님을 따라 다닌 초대 총무 관음행 보살은 “ 스님 자신도 몸이 불편한데 늘 누군가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동분서주 하는 것이 안타까워 제발 몸 좀 돌보시라 해도 소용 없다”며 애를 태운다. “저렇게 작은 체구에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우리 스님은 못 말린다”며 걱정 아닌 걱정이다.스님께 향후 계획을 묻자, 소박한 답변을 들려 준다.“군부대, 양로원, 교도소 봉사 등 지금 만큼만 하려고 합니다. 더 이상은 신도들 한테 미안해서 안돼요.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모든 일들이 시주돈으로 하는 거잖아요” 더도 덜도 말고 지금까지 해 온대로 회향을 잘 하는 것이 부처님께 진 빚을 갚는 길이라“는 스님은 “지금 이 자리, 이 순간 만나는 사람과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복지”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글 · 사진= 홍소연기자“종립대 발전 염원” 사후 전재산 동방불교대 귀속지련스님은 성북구 안암동 관음사 포교원장이며, 동방대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법륜사 중앙강원에 재학 중이며, 동림회 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14년 전 군부대 포교를 시작으로 지금은 양로원과 교도소까지 법회와 봉사로 종횡무진이다. 이렇게 헌신한 공로로 2010년 진각복지대상을 수상했다. ‘출가자로서 누린 복을 어떻게 회향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스님은 사후 시신기증을 약속하고, 유언장을 작성하기로 결심했다. 2005년의 일이다. 동방대학교 졸업생으로 정식 인가가 나지 않은 학교가 늘 아쉬워, 사후에 모든 재산을 동방불교대에 귀속키로 하는 등 종립대학교의 발전을 누구보다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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